모든 시민은 기자다

"엄마, 나 중동에 취직하러 가"

[현장] 125주년 노동절 대회서 청년실업대책 비판 퍼포먼스

등록|2015.05.02 14:35 수정|2015.05.02 14:35

▲ 청년하다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박세호


5월 1일 125주년 노동절을 맞아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광장에서는 대학생과 청년들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하는 '웃픈' 퍼포먼스를 벌였다.

청년실업이 극심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해외의 저임금·비정규 일자리에 청년들을 수출하자는 정도다. '해외파병'과 다를 바 없는 인재유출에 세금을 쓰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회원들은 최근 해외순방 이후 이루어진 박 대통령의 이른바 중동 발언을 풍자하기 위한 목적으로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정부가 청년들의 고충과 심각한 실업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혹은 1970년대에 한국청년들을 광부와 간호사로 파독하고, 베트남전에 참전시키는 것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 피켓을 들고 있는 청년하다 회원들 ⓒ 박세호


이들은 중동풍 복장을 하고 나타나 행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엄마, 나 중동에 취직하러 가", "청년고용세 걷어서 좋은 일자리 늘려줘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청광장 둘레를 돌며 행진을 했다. 또한 국내에 '뚫훓송'으로 알려진 달러 멘디(Daler Mehndi)의 'Tunak Tunak Tun(투낙 투낙 툰)'을 틀고 행진 중에 춤을 추기도 했다. 행진을 마친 이 청년들은 정부 정책이 1970년대와 다를 바 없다는 의미로 항의의 국민체조를 하기 시작했다. 청년실업을 대하는 대통령의 인식이 새마을 운동을 벌이며 국민체조를 하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풍자였다.

청년하다 회원 박민회(숙명여대)씨는 "청년들을 수출하려는 정부에게 '너나 가라 중동!'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내 나라 내 집에서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서 "청년을 이해하는 청년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 마이크를 잡고 말하고 있는 청년하다 회원 조우리(고려대) 학생 ⓒ 박세호


이어지는 발언에서 청년하다 회원 조우리(고려대)씨는 "점심시간마다 값싼 김밥집에 학생들이 넘친다"고 열악한 청년들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대학생들은 상상도 하기 힘든 돈이 재벌과 정치인 사이에 뇌물로 오가지만, 재계와 정치권이 청년에 대한 투자를 하지는 않는다"고 토로했다. 동시에 '고용없는 성장'을 하며 쌈짓돈을 챙겨온 10대그룹의 사내유보금이 504조 원에 달하는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유지훈 청년하다 준비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21세기에 청년 파병 정책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우리나라에서 떳떳하게 좋은 일자리를 갖고 싶다는 것이 청년들의 절박한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청년실업에 대한 대책으로 임금피크제를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재벌들에게 세금을 걷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며 청년고용세를 도입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준비위원장은 "청년실업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항의의 목소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는 이번 5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본격적인 운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연구·조사 활동, FGI(표적집단면접), 해외사례 조사, 청년 정치 행동 등의 다양한 방법을 추진 중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