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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가득한 저녁 식사

가족, 이웃이 함께 한 행복한 저녁식사

등록|2015.05.04 16:17 수정|2015.05.04 16:17
오후 5시. 이른 시각 저녁을 먹는다. 오늘의 메뉴는 삼겹살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나. 온 가족이 마당 와상에 둘러앉았다. 가운데 불판을 놓는다. 고기를 올리고. 마늘을 올리고. 감자도 올린다. 나는 고기보다 감자가 더 맛있다. 오늘도 감자만 먹는다. 할아버지는 우리 할아버지 아니랄까봐 오늘도 밥을 제일 빨리 드신다. 할머니, 엄마, 아빠, 나. 이렇게만 남았다.

점점 배가 불러 온다.
나는 생각한다. "그만 먹을까?"
아빠도 생각한다. "그만 구울까?"
엄마도 생각한다. "그만 먹을까?"
할머니도 생각한다. "불을 줄일까?"
이제 치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웃집 하죽 할머니가 들어온다. 비타 500과 함께.

아빠가 말한다.
"고기 드시고 가세요."

엄마가 말한다.
"고기 한 점 드시고 가세요."

할머니가 말한다.
"쌈 한 번 싸고 가."
하죽 할머니 들어오면서. "아니여. 나 오늘 고기 묵었어."

할머니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어디서?"
"손녀가 오늘 첫월급 타서 와갔고. 남원서 기 사줬어."
"아, 손녀가?"
"이."
"좋았겄네. 잘했네."
"나 오늘 고기 묵었어."
"한 번 싸봐."
"아녀. 감자나 하나 먹을라오."
감자를 드시고...

"혹시 남원서 뭐 묵을라믄 거 기집 한 번 가봐. 기도 하고. 아구찜도 혀."
"내가 쪽때기 갖고 왔은게 궁금하믄 줄텐께 말혀."

우리는 전부 웃음이 터졌다. '쪽때기'라는 말 때문이었다. 쪽때기. 아마 명함이었겠지? 그렇게 하죽할머니와 재미있게 고기를 먹었다.

또 어떤 할머니께서 들어오신다. 상추와 함께.
우리는 또 다시. "한 점 하고 가."
"아녀." 나가려 하신다.
"쌈 한 번 싸고 가."
"아녀." 진짜로 가셨다.

또 다른 할머니 께서 오셨다. 무언가를 들고.
우리는 다시. "한 점 하고 가."
"아녀." 들어오신다.
"쌈 한 번 싸고 가."
"아녀. 감자나 하나."
맨 손으로 불판에 있던 감자를 집어 입에 넣으신다. 그러곤 나가신다.

그렇게 계속 할머니들이 오셨다.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오실 때마다 할머니, 엄마, 아빠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나도 그랬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이런 웃음에는 이유가 있을까? 그냥 좋아서 웃는 거다. 이렇게 오늘 저녁 식사는 모두 웃으면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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