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또다시 등장한 손흥민의 리버풀 이적설

[주장] 굳이 조급할 이유 없어... 병역문제도 변수

등록|2015.05.06 09:35 수정|2015.05.06 10:00

▲ 손흥민의 시즌 17호골을 알리는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레버쿠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 하고 있는 손흥민(23)의 이적설이 또다시 떠올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구단 리버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의 현지 언론들은 최근 리버풀이 손흥민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적료로 약 1500만 파운드(약 245억 원) 내외를 책정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리버풀은 이미 오래전부터 손흥민의 이적설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구단이다. 최근 그 위상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리버풀은 여전히 맨유, 첼시, 아스널, 맨시티 등과 함께 영국 프로축구를 이끄는 클럽이자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명문이다.

리버풀의 최대 고민거리는 공격력이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루이스 수아레스(현 바르셀로나)와 다니엘 스터리지를 앞세워 강력한 공격 축구를 펼쳤다. 하지만 올시즌 수아레스가 이적하고, 스터리지가 끝없는 부상에 시달리면서 공격력이 하락했고 성적도 리그 5위에 머물고 있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2000만 유로(약 274억 원)를 지불하며 마리오 발로텔리를 영입했지만 각종 대회에서 25경기간 단 3골에 그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다른 공격수 리키 램버트 역시 3골에 그쳤다. 다니엘 스터리지는 엉덩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이에 비해 손흥민은 리그 24경기에 출전, 11골을 기록했다. 팀동료 카림 벨라라비와 함께 레버쿠젠 내 득점 1위이자, 리그 전체로는 9위에 해당한다.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UEFA 챔피언스리그 등을 합치면 올시즌 무려 17골에 이른다. 1986년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기록했던 역대 한국인 유럽파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있다. 전형적인 최전방 공격수가 아니라 2선 공격수로서는 놀라운 수치다.

손흥민 빅리그 진출 적기가 지금?

손흥민은 지난 2013년 함부르크에서 1000만 유로(약 12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었다. 아직도 23세에 불과한 젊은 나이지만 월드컵, 챔피언스리그 같은 굵직한 무대를 누비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모두 골맛까지 봤다. 특히 분데스리가에서는 함부르크 시절을 비롯하여 벌써 3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유럽무대에서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 중에서도 손흥민은 당당히 상위 클래스에 해당한다.

손흥민의 실력과 경험이라면 지금쯤이 빅리그 진출의 적기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유럽무대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빅리그이고, 레버쿠젠 역시 수년간 꾸준히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나서는 강팀이다. 분데스리가와 레버쿠젠보다 더 수준이 높은 빅리그와 클럽들을 보유한 곳은 이제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프리메라리가) 정도다.

손흥민은 지난 2년간 레버쿠젠에서 실력을 충분히 증명했다. 독일에서는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제외하고 손흥민이 이적할 만한 더 이상의 빅클럽은 없다. 뮌헨의 독주체제가 견고한 분데스리가에서 사실상 손흥민이 리그 우승처럼 더 높은 수준의 목표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이적에 대한 기대를 부추긴다.

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무엇보다 레버쿠젠과 달리 리버풀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사실상 어렵다. 현재 EPL 5위를 기록중인 리버풀은 3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4위 맨유에 4점차로 뒤져있다. 맨유가 최근 리그 3연패에 빠지며 흔들리고 있기는 하지만 리버풀의 경기력도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역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리버풀이 이대로 시즌을 마감할 경우 유로파리그 출전권이 주어진다. 이미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2년 연속 체험한 손흥민이 굳이 한 수 아래인 유로파리그로 내려가야할 이유는 없다.

해결하지 못한 병역문제는 또 다른 변수

리버풀에는 손흥민과 같은 포지션에 경쟁자들이 많다. 잉글랜드 국가대표이기도 한 라힘 스털링과 다니엘 스터리지를 비롯하여 아담 랠라나, 라자르 마르코비치 등이 버티고 있다. 물론 손흥민이 이들과 경쟁하기에 부족한 것은 아니다. 스털링은 최근 리버풀과 재계약에 난항을 빚고 있다. 손흥민의 이적설이 부각된 배경에는 스털링의 대체자로서의 가능성이 가장 큰 이유를 차지한다.

스터리지는 잦은 부상으로 올시즌 리그 12경기(교체 5회)에 나서는 데 그쳤다. 랠라나와 마르코비치도 올시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드러내며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하에 따라 리버풀은 대대적인 선수단 교통정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주가가 높아지고 있는 손흥민으로서는 굳이 조급할 이유가 없다.

손흥민의 해결하지 못한 병역문제도 또 다른 변수다. 병역미필자인 손흥민에게는 1년 앞으로 다가온 2016년 리우 올림픽이 중요한 분기점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팀이 먼저 내년 리우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획득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일단 본선에 나갈 경우 손흥민이 와일드카드로 차출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리우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이 무산되면 손흥민은 다시 2018년 아시안게임까지 기다려야 한다.

적응이 완료된 분데스리가와 레버쿠젠에서 1, 2년 더 활약하다가 올림픽 메달을 통하여 병역혜택까지 얻고 나서 빅리그로 진출한다면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한국의 전력상 올림픽에 나가도 메달을 딴다는 보장이 없고 그때 가서 소속팀이 손흥민의 올림픽 출전에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레버쿠젠은 지난해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차출을 불허하며 손흥민이 병역혜택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바 있다. 결국 레버쿠젠에 잔류하든, 아니면 새로운 소속팀으로 이적하든 내년 올림픽 출전보장 문제도 손흥민의 향후 거취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