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증손자 "국가유공자 대우, 미국만큼만 해라"
[스팟인터뷰] 김용만씨, 서울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시민위원회 참가
▲ 광복 70주년에 행사 소감 말하는 김구 선생 증손자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계획 설명회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 김용만씨가 광복 70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씨는 서울시가 광복 7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만든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시민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 연합뉴스
"네, 다음은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입니다."
사회자의 소개가 있자, 모두의 시선이 단상에 오른 훤칠한 젊은이에게로 쏠린다. 그에게서 오래전 우리 곁을 떠난 독립운동가 백범의 체취라도 찾으려는 듯.
지난 6일 오전 서울시청 프레스룸에서 만 29세의 청년을 만났다. 그의 이름은 김용만. 서울시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준비한 기념사업들을 추진하는 '시민위원회' 31명 중 한 명이다.
"독립운동가 후손 몫으로 참가하고 있지만, 애써 마련한 기념사업들을 역사에 관심이 부족한 젊은 세대들에게도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므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독립운동가 후손이자 병역 명문가 집안
그의 집안은 백범 김구라는 불세출의 독립운동가 후손이지만, 대대로 공군 장교로 복무한 군인 집안이기도 하다.
할아버지는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김신 장군이며, 아버지는 공군 중위 출신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다. 그 역시 학사장교로 3년을 복무하고 작년 제대한 뒤 현재 방위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작년에는 국방부로부터 '병역명문가'로 표창받기도 했다. 광복군을 창설한 백범 선생까지 포함하면 4대가 독립운동과 군에 헌신한 공을 인정받았다.
"집안 어르신들이 모두 공군 출신이어서, 저도 어렸을 때부터 공군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어른들도 원하셨고요."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예우 부족 너무 아쉬워"
그는 증조부인 백범 선생에 대해 "사심 없이 누구보다도 나라를 사랑하신 분이셨지만, 그런 만큼 가족에게도 엄격하셨던 분으로 알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그분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지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집안 어르신들의 말씀을 통해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이 해방 후에도 제대로 보상이나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꼭 경제적인 보상이 아니더라도 국민에게 그들의 희생을 잘 알려 명예를 높여주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다른 건 다 미국을 따라 하면서도, 참전 군인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명예를 끝까지 지켜주려고 하는 그들의 태도는 왜 배우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김구 선생 서거일인 오는 6월 26일 백범이 머문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길러진 무궁화를 서울 효창공원에 옮겨 심는 행사에도 참여하게 된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25가지를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일제가 덕수궁의 정기를 끊기 위해 세운 서울지방국세청 남대문 별관건물을 78년 만에 철거해서 시민의 광장으로 돌려줄 예정이다. 또한, 일제 강점기 당시 짓밟혔던 식민지 인권의 상징적 장소인 서대문형무소-국세청별관–남산 등에 표석을 세우고 인권 투어 코스(사람의 길)로 조성하는 계획도 이번 사업안에 포함됐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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