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누구를 위한 '셧다운제'인가

등록|2015.05.10 18:59 수정|2015.05.10 18:59
지난 1일,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에 대한 재평가한 두 번째 고시가 발표됐다. 그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앞으로 2년간 셧다운제는 현행대로 유지한다. 이에 따라 PC 및 콘솔 온라인 게임만 셧다운제 적용을 받고 모바일 게임은 제외한다. 이와 같은 발표에 따라 국내 게임업계에서 다시 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2011년 11월 20일, 국내 청소년들과 온라인 게임 시장에는 충격과 다름없는 제도가 시행됐다.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0~6시에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하는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 일명 '강제적 셧다운제'다. 이 제도는 당시 게임중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발의된 것인데 시행되기 전과 후를 막론하고 여전히 논란이 많은 제도다.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강제적 셧다운제'의 취지는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방지하여 게임중독을 막는다는 것이다. 취지는 매우 좋으나 제도에 문제점이 많은 것이 흠이다. 우선 청소년들이 제도를 피하기가 생각보다 쉽다. 제도의 대상이 만 16세 미만이기에 청소년들은 부모님이나 다른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 심야시간에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시장도 큰 타격을 입었다. 2011년에 8조7525억 원 가량이던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2012년 9조7525억 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2013년은 9조7198억 원, 지난해는 9조5427억 원으로 점차 규모가 작아지는 추세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의 연평균 성장률인 13.7%를 적용하면 2013년과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1조3367억 원과 12조9843억 원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타격은 내수시장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게임시장 수출 규모가 2003년 1억7300만 달러에서 2012년 26억3900만 달러로 9년 만에 무려 25억 달러가량 증가했으나 2013년은 27억1500만 달러, 지난해는 27억5500만 달러로 성장률이 급감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이덕주 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2012년 당시 성장 가도를 달리던 국내 게임 산업이 셧다운제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개념을 넘어서서 개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된 전과 후 청소년들은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했고 일부 부모들 또한 양육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시행되기 직전 헌법재판소에 이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이 청구된 적이 있을 정도로 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많은 상태다.

물론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이 문제점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2012년 7월 1일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주도로 '게임시간선택제', 즉 '선택적 셧다운제'가 시행됐다. 이 제도의 내용은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부모님이 선택한 시간에는 게임에 접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경연에서는 선택적 셧다운제의 비용절감효과가 연간 1886억 원으로 연간 379억 원 수준의 강제적 셧다운제보다 약 4.97배 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청소년층의 게임 중독 문제는 대응이 필요하지만 효과 측면에서는 자율적인 의사에 기반한 선택적 셧다운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노력이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현재 '강제적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가, '선택적 셧다운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고 있는데 두 제도를 합쳐 일원화하거나 한 제도를 폐지해야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두 부처는 규제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기는커녕 국내 게임업계의 애로사항을 상대 부처로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뿐만 아니라 셧다운제가 PC와 콘솔의 온라인 게임에만 적용되고 모바일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업계를 차별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 현재 상황만 봐서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 방지에 셧다운제 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하지만 게임 중독의 근본적 원인 파악과 제도를 피해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을 막을 방법을 궁리하지 않고 게임업계의 불만 사항과 시장 축소에 관한 대비책만 내놓는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편을 더 이상 내놓아서는 안 된다. 더 나은 셧다운제를 만드는 것이 국내 청소년과 게임업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