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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속 굴비가 웃었다, 작품이 되었다

'착한 미술, 작은 사랑 나눔전' 개최하는 박요아 작가

등록|2015.05.11 14:17 수정|2015.05.11 18:11

<표정>착한미술 작은사랑 나눔전 ⓒ 김준희


수원거리 옆의 박요아 작가착한미술 작은사랑 나눔전 ⓒ 김준희


"굴비가 독특한 생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조기를 소금에 절여서 말린 것이 굴비잖아요. 그리고 다른 생선과는 달리 새끼줄에 묶어서 보관하고요. 굴비의 특징은 오래 보관하더라도 변하거나 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선한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 겁니다."

원로화가 박요아는 흔히 '굴비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일반 풍경화나 산수화도 그리지만, 그보다는 오래 전부터 그려왔던 굴비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 더욱 유명하다. 그는 작품활동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개인전을 15회 열었고, 단체전에 270여회 참가했던 베테랑이다.

박요아 작가가 개최하는 <착한 미술, 작은 사랑 나눔전>이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앨리스갤러리'에서 오는 18일까지 열린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나눔전은 현재 여덟 번째에 이르고 있다. '나눔전'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전시회를 통해서 얻어진 수익의 일부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한다.

박 작가는 그동안 열렸던 이 전시회를 통해서 노인요양센터와 독거노인들, 결식아동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2014년에는 여러 작가들과 함께 <맑은 바람 부채전시회>를 통해서 독거노인들을 돕는 사업을 벌였다.

이웃과의 나눔을 실천하려는 전시회

표정착한미술 작은사랑 나눔전 ⓒ 김준희


<오병이어>착한미술 작은사랑 나눔전 ⓒ 김준희


전시장에는 풍경화를 포함해서 20여 점의 작품들이 걸려 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굴비 그림이다. 전시회가 시작되는 지난 9일, 갤러리에서 박 작가를 만나보았다.

"오래 전에 처음 굴비를 먹어봤는데, 참 맛있더라고요. 그땐 그게 굴비인 줄도 몰랐어요. 나중에 가서야 굴비라는 걸 알았죠. '굴비가 이렇게 맛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굴비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굴비를 그려와서인지 2009년에는 전남 영광 법성포에서 열리는 '굴비축제'에 초대받기도 했다. 전시장을 장식하고 있는 굴비들의 모습도 다양하다. 새끼줄에 묶여서 매달려있는 굴비, 반쯤 남은 모습으로 접시에 놓여있는 굴비, 항아리 안에서 뒹굴고 있는 여러 마리의 굴비 등.

표정도 여러 가지다. 혀를 빼어 물고 화난 듯 눈을 치켜뜨고 있는 표정의 굴비가 있는가 하면, 얌전하게 입을 다물고 있는 굴비도 있다. 모두 인간들의 입맛을 달래주기 위해 운명을 달리한 굴비의 영정들이다.

구수한 향이 풍기는 듯한 전시장

<표정>착한미술 작은사랑 나눔전 ⓒ 김준희


자린고비 설화에도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가족이 밥상에 앉아서 천정에 매달아놓은 굴비를 밥 한술 먹을 때마다 그저 쳐다보기만 한다. 동시에 굴비는 과거 임금의 수라상에 올라갔던 음식이기도 하다. 서민과 귀족 모두가 좋아했던 음식이었던 셈이다.

이것은 굴비가 그만큼 맛있고, 입맛을 돋우게하는 음식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일상에서 굴비를 접하기 힘들다면 이번 전시회에 와서 이 그림들을 감상해보면 어떨까. 그림을 둘러보면 정말 굴비에 밥 한 그릇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아니면 안주 삼아서 술을 한잔 하든지.

전시장에는 이외에도 여러 작품들이 있다. 박 작가가 수원에서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수원 거리를 그린 작품도 있고 수원 만석공원의 풍경, 눈 덮인 마을의 풍경도 있다. 열흘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동안 열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박 작가는 많은 이웃을 도울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박 작가는 앞으로도 이웃을 돕는 전시회를 꾸준히 개최하려고 한다.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그림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주고 싶은 거예요. 이번이 여덟 번째 전시회인데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이웃을 돕는 전시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그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회 개막일의 모습착한미술 작은사랑 나눔회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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