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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아내 비자금' 해명에 노회찬 "화이트칼라 범죄"

새누리당 내에서도 "홍 지사답지 못하다" 비판 여론

등록|2015.05.12 13:58 수정|2015.05.12 14:07

검찰 소환된 홍준표 "이런 일로 심려끼쳐 죄송"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날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 유성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011년 당대표 경선기탁금 관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밝힌 '아내의 비자금'이 또 다른 불법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홍준표 지사는 '국회 대책비'를 아내에게 줬다고 해명했지만, 국회 활동비 명목의 돈을 사적 생활비로 쓴 셈이어서 '공금 횡령'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

이에 대해 홍준표 지사는 12일 "급여 성격의 돈 중 일부를 생활비로 쓴 것을 두고 예산횡령 운운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홍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 원내대표는 국회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다"면서 "원내대표로서 국회대책비가 나오고 상임위원장인 국회운영위원장으로서 급여 성격의 직책수당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직책수당은 개인에게 지급되는 돈"이라며 "그 돈 중 일부를 집사람에게 생활비 조로 지급했다는 것을 두고 예산횡령 운운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이 급여를 받은 것을 집에 생활비로 썼다고 해서 예산 횡령으로 말할 수 없듯이 국회운영위원장의 급여 성격의 돈 중 일부를 생활비로 쓴 것을 두고 예산 횡령 운운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홍준표 지사는 검찰에서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기탁금 1억2000만 원의 출처에 대해 전날(11일) '아내의 비자금'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여당 원내대표에게 매달 나오는 국회 대책비 4000만~5000만 원가량을 전부 현금화해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고, (집사람이) 그 돈들을 모아 집사람 비자금으로 만들어 우리은행 대여금고에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지사의 해명은 곧바로 '공금 횡령' 논란으로 이어졌다. 불법 의혹을 해명하려다가 스스로 또 다른 '올무'에 발을 들인 셈이다. 국회 활동비로 사용해야 할 돈을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는 것은 공적인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업무상 횡령은 물론 공직자윤리법 위반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국 "훌륭한 부인 두었다고 부러워해야 하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11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 지사가) 훌륭한 부인을 두었다고 부러워해야 하나"라고 꼬집은 뒤, "국회운영위원장용으로 매달 국회대책비로 나오는 4000만~5000만 원을 전부 현금화해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었다는데, 이것 공금횡령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홍 지사가 "경선자금 1억2000만 원은 부인이 현금으로 모은 비자금임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재산신고를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계산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홍준표 지사의 해명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홍준표 지사의 '아내 비자금' 발언에 대해 "소중한 세금을 공적인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썼다는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들이 매우 큰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계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홍 지사가 지금 적극적인 방어를 위해서 자신의 소명과 해명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이 부분은 비록 성완종 회장의 돈을 받지 않았다고 해명하기 위해서 실토한 것이라지만 부인 명의의 대여금고에 보관한 현금 문제는 정치인으로서 도덕성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록 법적인 책임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약속을 저버린 대가를 피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홍준표 지사답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국회 대책비 횡령 논란과 관련해서도 "국민들께서는 매우 큰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계시다"며 "국회에서는 앞으로 국민의 혈세를 단돈 1원을 쓰더라도, 특히 국회의원이 개인적으로는 단돈 10원이라도 이렇게 이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칠수록 더 깊은 수렁... 안습"

이날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한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도 홍 지사의 해명에 대해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칠수록 더 수렁에 깊이 빠져드는 상황"이라며 "이게 참 지켜보기가 민망하고 안타깝고 요즘에 신세대 표현으로 '안습'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노회찬 전 대표는 홍 지사가 언급한 '국회 대책비'에 대해 "여러 명칭이 붙여있는 걸 합해서 포괄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간단히 얘기하면 판공비"라면서 "영수증 처리가 요구되지 않는다뿐이지 공공이라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는, 사적으로 써서는 안 되는 돈인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얼마 전에 이동흡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가 이런 돈을 개인 용도로 써서 그게 문제가 돼서 헌법재판소 후보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며 "(홍 지사가 아내에게 생활비로 쓰라고 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회찬 전 대표는 "(홍 지사가) 큰 범죄 혐의에서 벗어나서 작은 범죄를 뒤집어쓰는 방식으로 자기변명을 하는 것 같다"면서 "어찌 보면 (홍 지사의) 부인까지 불러서 법률적으로 업무상 횡령이나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해당되는 지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노 전 대표가 언급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은 홍 지사의 아내 비자금이 재산신고에서 빠졌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노 전 대표는 "경남도지사 선거와 관련해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되는 부분"이라며 "과거에도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됐던 공정택 후보가 이와 유사하게 4억 원가량의 차명 재산을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벌금형 선고를 받고 교육감에서 사퇴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표는 "어떻게 보면 화이트칼라 범죄의 전형적인 경우다. 자신이 배운 전문 지식으로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는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면서 "도정직을 내놔야 될 상황은 모면하되, 재산 허위신고와 관련해서 과태료 처분 정도를 받는 상황을 노린 게 아닌가, 라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1억 원을 홍 지사에게 건넨 인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홍 지사의 해명에 대해 "홍 지사가 뭐라 하던 그분 자유"라고 말했다. 윤 전 부사장은 이날 <연합뉴스TV> 기자와 만나 "홍준표 지사가 말하는 것은 그분 자유대로 말하는 것이니 내가 뭐라고 말할 게 없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1억 원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오히려 중간에 배달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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