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예뻐요?"라는 말 나오는 마을
신비의 그림 같은 동네 '우두동'
소양3교 가운데 서서 바라보는 우두동은 그림 같다.
동네 앞을 흐르는 소양강이 햇볕을 받아 은하수처럼 반짝이며 흐른다. 강물을 따라 한줄로 늘어선 벚나무는 강물 속에도 똑같이 있다. 그리고 그 벚꽃들이 겨울날 함박눈처럼 나에게 달려든다.
강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 뒤로는 알록달록 지붕들이 흐르고, 그 뒤로 세네 겹의 산이 병풍을 치고 있다. 각각의 산이 머금고 있는 각기 다른 푸른빛이 그 산의 자리를 짐작하게 한다.
한 쌍의 새가 어딘가로 '슈융~' 날아간다. 서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지만 그 거리를 유지하며 유영하듯 자유롭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여기서도 다 보인다.
사랑, 난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소양강이 '반짝 반짝' 내게 말을 건넨다.
"너도 우리처럼 아름다워! 힘내라고! 찬란하게 살라고!"
말소리가 들려오는 그곳을 바라보면서 멍하게 서 있었다.
"왜 그랬을까…. 왜 누군가에게 도움이 돼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나이 마흔이 돼서야 누군가를 돕지 않아도, 그냥 내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거다. '아이 착하다. 아이 예쁘다.' 그 말 속에는 '넌 착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말이 숨어 있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느꼈다.
돈을 빌려가서는 연락이 안 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도 가장인데 내가 자꾸 재촉하면 삶을 비관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 달라는 말도 제대로 못했다. 택시를 타도 기사님이 차를 돌려 나오기 어려운 골목길 앞. 택시에서 내려서 비탈길을 걸어 올라갔다. 여럿이 함께 하기로 한 일인데 내가 대부분의 일을 떠맡게 돼 힘들어도 내가 힘든 모습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이 미안해할까봐 힘든 내색도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생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 편이 돼줄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그의 소설 <데미안>을 이렇게 시작한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이제 우두동 안으로 들어가 본다. 우두동은 우두상리, 중리, 하리로 나뉘는데 내가 구경한 곳은 우두상리로 새주소 '우두 상리길'을 따라 이어진 마을이다.
"여기 왜 이렇게 예뻐요?"
아이가 집 앞에서 놀고 있다.
"안녕? 나 여기 구경 왔어."
"저쪽 좋아요."
"응? 저기가 구경하기 좋아?"
"네~."
"내가 사진 찍어도 될까?"
카메라를 렌즈를 앞으로 내밀며 묻자, 바로 포즈를 취한다. 곁에서 동네 할머니와 이야기 나누던 아이 엄마가 "쟤가 저래요~, 어린이집을 안 다니거든요, 사람들이 오면 저렇게 좋아해"라고 말한다. 동네가 아름답다는 내 이야기에 아이 엄마가 말한다.
"춘천에 이사 온 사람들이 지나다 보고 구경 와서 '여기 왜 이렇게 예뻐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우리 신랑이 여기가 고향인데, 자기가 그래요. 어렸을 때 그림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하며 살았다고. 땅도 좋아서 열무 심어놓고 20일만 지나면 그냥 먹어요. 아무것도 안 해도 잘 커요."
옆에서 이야기 나누던 할머니도 "여긴 공장이 없어서 살기 좋지"라면서 한마디 거드신다. 땅도 좋고 경치도 좋고 사람도(만난 세 분도) 좋고. 다 좋다!
조금 전 만난 여섯 살 종윤이가 알려준 방향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 본다. 집을 끼고 있는 밭들이 보인다. 씨앗만 심으면 되게 밭이 예쁘게 갈려 있다. 동네는 고요하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골목에 이따금 한두 명이다. 집들은 집을 지을 때 달았을 나무 대문과 철문을 그대로 달고 있다. 나무 대문은 칠이 나무결을 따라 바랬는데 그게 더 멋스럽다. 집들을 구경하며 골목을 걷는다. 편안하고 신비롭다.
왔던 길을 다시 걸어 동네를 빠져 나온다. 강가 산책로를 걷는 엄마와 딸이 보인다. 하늘과 강과 나무들과 어우러진다. 한 폭의 그림이다.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다면, 한 폭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춘천의 우두동을 걸어보시라. 운이 좋다면 나처럼 소양강이 당신에게 하는 '인생에 꽤나 필요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찾아가려면>
춘천역에서 내려서 역 맡은편 버스정류장에서 소양초등학교가는 버스 탑승.
→ 소양초 하차 → 버스 가는 방향으로 약 50m 직진. 길 끝 횡단보도 건너 오른쪽을 바라보면 소양3교가 보임. → 소양3교 앞으로 강을 따라 펼쳐진 마을.
동네 앞을 흐르는 소양강이 햇볕을 받아 은하수처럼 반짝이며 흐른다. 강물을 따라 한줄로 늘어선 벚나무는 강물 속에도 똑같이 있다. 그리고 그 벚꽃들이 겨울날 함박눈처럼 나에게 달려든다.
강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 뒤로는 알록달록 지붕들이 흐르고, 그 뒤로 세네 겹의 산이 병풍을 치고 있다. 각각의 산이 머금고 있는 각기 다른 푸른빛이 그 산의 자리를 짐작하게 한다.
한 쌍의 새가 어딘가로 '슈융~' 날아간다. 서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지만 그 거리를 유지하며 유영하듯 자유롭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여기서도 다 보인다.
사랑, 난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 소양3교에서 바라본 우두동 모습 ⓒ 설현정
▲ 은하수 같이 빛나는 소양강 소양강이 나에게 말했다. “너도 우리처럼 아름다워! 힘 내라구! 찬란하게 살라구!” ⓒ 설현정
소양강이 '반짝 반짝' 내게 말을 건넨다.
"너도 우리처럼 아름다워! 힘내라고! 찬란하게 살라고!"
말소리가 들려오는 그곳을 바라보면서 멍하게 서 있었다.
"왜 그랬을까…. 왜 누군가에게 도움이 돼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나이 마흔이 돼서야 누군가를 돕지 않아도, 그냥 내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거다. '아이 착하다. 아이 예쁘다.' 그 말 속에는 '넌 착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말이 숨어 있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느꼈다.
돈을 빌려가서는 연락이 안 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도 가장인데 내가 자꾸 재촉하면 삶을 비관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 달라는 말도 제대로 못했다. 택시를 타도 기사님이 차를 돌려 나오기 어려운 골목길 앞. 택시에서 내려서 비탈길을 걸어 올라갔다. 여럿이 함께 하기로 한 일인데 내가 대부분의 일을 떠맡게 돼 힘들어도 내가 힘든 모습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이 미안해할까봐 힘든 내색도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생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 편이 돼줄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그의 소설 <데미안>을 이렇게 시작한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이제 우두동 안으로 들어가 본다. 우두동은 우두상리, 중리, 하리로 나뉘는데 내가 구경한 곳은 우두상리로 새주소 '우두 상리길'을 따라 이어진 마을이다.
"여기 왜 이렇게 예뻐요?"
▲ 우두동에서 만난 아이, 스스럼없이 자유롭게 포즈를 취해주었다. ⓒ 설현정
아이가 집 앞에서 놀고 있다.
"안녕? 나 여기 구경 왔어."
"저쪽 좋아요."
"응? 저기가 구경하기 좋아?"
"네~."
"내가 사진 찍어도 될까?"
카메라를 렌즈를 앞으로 내밀며 묻자, 바로 포즈를 취한다. 곁에서 동네 할머니와 이야기 나누던 아이 엄마가 "쟤가 저래요~, 어린이집을 안 다니거든요, 사람들이 오면 저렇게 좋아해"라고 말한다. 동네가 아름답다는 내 이야기에 아이 엄마가 말한다.
"춘천에 이사 온 사람들이 지나다 보고 구경 와서 '여기 왜 이렇게 예뻐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우리 신랑이 여기가 고향인데, 자기가 그래요. 어렸을 때 그림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하며 살았다고. 땅도 좋아서 열무 심어놓고 20일만 지나면 그냥 먹어요. 아무것도 안 해도 잘 커요."
옆에서 이야기 나누던 할머니도 "여긴 공장이 없어서 살기 좋지"라면서 한마디 거드신다. 땅도 좋고 경치도 좋고 사람도(만난 세 분도) 좋고. 다 좋다!
조금 전 만난 여섯 살 종윤이가 알려준 방향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 본다. 집을 끼고 있는 밭들이 보인다. 씨앗만 심으면 되게 밭이 예쁘게 갈려 있다. 동네는 고요하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골목에 이따금 한두 명이다. 집들은 집을 지을 때 달았을 나무 대문과 철문을 그대로 달고 있다. 나무 대문은 칠이 나무결을 따라 바랬는데 그게 더 멋스럽다. 집들을 구경하며 골목을 걷는다. 편안하고 신비롭다.
▲ 텃밭을 품은 우두동의 집. 모습이 정겹다. ⓒ 설현정
▲ 우두동 앞 '물안개 피어나는 야생화 산책로'를 걷는 엄마와 딸 ⓒ 설현정
왔던 길을 다시 걸어 동네를 빠져 나온다. 강가 산책로를 걷는 엄마와 딸이 보인다. 하늘과 강과 나무들과 어우러진다. 한 폭의 그림이다.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다면, 한 폭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춘천의 우두동을 걸어보시라. 운이 좋다면 나처럼 소양강이 당신에게 하는 '인생에 꽤나 필요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찾아가려면>
춘천역에서 내려서 역 맡은편 버스정류장에서 소양초등학교가는 버스 탑승.
→ 소양초 하차 → 버스 가는 방향으로 약 50m 직진. 길 끝 횡단보도 건너 오른쪽을 바라보면 소양3교가 보임. → 소양3교 앞으로 강을 따라 펼쳐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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