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구역에 잠식당한 '스쿨존', 이래도 되나
울산 상당수 스쿨존, 거주자우선주차구역과 중복... 교통사고 우려
▲ 울산 중구의 한 중학교 옆 도로가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으로 지정돼 자동차가 잠식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심지어 초등학교 스쿨존에도 이런 경우가 다반사라 어린이 교통사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박석철
지난 199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은 교통약자인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스쿨존을 포함해 학교 인접 도로 중 상당수가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사고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자체들이 지역 주민의 주차난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근래 들어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시행하면서 주차장이 들어서서는 안되는 스쿨존에도 마구잡이로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배정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처럼 스쿨존이 주차장에 잠식당한 것은 행정의 과오와 제도의 미비, 자동차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로 등의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특히 보행자이자 학부모인 동시에 운전자인 지역주민들의 인식 부족도 한 몫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차장 들어서면 안 되는 스쿨존에 주차구역 배정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는 스쿨존으로 지정되어 있다. 울산의 경우 121개 초등학교 전체와 195개 유치원 중 정원 100명 이상인 173곳, 943개 전체 어린이집 중 45곳이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울산시민연대 조사에 따르면 울산 남구에 위치한 전체 30개 학교 중 12개 학교, 중구는 21개 학교 중 2개 학교의 스쿨존과 거주자 우선주차장이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학교와 맞닿아 있는 앞길과 옆길, 뒷길과 같은 인접도로를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으로 지정한 곳도 남구는 8개교, 중구 5개교에 달했다. 이곳은 주차대수가 각각 133면~64면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곳은 학교 정문쪽만 스쿨존으로 지정하고 옆문과 뒷길 등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는 스쿨존 주 출입문(학교 정문)과 연결된 도로에 한해서만 주차를 못학 돼 있다.
취재 결과, 비록 스쿨존은 아니었지만 울산지역 상당수 중학교의 주변 도로가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등하교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었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부장은 "스쿨존 문제는 일방적으로 지정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실제 지정만 해놓고, 취지를 무색케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행정 그리고 주변 거주민이나 상인 등과 같이 지역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면서 "하지만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의 60.9%가 9m 이하 간선도로에서 일어난다는 점, 어린이가 차량운행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갑자기 뛰어나오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주차문제보다는 보행안전에 더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스쿨존을 벗어난 생활권 도로의 보행안전이 담보되어야 한다"며 "결국 보행친화도시, 걷기 좋은 커뮤니티를 형성하지 않고서는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 뿐만 아니라 다수 비장애인의 보행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 담당자는 1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그동안 스쿨존이 점점 확대되면서 '주차를 어디에 하느냐'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많았다"면서 "(거주자우선 주차구역)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니, 법 상에 나와 있는 주 출입문과 연결된 도로에 만들어진 주차장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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