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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 "인천관광공사 수익 불확실, 면밀히 검토해야"

시, 관련조례 입법예고로 강행의지 밝혀... 시민사회 "제2의 도시공사 사태 우려"

등록|2015.05.14 16:15 수정|2015.05.26 20:02
인천시가 '지방공기업 설립 절차 위반과 경상수지 분석 오류, 인천도시공사 재무구조 악화'라는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천관광공사를 설립ㆍ운영하기 위한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유정복 시장의 공약사항인 만큼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시는 지난 11일 '인천관광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조례안을 보면 관광공사의 수권자본금(=증자할 수 있는 최대자본금)은 3600억 원이다. 시가 전액 현금이나 현물로 출자하게 했다.

관광공사의 주된 사업은 '관광사업'이다. 관광 상품 개발과 자원 개발ㆍ운영 등의 역할을 주로 맡을 것으로 보인다. 조례안은 관광공사가 부동산ㆍ면세점ㆍ호텔ㆍMICE산업ㆍ교통수단 등 관광사업과 관련 있는 모든 사업을 맡을 수 있게 했다. 또한 도시마케팅, 관광산업 교육ㆍ연구ㆍ컨설팅, 국제교류, 의료관광, 남북관광교류, 국가ㆍ지방자치단체 위탁사업 등도 할 수 있게 했다.

이 조례안 입법예고 기간은 6월 1일까지다. 시는 의견을 수렴한 뒤 6월 16일부터 열릴 예정인 인천시의회 225회 정례회에 이 조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관광공사 설립 반대 의견은 단호하다. 시의회 정례회 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설립 절차 위반과 경상수지 분석 오류'라는 시민사회단체의 비판과 더불어 시 재정위기를 가중할 것이라는 시의회의 우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관련기사: 관광공사 설립? 항만면세점 어딘지도 모르면서)

"엉터리 사업성 분석, 제2의 도시공사 사태 우려"

올해 세출예산에 약 1조 2000억 원을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시의 재정 상황은 나쁘다. 연간 5000억 원 정도에 달하는 세입이 부족한 상태다. 관광공사를 설립하면 시는 당장 내년부터 출자금과 보조대행사업비 명목으로 매해 약 200억~300억 원을 관광공사에 투입해야한다.

또한, 관광공사 설립은 도시공사 재무구조와 연결된다. 도시공사 부채는 2013년 7조 8188억원에서 2014년 8조 1679억 원으로 3491억 원 늘었다. 시가 지난해 현물을 출자한 덕분에 도시공사의 부채비율은 305%에서 293%로 조금 줄었지만, 부채 규모는 증가했다. 올해는 부채비율을 280%까지 낮춰야 한다.

도시공사는 또 차입금(원금) 3조 4068억원 중 2조 9899억 원을 올해 상반기에 갚아야 한다. 아울러 오는 9월 만기가 도래하는 (주)미단시티개발의 채무 3400억 원에 대한 지급보증도 해결해야 한다.

도시공사가 부채비율을 280%로 낮추려면 단순계산으로 부채 3600억 원 줄이거나, 시가 1294억 원에 달하는 현물을 출자해야 한다. 문제는 도시공사가 빚을 갚기 위해 공사채를 발행하려면 시가 추가로 출자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데 있다.

시 계획을 보면, 도시공사가 427억 원에 달하는 현물을 관광공사에 출자하면, 시가 이를 메워주는 것으로 돼있다. 즉, 도시공사의 개발 사업이 답보상태에 있어 부채비율 감소와 공사채(=사업비) 마련을 위해서는 시가 약 1000억 원을 도시공사에 출자해야하는데, 관광공사 설립으로 도시공사의 자산이 빠져나가는 만큼 시는 더 출자해야한다.

당장 검단 신도시 개발 사업 부진으로 도시공사의 금융이자만 연간 900억 원 정도 늘어난다. 두바이에서 4조 원을 끌어와 조성하겠다던 검단 퓨처시티는 'MOU(=양해각서)'조차 맺지 못하고 있다.

신규철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사무처장은 "공기업 설립 관련법을 위반하고 절차를 무시한 것도 문제지만, 경상수지 분석이 잘못돼있다. 시가 관광공사의 수익사업으로 제시한 시티투어버스 사업은 수익이 줄어들고 있고, 월미산 케이블카(2018년 개장 목표)와 항만 면세점(2017년 개장 목표)은 개장 시점이 목표보다 최소 2~3년 지체되거나 안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가 매해 200억~300억 원을 관광공사에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시는 초기에만 그럴 것이라 하지만, 실제로 수익을 거두기까지 최소 5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10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밑 빠진 독에 붓겠다는 셈이다. 제2의 도시공사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의원이 민간인? 설립 타당성 용역 검증심의회 구성 논란

지방공기업법 시행령과 지방공기업 설립ㆍ운영기준을 보면, 공사 설립을 위한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마치면, 7인(=민간인 4명, 공무원 3명)으로 구성한 검증심의회가 해당 용역 결과를 검증하게 돼있다.

시가 최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2일 오후 5시부터 5시 40분까지 시청 2층 영상회의실에서 검증심의회를 개최한 것으로 돼있다. 그런데 이날은 유정복 시장 주재로 같은 공간에서 오후 3시 무렵 '관광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연 날이다.

시는 최종보고회를 마친 뒤, 그 자리에서 검증심의회를 열었다고 했다. 용역 결과에 대한 검증 없이 최종보고회를 열고, 그 뒤에 용역 결과를 검증했다는 얘기다.

최종보고회 뒤에 검증하는 것도 문제지만, 검증심의회 위원 구성도 논란거리다. 검증심의회 위원 7명은 공무원 3명, 시의원 1명, 인천발전연구원 1명, 교수 2명이다. 4명이 민간이어야 하는데, 공무원과 시의원을 제외하면 3명이다. 지방공기업 설립ㆍ운영기준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시는 시의원이 민간인이기에 문제없다고 한다. 해당 시의원 또한 자신을 민간인이라고 했다. 지방의회 의원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 의원이 되고, 이에 따라 지자체로부터 의정비를 지급받는다. 시의원이 민간이라는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앞서 유 시장의 고교 동문이자 측근이 관광공사 설립 추진위원과 설립 심의위원까지 겸하고 있는 게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그런데 여기다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 검증심의회 위원 중 교수 2명이 관광공사 설립 심의위원까지 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짬짜미' 위원 구성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검증심의회, 중기지방재정계획 없는데도 '적정' 의견 표기

시가 공개한 검증심의회 자료를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또 있다. 중기지방재정계획이다. 시가 관광공사 설립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는 과정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게 이 부분이다.

지방공기업법과 지방공기업 설립ㆍ운영기준을 보면, 시는 관광공사 설립 타당성을 검토할 때 중기지방재정계획 심의 내용을 반영해야했다. 그러나 반영하지 못했다. 시는 연구용역보고서에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2016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시가 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으로 확산됐다.

그런데 검증심의회 체크리스트를 보면, 위원 7명 모두 '중기지방재정계획을 바탕으로 가용 투자재원과 향후 5개년 동안의 추세 분석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연구용역보고서에 중기지방재정계획이 없는데도 적정하다는 의견을 표시한 것이다.

또한 시는 관광공사 설립에 따른 공무원 인원 감축이 없다며, '중기기본인력운용계획을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위원 7명 중 3명이 이 계획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시사인천>은 이에 대한 시의 반론과 해명을 관광진흥과에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행자부, "예상매출액 70% 차지하는 면세점 허가 불확실"

한편, 행정자치부는 시의 관광공사 설립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행자부는 우선 "외국인 방문의 관문 역할을 하는 인천시의 환경과 2021년 2200만 명으로 예상되는 방한 관광객을 고려했을 때 공사 설립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유사 기관(=관광공사ㆍ의료관광재단ㆍ국제교류재단) 통합으로 정원 122명을 96명으로 감축(22%)할 경우 예산 13억 원 절감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하지만 행자부는 "도시공사와 통합(=2012년 관광공사와 도시공사 통합)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분리 출범하는 부분에 대한 반대 여론과 비용부담이 있다"며, "특히 (관광공사의) 주력 사업 4개 중 전체 예상매출액의 70%를 차지하는 면세사업의 허가 획득 여부가 불확실하다. 보다 면밀한 사업 실현가능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행자부는 아울러 "기관 3개(=관광공사ㆍ의료관광재단ㆍ국제교류재단) 통폐합에 따른 명확한 업무설계와 수익구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광공사 설립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재검토를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행자부 의견과 별개로 관광공사를 출범시킨다는 것이 시의 방침이다. 5월 중 설립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방침을 결정하고, 6월에 관련 조례와 정관을 제정하고, 7월에 인력과 임원을 선발한 뒤 8월에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응해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오는 19일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서 '관광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토론회'를 열어 행정절차 위반 등을 비판하고 사업 타당성 부재를 부각할 예정이다.

신규철 사무처장은 "행자부가 수익성 담보가 어렵다며 면밀한 재검토를 주문했다. 시는 행자부의 이러한 의견을 설립 심의위와 시의회에 제출해야한다. 관광공사 설립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중기지방재정계획 반영과 도시공사 연결채무 대책 등 법과 절차를 지키고 경상수지를 정확하게 분석해 추진하라는 것이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이다. 행자부의 의견마저 무시하고 강행한다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MICE 산업= 1990년대 후반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와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가 컨벤션 사업을 계기로 경제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면서 등장했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인센티브관광(Incentive), 국제회의(Conference), 전시사업(Exhibition)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에서 첫머리를 딴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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