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시 한 편을 통해 학교교육을 말하다

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를 읽으며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대책에 대해 말하다

등록|2015.05.15 11:29 수정|2015.05.15 11:29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천양희 '단추를 채우면서'

살다 보면 단추를 잘못 채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귀찮다는 이유로 매무새를 다듬지 않는 경우가 있고 단추를 제대로 채우는 방법을 몰라 우물쭈물하는 경우도 있다. 단추를 잘못 채웠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고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 아님에도 잘못 채웠다고 오해를 받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야 어쨌든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화자의 말처럼 신은 호락호락한 삶만을 허락하지 않았나 보다.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화자의 말과도 같이 개인의 의지나 바람과는 별개로 그를 둘러싼 여러 환경이 변수로 작용하기도 하나 보다. 결국 '옷 한 벌 입기 힘든' 세상에서 단추 구멍을 찾으며 삶이라는 숙제에 도전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인가 보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매해 학교를 떠나는 학생이 6만여 명이라 한다. 이 중 대안학교로 발길을 돌리거나 해외로 유학을 가는 등 나름의 길을 걸어가려는 학생들을 제외하더라도 한 해 3만 5천 명 정도가 학교를 떠나고 그에 따른 누적 청소년 숫자가 36만 명이 된다고 한다. 이들을 두고 '학교 밖 청소년'이라 하는데 더욱 놀랄 만한 사실은 소재 파악이 정상적으로 안 되는 청소년이 28만여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시행일 2015.5.29)을 보면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해 '초등학교·중학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 입학한 후 3개월 이상 결석하거나 취학의무를 유예한 청소년', '고등학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서 제적·퇴학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 '고등학교 또는 이와 동일한 과정을 교육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아니한 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학교 밖 청소년'이란 고등학교 이하 아동 중에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 두는 학생이나 아파서 학교를 떠나는 학생, 해외 유학을 가는 학생 등 다양한 사유로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학제 밖의 모든 청소년을 일컫는 표현이다. 결국 똑같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 할지라도 단추가 제대로 채워졌는지 여부를 떠나 단추를 다시 채우려는 학생, 단추를 의도적으로 잘못 채우려는 학생, 단추를 잘 채웠다고 생각했으나 기성세대로부터 'NO'를 들은 학생, 단추를 채우고 싶은 의지가 없이 멍하게 지내고 있는 학생, 단추를 잘못 채웠다는 지적에 따라 조직에서 쫓겨난 학생 등 다양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옷 한 벌 입기가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화자가 말했다. 그만큼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있어서의 '옷 입기'는 더욱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정부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학교 밖 청소년의 인생이 '잘못 채운 첫단추'라는 사회적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잘못 채운 첫단추'로 변질되지 않게, '단추의 구멍찾기'를 통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가능하도록 국가적 책무를 다하려는 차원인 것이다. 이제껏 제도권의 울타리 안에서 교육복지 정책이 펼쳐지다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에게도 눈을 돌린 것으로 경제 불평등뿐만 아니라 교육 불평등 역시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적격의 조치라 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중심축이 되어 교육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작년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었고 이번 달 말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는 터라 이를 바탕으로 5대 중점 추진 과제와 18개 세부 추진 과제를 준비했다.

학업 중단 학생이 많이 발생하는 458개 고등학교를 교육복지 우선 지원 학교로 선정하여 교육복지사를 배치하고 학업 중단 예방 프로그램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으며 거주지가 불분명한 미취학 아동의 소재를 파악하여 아동 학대형 의무교육 이탈 방지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의 발견부터 사후 관리까지 총괄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200개소로 확대하여 유형별 맞춤형 진로지도를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학교 밖 청소년을 위기청소년 특별 지원 대상으로 우선 선정하여 생계비나 치료비, 검정고시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중도입국청소년의 사회 적응 지원책이나 근로 청소년에 대한 복지, 보호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학교 밖 청소년들로 구성된 자문단(50명)을 구성해 정책 수립부터 평가까지 수요 당사자인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환류시스템도 마련할 방침이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미래 사회의 성장 동력이 되도록 추진체를 갖추게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 볼 때 교육복지의 사각지대에 관심을 가진 이번 정책은 환영할 일이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해 문제가 발생한 후 수습을 하는 형태를 벗어나 적극적 발굴을 통해 성장 지원하는 형태로 이행하는 첫 발을 내디딘 것이라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교육철학 없이 중도탈락자를 '막아내어' 학교의 성과를 올리기에 급급한 관리자들에 대한 교육계 전체의 자성도 뒤따라야 한다.

각 부처 간 중복되는 업무를 최소화하고 기관별 특화사업을 구상하는 작업도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업을 모방하기보다 후방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취하되 국가 단위에서 조금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조금 더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의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어떻게 이루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