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오른 한 청년이 있다.
동국대 대학원총학생회 최장훈 회장은 지난달 21일부터 교내에 있는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며 높이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학교에 종단이 개입하는 것과 논문을 표절한 보광스님이 총장이 된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내려올 생각이 없다.
TV, 인터넷으로만 보던 장면을 실제로 보다
처음에 고공농성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놀라기만 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쳤다. 솔직히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대학생이지만 나 살기 바빴다. 내 생활이 우선이었고, 중요했다. 그래서 취재를 간다고 했을 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매체를 통해서만 보던 그 곳에 간다는 게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던 거다. 뜨겁고 더웠던 지난 9일 토요일,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갔다. 동국대 캠퍼스 내에서 걷고, 또 걷다 보니 보광스님이 총장이 된 것을 경축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점점 실감이 났다. 그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니 조명탑이 보였다. 정말이었다. TV와 인터넷으로만 보던 장면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한 학교 내에서 축하와 반대를 하고 있는, 상반된 모습을 동시에 보니 참 기분이 묘했다. 우리가 왔다는 소식에, 최장훈 회장이 얼굴을 보였다. 생각보다 건강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안심했다.
밧줄로 의식주를 해결하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가 점심시간이었다. 밧줄과 연결된 봉지에 음식을 싸서 담는다. 그리고 아래에서 완료했다는 사인을 보내면 위에서 밧줄을 당긴다. 실제로 보고 있으니 신기해서 "우와~" 소리만 나왔다. 이런 식으로 대소변과 옷 등 모든 의식주를 밧줄 하나에 의지한 채, 해결하며 지낸다. 조명탑 안은 두 다리를 쫙 펴지도 못하고, 앉을 때 조금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한다. 조명탑 아래에서 최장훈 회장을 지원해주고 함께 하고 있는 두 학생이 머무는 텐트를 봤을 때, 하나의 살림이 다 차려져 있어 신기했다. 특히 이 장면을 보고 '정말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 하면서 화면상으로만 보던 연예인을 실물로 본 기분이었다.
끝까지 싸운다
동국대 가기 전에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님께서 아시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모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물어봤는데, 직접 현장에 오셨다고 한다. 그때 부모님께서 "내려와서 싸우면 안 되겠니" 라고 하셨단 말에, 가슴이 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담담하게 끝까지 한다고 말한다. 기약 없는 끝임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한다는 말이 슬프고, 아팠다. 정해져 있는 끝이 없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언제 끝날지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서 감히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없었다. 그저 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묵묵히 들어주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뒤돌아 동국대 캠퍼스를 벗어나면서 계속하던 말이 있다. "제발 방학 전에는 끝나기를".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된다. 계속되는 더위와 변덕 부리는 장마 속에서 이 힘든 여정을 버티려면 얼마나 힘들까. 기약 없는 끝이 원망스럽다.
동국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공농성 현장을 보러 가는 길만 해도, 논문 표절을 한 총장 때문에 시작한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계속해서 학교 문제들이 있었는데, 참고 참다가 이번 총장 선임으로 인해 터진 것이다. 여러 파가 나눠지고, 하나의 파가 점령을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어느 새 작은 정치화가 되어 버렸다. 또한 끊임없이 문제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종단개입 등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는 동국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대학교의 실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와 대학교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신경 쓰느라, 정작 안을 잘 돌보지 못하고 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노력하기보다는, 어떻게 숨겨야 할지에 급급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반복되고, 끊이지 않는 것이다.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려고만 하는 정부와 대학교의 태도, 대학생들이 어디까지 더 높이 올라가야 멈출까.
동국대 대학원총학생회 최장훈 회장은 지난달 21일부터 교내에 있는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며 높이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학교에 종단이 개입하는 것과 논문을 표절한 보광스님이 총장이 된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내려올 생각이 없다.
TV, 인터넷으로만 보던 장면을 실제로 보다
처음에 고공농성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놀라기만 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쳤다. 솔직히 크게 와 닿지 않았다. 대학생이지만 나 살기 바빴다. 내 생활이 우선이었고, 중요했다. 그래서 취재를 간다고 했을 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매체를 통해서만 보던 그 곳에 간다는 게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던 거다. 뜨겁고 더웠던 지난 9일 토요일,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갔다. 동국대 캠퍼스 내에서 걷고, 또 걷다 보니 보광스님이 총장이 된 것을 경축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점점 실감이 났다. 그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니 조명탑이 보였다. 정말이었다. TV와 인터넷으로만 보던 장면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한 학교 내에서 축하와 반대를 하고 있는, 상반된 모습을 동시에 보니 참 기분이 묘했다. 우리가 왔다는 소식에, 최장훈 회장이 얼굴을 보였다. 생각보다 건강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안심했다.
밧줄로 의식주를 해결하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가 점심시간이었다. 밧줄과 연결된 봉지에 음식을 싸서 담는다. 그리고 아래에서 완료했다는 사인을 보내면 위에서 밧줄을 당긴다. 실제로 보고 있으니 신기해서 "우와~" 소리만 나왔다. 이런 식으로 대소변과 옷 등 모든 의식주를 밧줄 하나에 의지한 채, 해결하며 지낸다. 조명탑 안은 두 다리를 쫙 펴지도 못하고, 앉을 때 조금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한다. 조명탑 아래에서 최장훈 회장을 지원해주고 함께 하고 있는 두 학생이 머무는 텐트를 봤을 때, 하나의 살림이 다 차려져 있어 신기했다. 특히 이 장면을 보고 '정말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 하면서 화면상으로만 보던 연예인을 실물로 본 기분이었다.
끝까지 싸운다
동국대 가기 전에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님께서 아시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모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물어봤는데, 직접 현장에 오셨다고 한다. 그때 부모님께서 "내려와서 싸우면 안 되겠니" 라고 하셨단 말에, 가슴이 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담담하게 끝까지 한다고 말한다. 기약 없는 끝임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한다는 말이 슬프고, 아팠다. 정해져 있는 끝이 없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언제 끝날지 장담하지 못한다. 그래서 감히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없었다. 그저 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묵묵히 들어주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뒤돌아 동국대 캠퍼스를 벗어나면서 계속하던 말이 있다. "제발 방학 전에는 끝나기를".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된다. 계속되는 더위와 변덕 부리는 장마 속에서 이 힘든 여정을 버티려면 얼마나 힘들까. 기약 없는 끝이 원망스럽다.
동국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공농성 현장을 보러 가는 길만 해도, 논문 표절을 한 총장 때문에 시작한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계속해서 학교 문제들이 있었는데, 참고 참다가 이번 총장 선임으로 인해 터진 것이다. 여러 파가 나눠지고, 하나의 파가 점령을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어느 새 작은 정치화가 되어 버렸다. 또한 끊임없이 문제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종단개입 등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는 동국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대학교의 실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와 대학교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신경 쓰느라, 정작 안을 잘 돌보지 못하고 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노력하기보다는, 어떻게 숨겨야 할지에 급급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반복되고, 끊이지 않는 것이다.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려고만 하는 정부와 대학교의 태도, 대학생들이 어디까지 더 높이 올라가야 멈출까.
덧붙이는 글
http://monthlyuniv.tistory.com , facebook.com/gobaluniv (이 두군데에도 곧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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