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아베 역사왜곡과 닮았다
[주장] 정작 국민 통합 저해한 건 국가보훈처의 합창 방식 고수
노래에는 힘이 있다.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노래 하나가 사람들을 둘로 나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노래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입장이 분열을 만들어냈다. 5.18을 상징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이야기다.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는 이유를 들며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며 합창 방식을 선택했다(관련 기사 : 보훈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국민통합 저해").
여기에 작사가인 황석영씨가 1990년대 방북 경력이 있다는 이유도 추가로 제기됐다. 그러나 노래가 처음 등장한 건 1981년이고, 노래가 북한영화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황 씨가 방북한 시기는 그 이후의 일이다. 보훈처의 설명이 동의되지 않는 배경이다.
사실 이 노래는 1997년 5.18 민주화운동이 정부 공식 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2008년까지만 해도 제창 형식으로 불려졌다. 이후 일부 보수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부터 합창 방식으로 변경됐다. 10년 넘게 5.18 정신이 내재된 의미로 불러왔던 노래의 가치가 한순간에 격하된 것이다.
분열 자초한 국가보훈처의 합창 방식
지금까지 많은 5.18 관련 단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시 제창 방식을 돌리기를 요구했다. 또 2013년엔 국회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문'을 결의하며 정부의 행사 진행 방식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국가보훈처는 합창 방식을 고수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본의 역사왜곡과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흠집 내기는 유사한 부분이 있다. 아베 내각이 기존 과거 정권의 입장(고노담화, 무라야마 담화)을 따르지 않듯 현 정부와 MB 정부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입장을 계승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애매한 단어들을 교묘하게 이용해 위안부에 대한 사과 및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금 보훈처가 하고 있는 행동도 그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노래의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북한의 기록영화에 음악으로 사용, 작사가의 방북 행적)에 천착하는 모습은 아베내각이 위안부 문제의 중심이 아닌 주변(위안부 동원방식, 다른 국가의 위안부 설치 유무 비교)만을 강조하는 모습과 비교된다. 당사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두 사안은 또한 닮았다.
아베의 역사왜곡이 한일관계를 갈라놨듯, 국가보훈처의 결정도 정부와 광주시민 사이에 분열을 일으켰다. 정부 주관 5.18 기념행사와 별도로 시민·사회단체는 옛 전남도청 앞에서 자체 행사를 열었다. 정부 행사와 분리되어 진행된 지 올해로 3년째다. 국가보훈처는 국민통합을 이유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막았다고 했지만 사실상 국민통합을 막은 건 국가보훈처의 결정이었던 셈이다.
올해도 반쪽짜리 행사, 가장 큰 문제는 박 대통령의 불참
눈여겨볼 부분은 정부행사에서 여야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노래를 따라 불렀지만, 국무총리 대행 자격으로 온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합창 방식이기 때문에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건 자유다. 그러나 이미 논란이 부각된 만큼 정부행사에서조차 참석자들이 노래를 부르는 데 있어 제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보훈처가 강조한 통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행진곡 논란에 대해 "북한에서 악용되었다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박근혜 정부는 5.18의 위대한 역사를 지우려고 한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의 행사 불참이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공백 여파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대행으로 참석했지만 중량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였던 2013년에만 기념식에 참석했고, 지난해에는 총리가 대신했다. 백번 양보해 보훈처의 입장처럼 국민통합이 우선시됐다고 치자. 그렇다면 노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1990년생인 내게 <임을 위한 행진곡>은 낯선 노래다. 이번 논쟁을 계기로 노래를 찾아 들어봤다. 도대체 가사의 어떤 부분이 북한과 연결된다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작사·작곡가의 정치적 문제라면 애국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지 않은가? 애국가의 작사가인 안익태가 친일을 한 정황이 있고, 작사가로 유력한 윤치호가 명백한 친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애국가는 애국가일 뿐이다. 동일한 이유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돼야 한다.
국가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는 이유를 들며 국민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며 합창 방식을 선택했다(관련 기사 : 보훈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국민통합 저해").
여기에 작사가인 황석영씨가 1990년대 방북 경력이 있다는 이유도 추가로 제기됐다. 그러나 노래가 처음 등장한 건 1981년이고, 노래가 북한영화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고 황 씨가 방북한 시기는 그 이후의 일이다. 보훈처의 설명이 동의되지 않는 배경이다.
사실 이 노래는 1997년 5.18 민주화운동이 정부 공식 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2008년까지만 해도 제창 형식으로 불려졌다. 이후 일부 보수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부터 합창 방식으로 변경됐다. 10년 넘게 5.18 정신이 내재된 의미로 불러왔던 노래의 가치가 한순간에 격하된 것이다.
분열 자초한 국가보훈처의 합창 방식
▲ '임을 위한 행진곡' 나란히 제창한 김무성·문재인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국무총리 직무대행으로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제창을 하진 않았다. ⓒ 남소연
지금까지 많은 5.18 관련 단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시 제창 방식을 돌리기를 요구했다. 또 2013년엔 국회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문'을 결의하며 정부의 행사 진행 방식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국가보훈처는 합창 방식을 고수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본의 역사왜곡과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흠집 내기는 유사한 부분이 있다. 아베 내각이 기존 과거 정권의 입장(고노담화, 무라야마 담화)을 따르지 않듯 현 정부와 MB 정부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입장을 계승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애매한 단어들을 교묘하게 이용해 위안부에 대한 사과 및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금 보훈처가 하고 있는 행동도 그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노래의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북한의 기록영화에 음악으로 사용, 작사가의 방북 행적)에 천착하는 모습은 아베내각이 위안부 문제의 중심이 아닌 주변(위안부 동원방식, 다른 국가의 위안부 설치 유무 비교)만을 강조하는 모습과 비교된다. 당사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두 사안은 또한 닮았다.
아베의 역사왜곡이 한일관계를 갈라놨듯, 국가보훈처의 결정도 정부와 광주시민 사이에 분열을 일으켰다. 정부 주관 5.18 기념행사와 별도로 시민·사회단체는 옛 전남도청 앞에서 자체 행사를 열었다. 정부 행사와 분리되어 진행된 지 올해로 3년째다. 국가보훈처는 국민통합을 이유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막았다고 했지만 사실상 국민통합을 막은 건 국가보훈처의 결정이었던 셈이다.
올해도 반쪽짜리 행사, 가장 큰 문제는 박 대통령의 불참
▲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별도의 5·18 3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5·18유가족회 등 5월 관련 3개단체,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가 개최한 기념식에는 5·18 유가족, 시민, 세월호 유가족, 정치인 등 1천여 명이 참석했다. ⓒ 강성관
눈여겨볼 부분은 정부행사에서 여야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노래를 따라 불렀지만, 국무총리 대행 자격으로 온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합창 방식이기 때문에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건 자유다. 그러나 이미 논란이 부각된 만큼 정부행사에서조차 참석자들이 노래를 부르는 데 있어 제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보훈처가 강조한 통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행진곡 논란에 대해 "북한에서 악용되었다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박근혜 정부는 5.18의 위대한 역사를 지우려고 한다"며 비판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의 행사 불참이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공백 여파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대행으로 참석했지만 중량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였던 2013년에만 기념식에 참석했고, 지난해에는 총리가 대신했다. 백번 양보해 보훈처의 입장처럼 국민통합이 우선시됐다고 치자. 그렇다면 노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1990년생인 내게 <임을 위한 행진곡>은 낯선 노래다. 이번 논쟁을 계기로 노래를 찾아 들어봤다. 도대체 가사의 어떤 부분이 북한과 연결된다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작사·작곡가의 정치적 문제라면 애국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지 않은가? 애국가의 작사가인 안익태가 친일을 한 정황이 있고, 작사가로 유력한 윤치호가 명백한 친일을 저질렀다고 해도 애국가는 애국가일 뿐이다. 동일한 이유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돼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송락규 기자가 활동하는 팀블로그 별밤(http://byulnigh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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