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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춤을 출거예요, 춤이 좋으니까요"

[그림책이 건네는 세상살이 이야기10] 강경수의 <춤을 출거예요>

등록|2015.05.20 10:04 수정|2015.05.20 10:04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찌개,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거실 소파에 누워 쉬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책은 그림책입니다. 그래서 혼자 저녁으로 김치찌개를 먹고, 거실 소파에 누워서 그림책을 읽고 있는 시간은 참 행복한 시간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똑 부러지게 이야기할 수 없으면서도,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 알지 못하면서도 그저 행복을 위해 무작정 달려갑니다.

<파랑새>로 노벨 문학상의 명예를 얻은 마테롤링크는 작품을 통해 참된 의미의 행복은 많은 사람들이 쫓아가고 있는 부나 명예, 외면적 아름다움에 있지 않고 우리 가까이에 있는 가족 안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세계를 정복하고 권력을 잡았던 나폴레옹은 사치한 생활 속에서 행복을 구하는 것은 마치 태양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빛이 비치기를 기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우리 시대 철학자이며 소설가인 스위스의 작가 알랭드 보통은 "우리는 행복이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재료와 힘을 내면에 지니고 있으면서도 기성품의 행복만을 찾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모두 행복이란 타인에 의해서, 주어진 환경에 의해서, 혹은 힘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찾는 행복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요?

<춤을 출 거예요>강경수/그림책공작소 ⓒ 최혜정

강경수의 <춤을 출 거예요>는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아주 명확하게 이야기 해줍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발레복을 입은 사랑스런 소녀입니다. 그림책 표지부터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찡그리거나 울지 않고 끊임없이 계속해서 웃는 소녀입니다. 소녀는 "지금 춤을 출 거예요"라고 말을 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거실에서, 거실을 지나 집 밖에서, 숲을 지나 강 위에서, 빗속에서 계속해서 춤을 춥니다. 바람 속에서도 폭풍 속에서도 춤을 춥니다.

그러나 그림에서 벗어나 그림책의 글을 다시 자세히 보면 "춤을 춥니다"라고 하지 않고 "춤을 출 거예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열심히 춤을 출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림책의 그 다음 장면은 "그러다보면"이라고 말하며 잠시 숨고르기를 합니다. 춤을 추고 또 추고 또 추며 그러다 보면 어떻게 될까요? 다음 장을 넘기면 소녀는 커다란 무대에서 수많은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소녀의 꿈을 훔쳐 본 것입니다.그림책의 장면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 소녀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춤을 출거예요. 춤이 좋으니까요."

아주 짧은 이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알아야할 행복의 비밀이 선명하게 담겨 있습니다. 행복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면 쏟아지는 빗줄기도 무섭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도 폭풍우도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입시지옥, 청년실업... 우울하고 어두운 현실은 꿈을 좇아 달려가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꿈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묻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행복해지려면 가던 길을 멈추고 큰 숨 한 번 쉬고, 비를 맞으면서도 폭풍우 속에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행복이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요.

상처투성이에 일그러지고 변형된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축구선수 박지성의 발, 피겨 여왕 김연아의 발은 "춤을 출거예요" 미소 지으며 꿈을 향해 달리는 행복한 발레리나 소녀의 미래입니다.

이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최고로 행복해지는 방법이 거기에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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