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집, 병원, 신문... '함께' 못할 일 없습니다
[서평] 사회적 경제 사례 엮은 <사회적 경제의 발견>
자유시장 경제의 시대인 오늘날, 이 사회의 개인으로서 살아가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어느 것 하나도 소비자(혹은 노동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형편이 어려운 경우 생존의 위기까지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정작 국민 대다수인 서민에게 '경제'라는 단어는 곧 '팍팍한 현실'로 체감되곤 한다.
사회적 경제 사례 모아 엮은 책
<사회적 경제의 발견>은 사회적 경제의 사례를 모아 엮은 책이다. 먹고, 일하고, 배우고, 알리는 등 일상의 많은 부분이 다른 방식으로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동 육아, 마을 의료, 공정 여행, 지역 금융, 협동 장례와 일자리까지 그 내용과 적용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
아이를 돌보며 종일을 보내는 주부에게 육아는 큰 고민일 수 있다. 어린이집은 비용과 더불어 가정마다 다른 특수 상황 때문에 망설여질 수 있다. 본문에서 언급된 '공동 육아 어린이집'은 쉽지 않은 발상을 현실로 옮긴 예다. 학부모가 직접 150만 원씩 출자금을 모아 교외의 주택을 임대해 '모여라 어린이집'을 개원한 것.
운영 초기부터 현재까지 교사, 상담사, 요리사로 일했던 사람들이 번갈아 재능 기부로 아이들을 돌봤다고 한다. 부모가 직접 보육 교사가 되기 때문에 이웃의 자녀가 아토피나 장애가 있는 경우도 특별히 신경 쓸 수 있다.
시내에서 떨어진 곳이라서 등·하원도 학부모가 돌아가며 차로 태워가며 했다고 한다. 책은 13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이 성장해 운영 교사들도 바뀌었지만, 더 발전된 형태로 운영 중이라는 소식도 덧붙인다.
지역 신문의 성공적 사례 <옥천신문>도 눈에 띈다. 구독료와 광고료, 지역신문발전기금만으로 운영하는 빠듯한 살림이지만, 순수 유류 부수 비율이 73%에 달해 '옥천의 <조선일보>'로 불릴 정도라고 한다.
본문은 그 비결을 철저히 지역의 소식 위주로 꼼꼼히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전한다. 독자들이 믿고 보면서 구독료를 내고, 이를 토대로 눈치 보지 않고 독자를 위한 기사를 쓰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보육과 교육, 주거와 장례까지
본문에서 인용하는 사회적 경제의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지역 신문과 더불어 '공동 육아 어린이집', '배우다 마을', 공정 여행을 위한 '너나드리 협동조합', 장례를 간소하게 치를 수 있도록 돕는 '한겨레 두레 협동조합' 등이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신선하고 안전하게 공급받는 '옥천 살림 협동조합', 동네 주치의 시설 '민들레 의료 복지 사회적 협동조합', 도시락 공급업체 '즐거운 밥상'도 그 내용이 흥미롭다. 식생활과 의료 문제도 지역에서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으며, 운영이 투명하기 때문에 믿고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즐거운 밥상'의 경우 독거 노인에게 무료로, 인근 예비군 훈련장에는 값싸면서도 알뜰한 도시락을 공급한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며 노동자들이 민주적 표결로 대표를 뽑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또한 대표와 직원의 임금이 2배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끊임 없이 조율하는 과정에서 '권위'보다 '평등'을 추구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민달팽이 주택 협동조합'도 있다. 학생 수용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대학 기숙사 문제를 고심하던 '민달팽이 유니온'으로 시작한 단체다. 현재는 학생을 포함한 청년 주거 실태를 종합적으로 조사해 '소셜하우징 융자 사업'을 통해 사회적 주택 공급 운동을 벌이고 있다. 보증금을 마련할 돈이 없더라도 조합원으로 꾸준히 활동하면 거주가 가능한 집을 운영하는 것이다.
'한겨레 두레 협동조합'은 장례 비용의 간소화를 목적으로 삼았다. 본문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10년 조합원 모집을 시작으로 뒷돈과 폭리 구조를 근절한 장사 물품 서비스와 직거래 공동구매 시스템을 구축했다. 장례 일꾼과의 상담으로 장례식 일정을 조율하고, 물품을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어 형편에 맞게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투명하게 비용을 처리해 거품을 제거한 것이다.
해답은 '협동조합'과 '이웃'에 있다
<사회적 경제의 발견>에 실린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는 점과, '이웃'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본문에서 거론된 대부분의 단체는 비교적 소액의 출자금과 개인의 모임에서 출발했다. 사소한 다툼과 이견도 발생하지만, 균등한 이익분배, 수평적인 의견 나눔으로 극복했다고 한다. 이는 지역의 이웃이라는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삶의 다양한 요소들이 '경쟁 구도' 바깥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문에 등장하는 많은 '협동조합'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시장 경제 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도 충족될 수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로컬 푸드, 대안 의료, 적정 기술, 신용 조합 등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보고 들었던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경제의 발견>은 이론이 아닌 실제 현장의 목소리와 구체적인 예시로 '사회적 경제'의 의미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사회적 경제의 방식은 구매와 소비로 일관하는 기존의 경제 개념보다 오히려 더욱 끈끈한 지역 정체성의 확립을 돕는 긍정적 영향으로 꼽힌다.
상호성, 신뢰와 자연주의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더욱 안정된 순환 구조를 보여주는 것으로 <사회적 경제의 발견>은 신선한 정보를 전달한다. 개인의 삶 속에서 직접 구현하는 사회적 경제는 '신속'과 '편리'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발생하는 단점들을 보완할 대안일지도 모른다.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사례가 들려주는 교훈은, 그 대안이 고개만 돌리면 '발견'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형편이 어려운 경우 생존의 위기까지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정작 국민 대다수인 서민에게 '경제'라는 단어는 곧 '팍팍한 현실'로 체감되곤 한다.
사회적 경제 사례 모아 엮은 책
▲ <사회적 경제의 발견> ⓒ 포도밭출판사
아이를 돌보며 종일을 보내는 주부에게 육아는 큰 고민일 수 있다. 어린이집은 비용과 더불어 가정마다 다른 특수 상황 때문에 망설여질 수 있다. 본문에서 언급된 '공동 육아 어린이집'은 쉽지 않은 발상을 현실로 옮긴 예다. 학부모가 직접 150만 원씩 출자금을 모아 교외의 주택을 임대해 '모여라 어린이집'을 개원한 것.
운영 초기부터 현재까지 교사, 상담사, 요리사로 일했던 사람들이 번갈아 재능 기부로 아이들을 돌봤다고 한다. 부모가 직접 보육 교사가 되기 때문에 이웃의 자녀가 아토피나 장애가 있는 경우도 특별히 신경 쓸 수 있다.
시내에서 떨어진 곳이라서 등·하원도 학부모가 돌아가며 차로 태워가며 했다고 한다. 책은 13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이 성장해 운영 교사들도 바뀌었지만, 더 발전된 형태로 운영 중이라는 소식도 덧붙인다.
지역 신문의 성공적 사례 <옥천신문>도 눈에 띈다. 구독료와 광고료, 지역신문발전기금만으로 운영하는 빠듯한 살림이지만, 순수 유류 부수 비율이 73%에 달해 '옥천의 <조선일보>'로 불릴 정도라고 한다.
본문은 그 비결을 철저히 지역의 소식 위주로 꼼꼼히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전한다. 독자들이 믿고 보면서 구독료를 내고, 이를 토대로 눈치 보지 않고 독자를 위한 기사를 쓰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보육과 교육, 주거와 장례까지
본문에서 인용하는 사회적 경제의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지역 신문과 더불어 '공동 육아 어린이집', '배우다 마을', 공정 여행을 위한 '너나드리 협동조합', 장례를 간소하게 치를 수 있도록 돕는 '한겨레 두레 협동조합' 등이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신선하고 안전하게 공급받는 '옥천 살림 협동조합', 동네 주치의 시설 '민들레 의료 복지 사회적 협동조합', 도시락 공급업체 '즐거운 밥상'도 그 내용이 흥미롭다. 식생활과 의료 문제도 지역에서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으며, 운영이 투명하기 때문에 믿고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즐거운 밥상'의 경우 독거 노인에게 무료로, 인근 예비군 훈련장에는 값싸면서도 알뜰한 도시락을 공급한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며 노동자들이 민주적 표결로 대표를 뽑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또한 대표와 직원의 임금이 2배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끊임 없이 조율하는 과정에서 '권위'보다 '평등'을 추구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민달팽이 주택 협동조합'도 있다. 학생 수용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대학 기숙사 문제를 고심하던 '민달팽이 유니온'으로 시작한 단체다. 현재는 학생을 포함한 청년 주거 실태를 종합적으로 조사해 '소셜하우징 융자 사업'을 통해 사회적 주택 공급 운동을 벌이고 있다. 보증금을 마련할 돈이 없더라도 조합원으로 꾸준히 활동하면 거주가 가능한 집을 운영하는 것이다.
'한겨레 두레 협동조합'은 장례 비용의 간소화를 목적으로 삼았다. 본문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10년 조합원 모집을 시작으로 뒷돈과 폭리 구조를 근절한 장사 물품 서비스와 직거래 공동구매 시스템을 구축했다. 장례 일꾼과의 상담으로 장례식 일정을 조율하고, 물품을 맞춤형으로 선택할 수 있어 형편에 맞게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투명하게 비용을 처리해 거품을 제거한 것이다.
해답은 '협동조합'과 '이웃'에 있다
▲ 민달팽이집 1호 201호 203호에는 각각 2명, 3명 총 5명의 조합원이 살고 있다. 사진은 방의 모습. ⓒ 민달팽이유니온
<사회적 경제의 발견>에 실린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는 점과, '이웃'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본문에서 거론된 대부분의 단체는 비교적 소액의 출자금과 개인의 모임에서 출발했다. 사소한 다툼과 이견도 발생하지만, 균등한 이익분배, 수평적인 의견 나눔으로 극복했다고 한다. 이는 지역의 이웃이라는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삶의 다양한 요소들이 '경쟁 구도' 바깥에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본문에 등장하는 많은 '협동조합'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시장 경제 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도 충족될 수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로컬 푸드, 대안 의료, 적정 기술, 신용 조합 등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보고 들었던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경제의 발견>은 이론이 아닌 실제 현장의 목소리와 구체적인 예시로 '사회적 경제'의 의미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사회적 경제의 방식은 구매와 소비로 일관하는 기존의 경제 개념보다 오히려 더욱 끈끈한 지역 정체성의 확립을 돕는 긍정적 영향으로 꼽힌다.
상호성, 신뢰와 자연주의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더욱 안정된 순환 구조를 보여주는 것으로 <사회적 경제의 발견>은 신선한 정보를 전달한다. 개인의 삶 속에서 직접 구현하는 사회적 경제는 '신속'과 '편리'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발생하는 단점들을 보완할 대안일지도 모른다.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사례가 들려주는 교훈은, 그 대안이 고개만 돌리면 '발견'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사회적 경제의 발견>(충남연구원 지음/ 포도밭출판사/ 2015. 5. 1./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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