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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반성문' 윤장현 모르쇠에 시민사회 부글부글

광주시장, 사과 요구에 묵묵부답... 시민사회 "반드시 책임 묻겠다"

등록|2015.05.27 17:16 수정|2015.05.27 20:44

▲ 윤장현(사진 왼쪽에서 다섯 번째) 광주광역시장이 20일 발표한 <열린 5·18로 당당하게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의 5·18 메시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지만, 윤 시장은 묵묵부답이다. 사진은 지난 18일 광주 운정동 5·18국립묘지에서 열린 35주년 기념식 모습. ⓒ 광주광역시


뜬금없는 5·18 메시지를 발표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대시민 사과' 요구를 받고 있는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광주 정신을 입에 달고 사는 '시민시장'이 사과는커녕 이렇게 오만하고 비겁할 수 있느냐"라면서 "반드시 사과받고 책임을 묻겠다"라고 벼르고 있다(관련기사 : 뜬금없는 광주시장 메시지... "김무성에 보낸 사과문").

윤장현 시장이 '김무성 반성문' 논란에 묵묵부답인 데다 사과 요구를 묵살하고 있어 논란을 더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는 1인시위 등 다양한 항의 방식을 검토 중이다.

문제가 된 메시지는 윤장현 시장이 지난 20일 5월 들어 두 번째로 발표한 '열린 5·18로 당당하게 나아갑시다'라는 보도자료다. 윤 시장은 지난 17일 금남로에서 열린 5·18전야제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시민들의 항의에 퇴장한 것을 두고 "옥에 티"라며 "이번 일은 5·18이 배타성과 지역성에서 벗어나야 함을 일깨워주고 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윤장현 시장, 대시민 메시지를 '가볍게 큰 의미 없이' 발표?

지역에서는 "5월을 배타성과 지역성에 갇히게 한 것은 박근혜 정권과 김무성 대표 등 집권여당 세력이다, 사과는 김무성 대표가 해야 하는 것이다", "'대시민 메시지'가 아니라 '대시민 질책'이고 사실상 김무성 대표에게 보내는 반성문이다"라는 비판이 비등하다.

이런 비판과 사과 요구를 뒤로 한 채 23일 일본으로 출국(27일 오후 입국)한 윤 시장은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시장의 속내를 정확히 아는 보좌진도, 공식적으로 대응책을 논의한 바도 없다. 박용수 비서실장은 지난 23일 전화통화에서 "(시장은) 특별한 말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박 실장은 입장 표명이나 대응책 논의 여부에 대해 "그걸 어떻게 저희들이 하느냐"라고 반문하면서 "글쎄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는 '문제 될 일이 아니'라는 윤 시장의 입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불거진 후 윤 시장이 한 측근에게 했던 말에서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지난 26일 저녁 이 측근이 전한 윤 시장의 반응이다.

"그냥 광주를 대표해서 '오픈 마인드'를 갖자는 생각을 가볍게 했는데…. 파장이 큰 것 같다. 별다르게 큰 의미를 부여해서 한 말이 아닌데 사람들이 오해를 한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큰 의미 없이 한 말'을 시민·사회단체가 오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수롭지 않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할 말을 잃게 한다" "어처구니없다, 이게 시장이 할 소리냐"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5월을 팔아먹기만 한 정치인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말"이라는 거친 반응도 나온다.

나기백 참여자치21 전 대표는 "스스로 '광주를 대표한다'는 시장이 대국민 메시지를 가볍게 여기고, 그것도 엉뚱하게 사과를 받아야 할 김무성 대표에게 사과하고 되레 시민을 꾸짖는 메시지를 발표했다"라면서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게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겁하게 모르쇠로 가겠다는 것 아니겠느냐, '가볍게 큰 의미 없이' 메시지를 발표했다는 것이 진심이라면 정말 심각하다"라고 비판했다.

"말로만 '광주정신' 운운한 사람들 한계 드러낸 말"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가벼운 마음? (그런 마음으로) 광주를 팔아버렸던 것이냐"라며 "가볍게 한 것이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이고 계획적이다, 말도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상임대표는 "시민을 대표해 앞장서서 시민의 명예를 지켜야 할 시장이, 지역 현안으로 해야 할 일이 있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비열한 저자세를 취할 수 있느냐"라고 힐난했다. 그는 "용납할 수 없다,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겠다"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말로만 '5월, 광주정신' 운운하는 사람들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말이다"라면서 "시장으로서 기본적 자세도 없는 사람이다, 책임 회피하지 말고 시장부터 당당하게 우리를 설득해 보라, 왜 그랬는지"라고 따져 물었다.

오승용 전남대 5.18 연구소 교수는 "기자간담회나 행사 발언 도중에 한 말도 아니고 공식적인 형식을 갖춰서 발표한 메시지를 '가볍게 생각했다'면 그 자체가 문제"라면서 "자신의 메시지가 맞다고 생각하고, 대꾸하고 맞대응하기 싫다는 의미인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앞서 인터뷰한 한 측근은 "메시지와 관련한 말을 나눈 적이 없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라면서 "(시장의 의중을) 정확히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올해 5월 상황이 좋은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전략적·정치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부족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 18일 옛 전남도청에서 5월 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주관한 35주년 5·18기념식에 이어, 마지막 5·18기념행사인 옛 전남도청 앞 부활제(27일 오후 열릴 예정)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이날 일본 일정을 마치고 입국하는 윤 시장은 국비 확보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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