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개의 호수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전경... ⓒ 정현순
"형님은 폴리트비체와 라스토게 중 어디가 더 괜찮은 것 같아요? 전 여기 라스토케가 더 좋은데..."
"그러게 폴리트비체는 거기대로 웅장한 맛이 있고 라스토케는 아늑하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데..."
올케가 질문을 하기 전까지는 난 아무 생각도 없었다. 올케의 질문에 나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올케는 두 곳 중 라스토케가 더 마음에 드는가보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되었다는 폴리트비체는 큰 기대를 하고 갔다. 하지만 홍수의 후유증으로 길이 막혔고 발이 물에 빠졌을 땐 좋다는 느낌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꼭 봐야하는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던 곳이 두 군데나 되었다.
천사의 머릿결이란 뜻을 가진 라스토케에는 우리의 농촌에서 볼 수 있었던 방앗간도 있었다. 마을의 이름에 걸맞게 천사가 우리를 맞이해주어 마치 동화 속으로 풍덩 빠진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라스토케는 크고 작은 폭포수가 쏟아지고 있고 폴리트비체의 작은 호수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 자다르의 바다오르간...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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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들려주는 소리, 바다의 오르간바다의 크고 작은 움직임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바다의 오르간이 있는 자다르 ⓒ 정현순
그날의 일정이 빡빡하다는 말에 다른 날보다 1시간 일찍 숙소에서 출발했다. 첫 행선지는 바다가 들려주는 음악이 있다는 자다르였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바다가 들려주는 바다오르간이 있는 곳이다. 상상이 잘 가질 않았다. 도착해보니 바다 오르간에서는 잔잔한 선율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정말 신기했다.
파란 하늘과 바닷가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이 편안함을 주었다. 일행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여행의 고단함을 달래고 있는 듯했다. 한동안 앉아 있더니 그중 한명이 물었다.
"이거 우리나라에도 갖다 쓰면 안 되나요?"
"그냥 갖다 쓰다가는 정말 큰일 납니다. 이렇게 유명한 것을 그냥 갖다 쓰다가는 국제적으로 망신당하지요. 지적자산권이란 것이 있잖아요."
"아 그런가?"
그곳의 사람들도 가족단위로, 혹은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며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곳은 평화 그 자체처럼 보였다. 잠시 산책길에서 만난 크고 작은 돌들이 전시되어있는 듯했다. 그 돌들은 모두 귀중한 유적이라 아주 소중하게 보관하는 중이라고 했다. 어떤 돌이 어떤 모습으로 맞추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귀하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 많이 부러웠다.
한동안 그곳에서의 편안한 시간을 마치고 송어구이로 점심을 해결했다. 그리곤 그렇게 기대하고 고대했던 폴리트비체로 향했다. 자다르에서 3시간을 달려 폴리트비체의 호수공원에 도착했다. 크로아티아 국립공원 중 가장 아름답고 수많은 폭포로 연결되는 16개의 호수가 있다고 한다. 또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 떨어진 사다리를 건너간 그곳을 다시 건너오는 모습심한 홍수의 후유증으로 물이 넘치고있는 폴리트비체 ⓒ 정현순
▲ 발이 젖어 양말과 신발을 벗은 모습... ⓒ 정현순
"모두 되돌아가세요. 길이 막혀서 더 이상 갈수가 없고 위험하답니다."
바닥에 쓰러져진 사다리를 딛고 겨우 건넜는데 돌아가라는 가이드의 말이 들려왔다. 그래도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척 아쉬웠다. 벌써 두 번째였다. 그해 장마가 심했다고 하더니 그런 물난리가 났다고 한다. 신이 내려준 선물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은 웅장한 아름다움이 있는 폴리트비체.
16곳의 호수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폭포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리는 시원함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가 있을까? 두 번째는 볼 수있겠지 했지만 신발까지 젖어 양말까지 벗고 다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될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하더니 과연 그럴만 했다.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폭포수가 폴리트비체의 정적을 깼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그곳의 풍경을 사진기에 담기에 바쁘다. 호수와 폭포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풍광은 눈을 즐겁게 만들어줬다. 16개의 호수에서 떨어지는 멋진 폭포와 어울리게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에메랄드빛 녹색의 호수가 주변의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장엄함도 느껴졌다.
가이드의 안내로 절경이 있다는 곳으로 향했지만 홍수의 여파로 그곳으로 가는 길은 차단이 되었다. 낭떠러지 같은 위험함이 도사리고 있어 오던 길을 되돌아가야만 했다. 그렇게 두 군데의 길이 모두 차단된 것이다. 젖은 발을 잠시 말리고 동력선을 탔다.
전기를 이용한 동력선을 운행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자연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전기 동력선이라 속도가 무척 느렸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치약과 샴푸, 린스를 가지고 가기는 처음이었던 같다. 그곳은 자연보호를 위해 대부분의 숙박업소에서는 일회용품의 사용이 금지 되어있기도 했다.
폴리트비체의 물가에서는 송어들이 떼를 지어 유유 자작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가하면 숙소 앞에 있는 바닷가에서도 물고기들이 노는 것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조금 과장된 표현하면, 물은 마셔도 될 만큼 깨끗했다. 그들의 그런 노력의 결과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주 천천히 가는 통통배 같은 분위기이지만 주변의 풍경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색깔의 원앙새가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로 배 옆으로 와서 한가로움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느려도 아주 느렸지만 누구 하나 불평을 하지 않았다.
▲ 작은 폴리트비체라고 하는 라스토케의 전경.. ⓒ 정현순
▲ 천사의 머릿결이라는작은 마을 라스토케의 모습... ⓒ 정현순
▲ 얇고 바삭바삭 맛있는 피자와 커피... ⓒ 정현순
아기자기한 동화마을인 라스토케에 도착했다. 크고 작은 폭포수가 가히 작은 폴리트비체란 말이 어울렸다. 폴리트비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곳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새 저녁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둠이 짙어질까봐 부지런히 아기자기하고 푸근한 풍경을 감상하면서 산책에 나섰다.
작지만 정갈하고 정리가 잘된 모습의 마을이 인상적이었다. 이동식 화장실 여러 개가 자리한 것을 볼 때 관광객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동식 화장실 주변은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가 잘 돼 있었다. 작은 마을이라 산책코스는 그다지 길지 않았다.
그곳의 커피 맛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우리가 들어간 찻집에서는 피자도 함께 팔고 있었다. 피자를 주문을 했지만 우리나라처럼 빨리 나오지는 않았다. 느긋한 것도 좋지만 정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럴 때에는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다.
우린 늦게 나온 피자를 다 먹을 수가 없어 옆에 있던 다른 일행들과 나누어 먹고 숙소로 출발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올케의 말처럼 폴리트비체도 좋지만 작고 아담하고 푸근한 라스토케가 더욱 인상이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폴리트비체와 라스토케는 신이 내려준 소중한 선물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2014년 10월26일~ 2014년 11월2일 발칸4국을 여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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