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NC 다이노스의 기세가 무섭다. 5월에만 16승을 기록하며 1위 팀을 바짝 쫓고 있다. 대구 출생인 나는 프로 야구 원년부터 연고지 팀을 응원하고 있지만, 1군 리그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는 NC의 선전은 야구 팬으로서 전율을 느끼게 할 만하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올 시즌 개막 전 NC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기에 반전과 반등의 매력은 배가된다. 화려한 성적의 중심에는 이호준이 있다. 만 39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타격 각 분야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데, 지난해 기준 33시즌 동안 우리 나이로 40세까지 현역으로 뛴 타자는 20명뿐이고 그 중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는 7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호준이 걸출한 존재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유행가 가사처럼 '내 나이가 어때서'의 차원에서 다가서면 이호준 이상의 모범생 훌리오 프랑코를 만날 수 있다.
훌리오 프랑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야구 선수. 1958년 8월 23일생. 우리 나이로 치면 58세이고 실제 나이는 더 많다는 소문이 있는 가운데 일본 독립 리그 이시카와 밀리언 스타스에서 플레잉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할아버지 선수'다. 야구 좀 안다고 자랑하는 팬들에게는 지난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하기도 한 이 프랑코가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프랑코는 1982년 MLB 필라델피아에 입단한 후 이듬해 클리블랜드로 자리를 옮겼고 1998년 NPB 지바 롯데에서 용병으로, 2000년 KBO 삼성 라이온즈에서 용병으로 활약을 하다가 다시 MLB 애틀랜타에서 뛰었다. 그는 MLB 통산 2527 경기에 나와 타율 2할 9푼 8리를 기록했다. 일본 프로야구에 몸담고 있었던 두 해 통산 기록이 3할에 육박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0년 타율 .327, 22홈런을 기록하는 등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도 뛰어나고 조직에 적응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1991년 MLB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프랑코. 그가 50대 후반까지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튀긴 음식과 탄산 음료는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는 자기 관리 능력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66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며 의지를 다질 정도로 체력이 강하기 때문일까?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열정 덕일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뛸 수 있는 시스템과 풍토 때문일까?
조너선 코졸은 <교사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학생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수업은 공책에 필기한 내용도 아니고 교과서에 인쇄된 궁색한 문장도 아니다. 그것은 수업하는 내내 교사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프랑코가 튀긴 음식을 삼가며 스윙 스피드를 늦추지 않으려 노력하듯 눈빛으로 강렬하게 메시지를 뿜어내는 선배 교사가 전부인 것은 아니다.
선생이 되기보다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굳이 '뿜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교사도 의외로 많다. 김수영 시인에게는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교사 개인이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추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유능한 교사'로 살 것인가, '좋은 교사'로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후자를 선택했다가 '눈빛'을 잃고 낭패를 본 원로 교사도 적잖다.
교사로서의 자질, 철학보다 평가자에 대한 충성도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교사 승진 체계의 불편한 진실. 이 불편한 진실을 수용할 수 없어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답하려 애쓰는 원로 교사들도 있으나, 점수와 경쟁의 논리에 익숙한 세대들이 교직에 들어오는 비율이 높을수록 그 교사를 바라보는 눈빛에 존경은 찾아볼 수 없다. 융통성 없고 못난 사람이기에 승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억측이, 승진을 선택하지 않은 원로 교사들을 힘들게 만든다.
본인의 소신대로 교육 철학을 펼치기 위해서 승진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나 그 과정에 있어 온갖 모순과 부조리를 만나게 되고 그것을 어느 정도 무시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현 승진 구조는 교육자의 승진 체계가 결코 교육적이지 않다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 교직 사회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승진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을 이런 맥락에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자들을 정신적으로 해방시켜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승진으로부터 자유를 선택한 원로 교사들에 대한 심리적 지지와 함께 그들이 교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깨 펴지 못하는 이상한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원로 교사들이 프랑코만큼 자기 관리를 잘 하고 있는지, 체력이 좋은지를 따지기 전에 프랑코처럼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2년 본격 시행된 수석 교사제, 획일적 형태의 승진 구조를 지양하고 수업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초석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학교 일반 업무에서 결재권이 없는 수석 교사가 교감과 동등한 위치를 얻기는 어렵고 수업 전문성에 대해 막연한 자부심을 가진 대부분의 교사에게 수석 교사의 조언은 폐기되는 것이 일쑤다. 아직까지 교장, 교감 일변도의 승진 체계에서 인식이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가운데 인위적으로 수석 교사제를 도입해 봐야 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현장에서 증명된 셈이다.
혁신은 제도의 개혁과 의식의 개혁이 어우러질 때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나 때에 따라서는 선후 관계를 고려해 보아야 할 사안도 있는 것이다. 원로 교사들에 대해 패자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 흑백 논리에서 오는 고정 관념이 조직을 위태롭게 만드는 병과도 같은 존재임을 뒤늦게야 깨달을 것이다.
프랑코가 감독이 아닌 선수로서 필드를 누비고 다녔듯 교육 행정의 중심축에서 무언가를 진두 지휘하는 것보다 교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 듣는 것을 좋아하는 교사, 수업을 통해 희열을 느끼는 교사가 그들의 선택을 존중받으며, 그들이 그들의 위상에 대해 스스로 자괴를 가지지 않으며 그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할 수 있도록 인식의 덩어리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온갖 매체를 다 섭렵하고, 세련된 발음과 본토 풍토 전달을 위해 외국에 살고 있는 조카를 동원하는 것도 꺼리지 않으셨던 창원 명지여자고등학교 영어과 고 전철룡 선생이 떠오른다. 그와 같은 분이 전국에 많이 계시리라 믿는다.
다만 그런 분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구조나 인식이 부족할 뿐이다. 능력 있는 원로 교사가 프랑코 이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4번 타자 역할을 맡겨 보자. 우리 교육은, 우리 사회는 그런 혜안을 가진 감독이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올 시즌 개막 전 NC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기에 반전과 반등의 매력은 배가된다. 화려한 성적의 중심에는 이호준이 있다. 만 39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타격 각 분야 상위권에 랭크돼 있는데, 지난해 기준 33시즌 동안 우리 나이로 40세까지 현역으로 뛴 타자는 20명뿐이고 그 중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는 7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호준이 걸출한 존재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유행가 가사처럼 '내 나이가 어때서'의 차원에서 다가서면 이호준 이상의 모범생 훌리오 프랑코를 만날 수 있다.
훌리오 프랑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야구 선수. 1958년 8월 23일생. 우리 나이로 치면 58세이고 실제 나이는 더 많다는 소문이 있는 가운데 일본 독립 리그 이시카와 밀리언 스타스에서 플레잉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할아버지 선수'다. 야구 좀 안다고 자랑하는 팬들에게는 지난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하기도 한 이 프랑코가 낯설지만은 않을 것이다.
프랑코는 1982년 MLB 필라델피아에 입단한 후 이듬해 클리블랜드로 자리를 옮겼고 1998년 NPB 지바 롯데에서 용병으로, 2000년 KBO 삼성 라이온즈에서 용병으로 활약을 하다가 다시 MLB 애틀랜타에서 뛰었다. 그는 MLB 통산 2527 경기에 나와 타율 2할 9푼 8리를 기록했다. 일본 프로야구에 몸담고 있었던 두 해 통산 기록이 3할에 육박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0년 타율 .327, 22홈런을 기록하는 등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도 뛰어나고 조직에 적응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1991년 MLB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프랑코. 그가 50대 후반까지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튀긴 음식과 탄산 음료는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는 자기 관리 능력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66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며 의지를 다질 정도로 체력이 강하기 때문일까?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열정 덕일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뛸 수 있는 시스템과 풍토 때문일까?
조너선 코졸은 <교사로 산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학생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수업은 공책에 필기한 내용도 아니고 교과서에 인쇄된 궁색한 문장도 아니다. 그것은 수업하는 내내 교사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프랑코가 튀긴 음식을 삼가며 스윙 스피드를 늦추지 않으려 노력하듯 눈빛으로 강렬하게 메시지를 뿜어내는 선배 교사가 전부인 것은 아니다.
선생이 되기보다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굳이 '뿜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교사도 의외로 많다. 김수영 시인에게는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교사 개인이 '나타(懶惰)와 안정(安定)'을 추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유능한 교사'로 살 것인가, '좋은 교사'로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후자를 선택했다가 '눈빛'을 잃고 낭패를 본 원로 교사도 적잖다.
교사로서의 자질, 철학보다 평가자에 대한 충성도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교사 승진 체계의 불편한 진실. 이 불편한 진실을 수용할 수 없어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 답하려 애쓰는 원로 교사들도 있으나, 점수와 경쟁의 논리에 익숙한 세대들이 교직에 들어오는 비율이 높을수록 그 교사를 바라보는 눈빛에 존경은 찾아볼 수 없다. 융통성 없고 못난 사람이기에 승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억측이, 승진을 선택하지 않은 원로 교사들을 힘들게 만든다.
본인의 소신대로 교육 철학을 펼치기 위해서 승진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나 그 과정에 있어 온갖 모순과 부조리를 만나게 되고 그것을 어느 정도 무시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현 승진 구조는 교육자의 승진 체계가 결코 교육적이지 않다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 교직 사회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승진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을 이런 맥락에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자들을 정신적으로 해방시켜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승진으로부터 자유를 선택한 원로 교사들에 대한 심리적 지지와 함께 그들이 교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깨 펴지 못하는 이상한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원로 교사들이 프랑코만큼 자기 관리를 잘 하고 있는지, 체력이 좋은지를 따지기 전에 프랑코처럼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2년 본격 시행된 수석 교사제, 획일적 형태의 승진 구조를 지양하고 수업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초석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학교 일반 업무에서 결재권이 없는 수석 교사가 교감과 동등한 위치를 얻기는 어렵고 수업 전문성에 대해 막연한 자부심을 가진 대부분의 교사에게 수석 교사의 조언은 폐기되는 것이 일쑤다. 아직까지 교장, 교감 일변도의 승진 체계에서 인식이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가운데 인위적으로 수석 교사제를 도입해 봐야 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현장에서 증명된 셈이다.
혁신은 제도의 개혁과 의식의 개혁이 어우러질 때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나 때에 따라서는 선후 관계를 고려해 보아야 할 사안도 있는 것이다. 원로 교사들에 대해 패자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 흑백 논리에서 오는 고정 관념이 조직을 위태롭게 만드는 병과도 같은 존재임을 뒤늦게야 깨달을 것이다.
프랑코가 감독이 아닌 선수로서 필드를 누비고 다녔듯 교육 행정의 중심축에서 무언가를 진두 지휘하는 것보다 교실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 듣는 것을 좋아하는 교사, 수업을 통해 희열을 느끼는 교사가 그들의 선택을 존중받으며, 그들이 그들의 위상에 대해 스스로 자괴를 가지지 않으며 그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할 수 있도록 인식의 덩어리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온갖 매체를 다 섭렵하고, 세련된 발음과 본토 풍토 전달을 위해 외국에 살고 있는 조카를 동원하는 것도 꺼리지 않으셨던 창원 명지여자고등학교 영어과 고 전철룡 선생이 떠오른다. 그와 같은 분이 전국에 많이 계시리라 믿는다.
다만 그런 분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구조나 인식이 부족할 뿐이다. 능력 있는 원로 교사가 프랑코 이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4번 타자 역할을 맡겨 보자. 우리 교육은, 우리 사회는 그런 혜안을 가진 감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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