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페라 레파토리 발굴에 무대, 의상, 연기 삼박자 갖춰

[리뷰] 누오바오페라단 '아드리아나 르쿠브뵈르'

등록|2015.06.03 11:00 수정|2015.06.04 15:53
2015 제6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어느덧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그 네번째 작품으로 누오바오페라단의 <아드리아나 르쿠브뵈르>가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공연됐다.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는터라 기대됐던 만큼, 이번 공연은 기대에 부응했다. 작품 선택, 연출,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 무대 미술, 의상 등에서 두루 만족스러웠다.

▲ 누오바오페라단 '아드리아나 르쿠브뵈르' 1막 아드리아나 역 소프라노 박명숙(왼쪽)과 미쇼네 역 바리톤 강기우. ⓒ 문성식 기자


                        
우선 새로운 작곡가를 발견하게 되어 즐거웠다. 경쾌하고 다양한 리듬과 선율, 다채로운 음악이 인상적이다. 작곡가 프란체스코 칠레아(1866-1950)은 현재의 우리에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대표작으로 오페라 <아를르의 여인>, <아드리아나 르쿠브뵈르>를 남기는 등 이탈리아 베리즈모 시기에 활발히 활동한 작곡가다.

뮤지컬을 보는 듯한 장면 전개에 다양한 선율과 리듬, 분위기를 잘 묘사하는 음악, 주선율의 끊임 없는 변형 반복 등이 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등장 인물이 많음에도 음악의 분위기, 각 인물마다 아리아와 듀엣의 배치, 4중창, 합창 등의 배치로 음악이 극을 잘 이끌고 있는 현대 오페라라 극의 이해가 어렵지 않다.

또한 그 어느 오페라무대보다도 화려했던 무대와 의상,그리고 다양한 배역의 성악가들의 균등한 노래와 연기 실력까지 두루 만족스러웠다. 특징적인 한 무대 세트로 전막을 다 채우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 공연은 전체 4막이 모두 무대 세트가 바뀌고 각 장면을 성실히 변화를 줘 무척 만족스럽고 인상적이었다.

1막 코메디 프랑세즈 무대는 많은 배우가 등장, 가로채진 편지로 인한 사건의 발단 등 다소 극의 파악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30일 공연에서 에메랄드 색 화려한 드레스의 아드리아나 역 이영숙의 노래와 마우리쵸 역 차성호와의 듀엣, 극의 빠른 흐름, 배우들의 노래와 화려한 무대로 충분히 집중감을 준다.  

이윽고 2막에서 마우리쵸를 사이에 두고 아드리아나와 브이용 공작비 두 여인이 대결 구도에 접어든다. 메조 소프라노 조미경 또한 주인공 소프라노와는 또다른 매력, 붉은 드레스와 카리스마로 좌중을 사로잡는다. 마우리쵸 역 차성호와의 듀엣도 좋다. 차성호는 훤칠한 키에 힘있게 펼쳐지는 성량과 음역과 연기를 보여주었다. 연적인 두 연인이 서로를 알게 되고 아드리아나가 괴로워하며 장렬한 음악과 함께 끝나는 2막 마지막 장면도 강렬하다.

▲ 3막은 연적인 브이용공비(손진희 분)와 아드리아나(박명숙 분)의 팽팽한 신경전이 흥미롭다. ⓒ 문성식 기자


3막 브이용 공작의 궁전 장면은 극의 절정으로, 서울발레단의 단아한 발레 단독 장면이 3막 초반 10분 단독으로 펼쳐지면서 폭풍 전야의 긴장감을 한껏 고조한다. 무대 양 끝에 선 두 여인이 비유적인 시 낭송으로 서로를 조롱하는 장면에서는 극 중 여인들의 팽팽한 신경전, 그리고 실제 소프라노와 메조 소프라노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 보는 이가 즐겁다.

4막 아드리아나의 집 장면은 커다른 보라색 제비꽃 장식으로 무대 앞면 벽을 가득채워 정말 멋지다. 마우리쵸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해 병든 아드리아나에게 생일 선물로 시든 제비꽃이 온다. 1막에서 사랑의 징표로 나눈 것인데, 시들어서 온 것이다. 낙담한 여주인공에게 미쇼네에게서 편지를 받은 마우리쵸가 오고 오해가 풀리지만, 결국 아드리아나는 멜포메네의 대사를 외치며 숨을 거둔다. 마지막 두 주인공의 애틋함과 슬픔이 느껴진다.

▲ 2막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마우리쵸(왼쪽 이인학 분)는 브이용공비(손진희 분)에게 제비꽃을 건네준다. ⓒ 문성식 기자


아드리아나 역 이영숙은 4막에서 흰색 잠옷차림이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파워풀하고 카리스마있게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며 슬퍼한다. 극 전체적으로 무대도 멋지지만, 남녀 의상, 특히 두 여성, 그 중에서도 아드리아나가 장면마다 갈아입는 의상을 보는 것만해도 즐겁다. 또한 2, 3막에서 브이용공비를 흠모하는 승원장 아바테 역의 김재일, 1, 4막에서 아드리아나를 늘 지켜주는 미쇼네 역의 김영주의 노래와 연기도 주연과 극을 뒷받침하는 조역으로 탄탄했다.

누오바오페라단의 선택, 재밌는 소재의 흔하지 않은 레파토리를 멋진 무대로 살려낸 것, 관객에게 즐거운 시간을 마련해준 것에 고마운 생각이 든다. 국내 성악가수에게도 골고루 연기할 수 있는 무대를 준 것에도 그 의미가 크겠다.

다음 차례로 공연될 2015 제6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작품은 오는 6일과 7일 공연된 국립오페라단의 박영근 작곡 <주몽>이다. 귀한 창작오페라로 어떤 무대가 올라올 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플레이뉴스에도 함께 송고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