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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잘 먹는 '팥빙수파티'에 곰팡이?

[제보취재] 구매자, 검푸른 색 변질된 찰떡 발견... 업체 측 "정밀 분석 중"

등록|2015.06.04 14:51 수정|2015.06.04 15:02
대기업이 만든 빙과류에서 곰팡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 해당 업체는 "이물질의 정확한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름철을 맞아 아이들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찾는 빙과류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울산광역시 중구에 사는 박아무개(39.직장인)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11시경 집 근처 상점에서 롯데푸드(대표 이영호)에서 만든 '팥빙수파티'라는 제품을 샀다. 팥빙수파티는 "고소한 미숫가루와 시원한 얼음, 통단팥, 찰떡이 어우러져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전통 팥빙수"라고 홍보된 제품이다. 얼음 상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주로 우유를 넣어서 녹여 먹는다.

"아이들 즐겨먹는 아이스빙과에 곰팡이"

▲ 롯데푸드가 만드는 빙과류 '팥빙수파티'에서 곰팡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 ⓒ 제보자 제공


▲ 롯데푸드가 만드는 빙과류 '팥빙수파티'에서 곰팡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 ⓒ 제보자 제공


어려서부터 팥빙수파티를 즐겨 먹었다는 박씨도 제품을 개봉한 뒤 내용물을 녹이기 위해 우유를 넣고 수저로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빙수가 뒤집히면서 바닥에 깔렸던 찰떡이 위쪽으로 올라왔는데, 색깔이 이상했다.

박씨는 "아직 녹지 않은 빙수에 붙어 있던 찰떡이 짙은 검푸른 색을 띠었다"며 "처음에는 '설마 빙수에... 아니겠지' 했지만, 자세히 보니 (찰떡에) 곰팡이가 생긴 것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곧바로 제품 뚜껑에 있는 제조 일자를 확인했다. 그러나 제품 상표 위에 희미하게 찍혀 있는 제조 일자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품을 구매한 상점에서는 환불을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도 즐겨 먹는 빙과류에 곰팡이가 생겼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박씨는 지난 1일 오전 롯데푸드 고객상담실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박씨는 "유통 과정이나 (상점에서) 보관 중에 (곰팡이가) 생길 수 없다. 분명히 제조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몇 시간 뒤 롯데푸드 지역영업소 직원이 제품을 확인하겠다며 박씨의 집을 방문했다. 빙수에 붙어있던 찰떡의 변질 상태를 확인한 이 직원은 제품 전량을 회수해 가겠다고 했지만, 박씨는 이를 거절했다. 박씨는 "제품 전체를 가져간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버리면 증거가 사라지지 않느냐, 일부만 가져가서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 롯데푸드가 만드는 빙과류 '팥빙수파티'에서 곰팡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 ⓒ 제보자 제공


다음날(2일) 오전 박씨는 자신의 SNS 계정에 팥빙수파티에서 나온 찰떡의 변질된 사진을 올렸다. 이후 롯데푸드 고객상담실에서 다시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박씨는 고객상담실 직원으로부터 "(제품 변질이) 유통과정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확실한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구매자가 (SNS 계정에) 올린 사진을 확인했지만, 이물질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확인이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제조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겠느냐"고 부인했다.

롯데푸드 "일부만 수거해서 정밀 분석 중"

롯데푸드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구매자는) 곰팡이라고 하지만, 정말 곰팡이인지 검사를 해야 하고,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또는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도 조사를 해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서 "구매자가 제품 수거를 거부해 이물이나 변질 등에 대해 정확한 검사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처음부터 제품 전체가 아니라 조사를 할 수 있을 만큼 일부만 수거를 요구했으면 동의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롯데푸드 본사에서 다른 사람을 보내 제품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하면서 소정의 상품을 준다고 하길래, '필요 없다. (변질된 제품을) 잘라서 줄 테니 가져가서 검사하라'고 했다. 이게 그냥 (업체와) 합의를 보고 해서는 안 될 문제다. 심각하게 곰팡이가 핀 제품을 보고 너무 혐오스러웠다. 대기업들이 아이스크림을 얼마나 비위생적으로 만드는지 이제 알 것 같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제조 일자도 봐야하고 제품 전체의 상태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전량 회수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업체는 뒤늦게 지난 2일 오후 박씨의 집을 방문, 변질된 제품 전체가 아닌 일부만 수거해서 정밀 분석 중이다. 롯데푸드는 오는 9일경 분석 결과가 나오면 박씨에게 내용을 통보하고 그에 따른 조처를 할 예정이다.

한편 롯데푸드는 빙과류(4위권)와 유지류(1위권)를 주로 생산하는 업체이다. 1977년 롯데가 삼강을 인수하면서 롯데삼강이 됐다. 아맛나(1972년 출시), 빵빠레와 돼지바(1983년 출시), 구구(1985년 출시) 등은 현재까지 장수하는 주요 빙과 제품이다. 2013년 4월 식음료 관련 계열사들과 인수 합병을 마무리 지은 뒤, 롯데삼강에서 롯데푸드로 사명을 변경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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