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박근혜 정권 '호위무사' 자처한 황교안

[황교안 후보자 검증⑩ 마지막] '박근혜 수첩'에 영전대상 1호 된 비결

등록|2015.06.05 11:13 수정|2015.06.05 11:13

황교안 '병력면제 특혜의혹' 병역면제판정 전 면제 처분을 받은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 후보 사무실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 ⓒ 이희훈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013년 3월 11일 열린 법무부 장관 취임식에서 '날씨가 차가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의 푸름을 안다'라는 논어의 구절을 인용해 검찰·법무 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은 정의롭고 정직하고, 불의한 강자에게는 추상같이 단호하되 따뜻하게 약자를 배려하는 법무·검찰을 원하고 있다"라며 "소나무의 푸르름을 가슴에 안고 국민이 공감하는 법무행정을 성실히 실천해 나간다면 국민의 큰 신뢰와 사랑을 얻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교안 후보자의 법무장관 재임 시절의 행보는 '소나무의 푸르름'과는 거리가 멀었다. 검찰이 "불의한 강자에게는 추상같이 단호"할 수 있도록 권력의 외압을 막는 바람막이가 되기보다는 박근혜 정권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호위무사'로 나섰다는 평가가 많다.

원세훈 선거법 적용 반대했지만...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다. 황 후보자는 2013년 6월 검찰 특별수사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하자 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활동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라는 수사팀의 손을 들어줬지만 황 후보자는 반대했다. 

황 장관이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은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정통성에 큰 흠집이 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황 후보자가 2주 넘게 버티면서 결국 수사팀은 원 전 원장을 선거법을 적용해 기소하는 대신 구속영장 청구는 하지 않는 선으로 물러서야 했다. 공소시효 만료 직전이었다.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은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황 후보자를 직접 겨냥해 '수사 외압'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라며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무관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외압 내용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을 의율하는 것과 관련해 법무부에 보고서를 내고 설명하는 과정이 2주 이상 걸렸고 그 기간 수사팀은 아무 일도 못했다"라며 "이게 수사팀을 힘들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라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를 반대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결국 항소심에서 법원이 황 후보자가 적용을 반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원 전 원장은 법정구속 됐다. 하지만 윤 전 수사팀장과 박형철 전 부팀장은 법무부 징계를 받은 뒤 좌천성 인사를 당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황 후보자는 검찰 수사팀과 법무부의 대립이 언론 보도가 드러난 후에도 "검찰 수사를 방해한 일은 없다. 부당한 (수사) 개입은 없었다"라고 외압설을 부인했다.

채동욱 찍어내기와 성완종 리스트 수사... 악재 발생 때마다 정권 수호

참여연대 "검찰총장 감찰지시 청와대는 철회하라"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2013년 9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한상희 건국대 교수와 김진욱 변호사, 참여연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채 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 취소와 법무부장관 해임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황 후보자는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에도 나섰다. 2013년 9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채 전 총장은 '혼외자' 의혹에 휘말려 옷을 벗었다. 채 전 총장이 의혹을 부인하자, 황 후보자는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감찰'을 지시해 결국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이후 채 전 총장의 혼외자 관련 정보 수집에 청와대와 국정원 직원이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권력 핵심의 의중을 벗어난 수사를 한 채 전 총장에 대한 정권 차원의 보복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이뿐 아니라 이완구 전 총리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 8명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담긴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도 황 후보자는 '정권 호위'에 나섰다는 의심을 샀다. 그는 리스트에 언급되지 않은 야당을 겨냥한 수사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여권의 '물귀신 작전'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달 24일자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계좌 추적이나 통화내역 추적을 해야 할텐데 거기에 8명만 이름이 나오겠느냐, 수사를 하다보면 저절로 여러 분을 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국회에 나와서도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라고 말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건 수사도 정권 눈치 봤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건 검찰 수사 결과도 정권의 입맛에 충실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여당에 불리한 '대화록 유출' 수사엔 소극적이고 야당에 불리한 '대화록 폐기' 수사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화록을 유출한 혐의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을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하는데 그쳤지만, 법원은 정식재판에 회부해 검찰의 구형보다 많은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대화록 폐기 수사에서 검찰은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하고 징역 2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해 체면을 구겼다.

황 후보자는 특히 박근혜 정부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반복돼온 '종북몰이'에도 앞장섰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으로 박근혜 정권이 수세에 몰린 시점에 터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사건을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해산 심판까지 밀고 갔다.

황 후보자는 정부 측을 대표해 직접 변론에 나서는 열과 성의를 보인 끝에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을 받아내는 '공'을 세웠다.

검찰은 '정치 검찰' 오명... 황교안은 '영전 대상' 1호

이 같은 전력 때문에 황 후보자는 법무장관 재임 시절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다 정권의 안위를 살피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검찰은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달고 살았다. 때문에 야당의 해임 건의 대상의 맨 위에는 황 후보자의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황 후보자가 야당의 미움을 받을수록 박 대통령의 신임은 더 두터워졌다. 박근혜 정부 최장수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그는 청와대 비서실장 혹은 국정원장 등 고위직 인사가 있을 때마다 하마평에 올랐다. 결국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완구 전 총리가 물러나자 그를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야당의 해임 대상 1호가 박 대통령의 수첩에는 영전 대상 1호였던 셈이다.

황 후보자는 공안검사 시절 "정통 공안은 정권 수호가 아니라 체제 수호를 일한다"라고 자부심을 나타낸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법무장관 재임 시절, 정권이 아니라 체제를 수호해야 할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바닥에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