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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제' 판소리를 아시나요

국립세종도서관의 '책, 소리를 만나다' 강연

등록|2015.06.05 14:59 수정|2015.06.05 14:59

▲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이 '귀명창과 매니아'라는 제목으로 국악을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 정다희


지난 3일 저녁 7시. 세종시 어진동에 있는 국립 세종도서관에서는 2015세종국악아카데미 '책, 소리를 만나다' 그 세 번째 강연회가 열렸다.

국립국악원과 국립 세종도서관이 국악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함께 기획한 이날 강연회는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을 초대해 '귀명창과 마니아'라는 제목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노 관장은 자신이 왜 국악에 입문하고 심취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국악을 가까이 하면 얻을 수 있는 좋은 점 7가지와 판소리의 독창성과 아름다움 등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국악을 가까이 하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따라하면 단전 호흡이 돼 건강에 유익하며 국악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아지는 특징이 있다. 국악을 조금 배우고 익히면 세계인들과 교류할 때도 정체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히 임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국악은 부르는 사람에 따라 같은 곡도 얼마든지 다양하고 변화무쌍하게 부르는데 묘미가 있어 어떤 나라의 성악 예술보다 부르는 이나 듣는 이가 모두 자유로움과 다양성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통성으로 내지르는 소리가 특징인 '동편제'나 애절하고 꾸밈이 많은 '서편제'보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그보다 먼저 시작된 '중고제' 판소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 내용을 요약해서 옮겨본다.

▲ 국립세종도서관의 2015세종국악아카데미 '책, 소리를 만나다' 포스터 ⓒ 국립세종도서관


"'중고제'는 충청도 사람들의 심성과 말투처럼 정형화 되지 않은 자유 분방함을 가졌으며, 소리가 이어지는듯 하다가 끊어지고 끊어지는듯 하다가 이어진다. 설명하는 아니리인듯하다가 어느새 노래창이 되는 특징도 있다."

'중고제' 판소리도 있지만 한국의 3대 악성 가운데 한 명인 난계 박연의 고향이 충북 영동이고 고수관이나 심정순 같은 명창이 태어나고 활약한 곳이 서산이며 대표적인 판소리 인간문화재 박동진 명창의 고향이 공주라는 점 등은 충청도가 뿌리 깊은 국악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양반 문화가 중심이던 충청도에서 명창들은 타 지역에 비해 낮은 대우를 받아 '동편제'나 '서편제' 보다 일찍 사라지게 됐다. 지금도 전라도 구례에 '동편제' 소리 축제가 있고 보성에 '서편제' 소리 축제가 있는데 충청도에는 아직 '중고제' 판소리에 대한 축제가 없다. 또 전라도와 경상도에는 국악방송과 국립국악원 분원이 있으나 유독 충청도에는 아직 없다."

알고보니 그는 충남 보령 출신으로 20년 동안 '중고제'를 연구한 전문가였다. 국악박물관장이 된것도 판소리의 큰 줄기가 중고제라는 사실을 알고난 후 전국을 돌며 그와 관련된 각종 서적이나 음반 등을 수집하면서 시작됐다.

쉬는 시간도 없이 이어진 강의가 지루해질 무렵, 서산의 '중고제' 명창 심팔록-심정순-심화영으로 이어져 온 가문의 수제자 이은우 명창이 나와 참석자들에게 판소리 춘향가 중 한 대목인 '쑥대머리'를 들려주고 도입부를 직접 가르쳐 주기도 했다.

▲ 심화영의 수제자 이은우 명창이 판소리 춘향가 중 한 대목인 '쑥대머리'를 부르고 있다. ⓒ 정다희


노재명 관장은 "자연에서 온몸으로 체득한 음률이며, 붙잡을 수 없어 더욱 가슴에 박히는 우리의 국악을 사랑해 달라"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하고 직접 쓴 책에 사인해 나눠줬다.

한편, 국립세종도서관의 '책, 소리를 만나다' 상반기 마지막 강연회는 오는 17일 숙명여대 송혜진 교수를 초청해 '아는 만큼 들리는 우리소리'라는 제목으로 이어진다.

또 하반기에도 국악 초심자가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국악 관련 교양 서적을 저술한 저자들을 강사로 모셔 4차례의 강연회를 마련해 놓고 있다.
덧붙이는 글 제가 근무하는 금이성(www.geumiseong.co.kr)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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