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천 유출 보고서는 자작극' 수사결과 뒤집히나
[공판] <세계일보> 기자, 법정에서 "검찰 조사 때 거짓 진술"
▲ 일명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보고서' 유출 및 명예훼손 사건 수사 관련 지난해 12월 4일 오전 박관천 경정(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정윤회 문건' 작성자 박관천 경정이 다른 사람이 청와대 문건을 유출했다고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자작극을 벌였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법정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생겼다.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세계일보>기자가 법정에 출석, 검찰 조사 때와 다른 증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형사28부(부장 최창영) 심리로 열린 박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아무개 <세계일보> 기자는 검찰 조사 당시 자신이 거짓진술을 했다고 인정했다.
거짓 진술한 부분은 조 기자가 지난해 5월 10일 서울 신문로 <세계일보> 사옥에서 박 경정과 한 대화 내용에 관한 것이다. 당시 박 경정은 조 기자가 입수한 청와대 문건의 유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그를 만났고, 박 경정은 조 기자에게 들은 내용으로 문건 유출 경위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로 보냈다.
유출 경위보고서 내용은 청와대 파견 경찰관이 박 경정의 청와대 책상서랍에서 보고서를 빼냈고, 대검찰청 수사관과 경찰 정보관을 거쳐 기자에게 갔으니 유포자를 찾아내 처벌하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분에 무고죄를 적용, 박 경정의 다른 혐의와 함께 기소했다.
무고 혐의는 지난해 12월 중순 검찰 소환조사에서 조 기자가 진술한 내용을 근거로 한다. 5월 10일의 대화에서 조 기자는 문건 입수 경로를 캐는 박 경정에 '내 정보원이 말하길 청와대 문건은 대검찰청 범죄정보과 직원으로부터 전달받고 있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박 경정이 그런 내용의 문건 유출 경위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데에는 '나와의 대화 내용을 박 경정이 스스로 이해한 대로 각색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했다.
자신은 유출 경로를 더 상세히 얘기하지 않았지만, 이 얘기를 토대로 박 경정이 지어낸 내용을 문건 유출보고서에 쓴 걸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박 경정에 서운해 5/10 정도만 인정" - "사실이면 사실이지 무슨 말이냐"
하지만 이날 공판에서 조 기자는 박 경정이 유출 경위보고서에 쓴 내용은 자신이 말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자신에게 청와대 문건을 준 경찰관이 유출 경로와 관련 "MB정부 마지막 시기 BH(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다가 작년 초 정권이 바뀌면서 대검찰청 범죄정보과로 복귀했고 지금도 대검 범죄정보과에 근무 중인 친한 사람이 언론보도를 전제로 준 것이다. 보도만 잘 되면 계속 줄 것이라고 하던데 조 기자 1년 먹고 살 기사거리는 나올 것"이라고 말했고, 조 기자가 이 내용을 박 경정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조 기자의 증언대로라면 박 경정은 문건 유출보고서에 조 기자에게 들은 그대로 쓴 셈이다. 자신의 문건 유출 혐의를 덮기 위해 조 기자의 말을 각색해 엉뚱한 사람에 죄를 뒤집어 씌웠다는 무고죄가 성립되기 어려워진다.
조 기자는 자신이 검찰 조사에서 거짓 진술한 이유를 "(박 경정에게) 서운하고 당혹스러워 사실과 다른 수위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박 경정이 문건을 준 정보원을 보호해주기로 약속했는데, 유출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게 유출보고서가 작성돼 박 경정에게 화가 나 그런 진술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조 기자는 "조사 당시엔 (10중) 5 정도만 인정했다면 오늘은 7~8 정도를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유출 문건을 본 박 경정 상태에 대해 "많이 놀랐다, 땀을 흘리는 모습도 봤다"고 했다.
당황한 건 검사였다. 검사는 "그게 무슨 소리냐. 사실이면 사실이라고, 아니라면 아니라고 얘기해야지 5 정도로 인정하고 7~8 정도로 인정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원의 청와대 보안검열 추진, 박지만이 '연락 갈 거다'"
한편 이날 조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문건유출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을 벌이려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12일 박 경정의 주선으로 박 회장을 만난 상황에 대해 조 기자는 "박지만 회장을 만나서 문건 유출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대화를 나눴다"며 "청와대 자체 감찰조직을 이용하는 건 신뢰가 가지 않아 박 회장이 누나에 연락해 이를 알리고 대통령이 특별지시를 하면 국정원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보안검열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박 회장도 이를 검토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의 청와대 보안검열은 이뤄지지 않았다. 조 기자는 "이튿날 박지만 회장에게서 전화를 달라는 문자가 와서 전화하니 '국정원에서 조 기자에 연락이 갈 것이다. 도와주면 좋겠다'고 해서 국정원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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