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옆 40분 있었는데... 복지부 "근접거리 아냐"
[사건 재구성] '의사가 메르스 전파?' 이 병원에선 대체 무슨 일이...
▲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폐쇄 된 응급실 앞에서 마련 된 임시접수처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이희훈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의사 파문과 관련, 보건복지부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5일 브리핑에서 애초 "35번 (의사)환자를 (14번 환자와의) 밀접 접촉자 범주 대상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2m 이내의 근접거리에서 노출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으나,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해당 의사(B씨)는 14번 환자와 매우 근접한 거리에서 다른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사가 소속된 삼성서울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5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응급실 환자(A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감염관리실에서 CCTV를 보니 그 의사가 본 환자가 14번 환자 바로 옆 침대였다고 한다, 침대 사이에서 14번 환자에 등을 돌린 채 회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보팀의 또 다른 관계자도 "(그 의사가) 확진환자를 진료한 것은 아니고 다른 환자를 보러 갔던 건데, (메르스 환자와) 근접해서 2m안에 있었을 거라는 게 추정"이라고 밝혔다. 이 의사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서울시민 1500여 명과 직·간접적으로 만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복지 당국은 미흡한 초동 대처에 이어 또 한 번 방역체계와 사후 대처에 허점이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해당 의사가 보균 상태에서 수천 명 시민을 만났는지, 왜 적절한 격리 조치가 없었는지 등을 놓고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이 병원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봤다. 시간대별 상황을 당사자들 전화 인터뷰 등를 토대로 재구성했다.
[5월 27일]
- 평택성모병원에서 최초 메르스 확진자와 동일 병동 사용한 A씨(35), 또 다른 ㄱ병원 거쳐 D대형병원 응급실 도착. 증상은 '폐렴기, 호흡기 질환'이라고 밝힘.
- 의사 B(38)씨, A씨 바로 옆 침대 색전증 환자 진찰 위해 응급실 방문, A씨 등지고 색전증 환자 진찰. 약 40분 정도 머뭄.
[5월 29일]
- 병원 측, A씨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온 사실 발견. 검사 통해 29일 밤~30일 새벽 확진 판정.
- 의사 B씨, 경미한 기침... 정상적 병원 근무. 서울시 "메르스 증상" vs B씨 "알레르기성 비염"
[5월 30일]
- 복지부 "A씨, 14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 발표,
- 병원 측, A씨 격리 조치 후 응급실 소독, A씨 접촉환자들 격리 및 응급실 CCTV 모니터링으로 출입 의료진 확인
- 의사 B씨, 경미한 기침 계속.... 병원 심포지엄→재건축 조합 총회(조합원 1565명) 참석.
▲ 전면 마스크 쓴 삼성병원 의료진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폐쇄 된 응급실 앞에서 마련 된 임시접수처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 이희훈
애초 의사 B씨가 14번째 확진자로 판정(5월 30일)이 난 A씨와 처음 접촉한 것은 지난달 27일이다. 병원에 따르면 이날 B씨가 담당한 환자는 A씨 바로 옆 침대에 있었으며, 이에 B씨는 A씨를 등지고 본인 환자를 돌봤다. 응급실에서 머문 시간은 약 40분이다.
이때 병원이 메르스 의심환자인 A씨 정보를 의료진에게만 알렸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와 관련 병원 측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환자 본인(A씨)이 평택성모병원에서 온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증상도 다른 탓에 의심환자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의사 B씨도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해당 환자가 응급실 어디에 있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의사 B씨가 메르스 발현 상태로 서울시민 수천 명과 만났는지다. 서울시와 복지 당국, 의사 B씨의 말을 종합하면 B씨가 29일~30일 경미한 기침을 하면서도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수천 명이 모인 총회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B씨는 기침이 "원래 앓던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라고 말했고, 서울시는 "객관적 (메르스) 증상"이라고 봤다. B씨는 '경미한 기침'은 메르스가 아닌 비염 탓이므로 다른 이들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보통 메르스 잠복기에는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여전히 확실치는 않다.
의사 B씨, 2일 메르스 확진... 복지부, 또 한 번 잘못된 정보로 '삐끗'
[5월 31일]
- 의사 B씨, 경미한 기침에 가래 증상... 색전증 환자 격리대상 인지 후 스스로 감염 가능성 의심, 마스크 쓰고 환자 회진.
- 의사 B씨, 오후께 병원 감염관리실에 '메르스 감염된 것 같다'고 통보. 병원 측, 의사 B씨가 27일 응급실 방문 확인. 보건소 검사 권고.
- 의사 B씨, 강남보건소 방문 검사 이후 자가 격리하다 저녁 때 병원 격리 병동 내원.
[6월 2일]
- 의사 B씨, 국가지정병원으로 이동해 1차 검사. B씨 "확진 판정 받아", 복지부 "검체 이상 가능성 등 사유로 재검사"
[6월 4일]
- 복지부 "B씨, 35번째 메르스 확진환자" 발표하면서 "B씨가 14번째 확진자(A씨) 진료했다"고 잘못 발표.
- 서울시, 밤 11시경 '메르스 관련 대시민 발표' 긴급 브리핑
[6월 5일]
- 의사 B씨,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이 틀렸다", "대권 노리는 박 시장의 정치적 쇼" 주장. "다들 아시지 않나. 박원순 시장은 원래부터 계략 잘 세우고, 사람 괴롭히는 게 특기인 사람 아닌가. 수장으로서 굉장히 책임감이 없다." (TV조선 인터뷰 중)
- 서울시, "B씨 관련 정보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내용... 본인의 감염 여부 인지가 아니라, 실제 객관적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다중 접촉한 것이 중대한 문제"
▲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인해 폐쇄 된 응급실 앞에서 한 환자 보호자가 입구 앞을 지나고 있다. ⓒ 이희훈
B씨는 가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31일 오전, 마스크를 쓰고 환자 회진을 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병원 측이 A씨 밀접 접촉자들에게는 공지했지만 저같이 잠깐 다녀간 사람에겐 말 안했다, 확진자가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제가 걸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B씨는 이날 조기퇴근해 쉬었음에도 증상이 악화돼 결국 병원 격리 병동에 내원했다.
그는 결국 이틀 뒤인 2일 35번째 메르스 확진환자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발표 과정에서 보건 당국은 또 한 번 잘못된 정보를 알린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4일 보도자료에서 추가 확진자 현황을 알리면서 "B씨가 14번째 확진자(A씨)를 진료했다"고 발생 개요를 적었지만, 해당 병원과 B씨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4일 오후, 서울시가 긴급브리핑을 통해 해당 의사의 동선을 자세히 밝히자 B씨는 5일 각종 언론과 전화인터뷰를 하며 "박원순 시장이 (사실 관계를) 틀렸다"고 말했다. 그는 <TV조선> 인터뷰에서 "(박 시장이) 원래 계략을 잘 세운다, 사람 괴롭히는 게 특기"라고 말해 진행자가 이를 '개인적 의견'이라고 수습하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 측은 "브리핑은 보건복지부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이어 "B씨 불안을 이해한다, 그도 한 명의 희생자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중요한 건 본인이 감염 여부를 알고 있었느냐가 아니라, 객관적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다중을 접촉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5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현장역학조사관과 감염관리실이 이 병원의 등록정보, 시간당 움직임 등에 따라 인원을 분류했으나 근접 거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35번 환자를 밀접 접촉자 범주 대상군에 포함 시키지 않았다"고 말해, 다시 한번 방역체계와 사후 대처에 허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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