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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괴담·유언비어 유포" '엉터리 발표'에 비난 쏟아져

18일 만에 나온 허점투성이 정부 대책... 그래도 "믿어달라"

등록|2015.06.07 18:32 수정|2015.06.07 20:40

고개 숙인 최경환 총리대행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브리핑룸에서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조치 발표와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7일 메르스 확산 방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 '정보'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경유한 병원 명단 공개다.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18일 만에 나온 종합 대책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오류투성이다. 병원 명을 잘못 기재하거나 병원이 위치한 지역을 잘못 적었다. 사태를 수습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국민 불안'을 이유로 병원 명단 공개를 거부해 온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병원 명단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서두르다 실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병원 명단을 공개한 최경환 총리대행은 "대통령의 지시"로 이미 지난 3일 이후 병원 명단 공개를 준비해왔다고 밝혔지만,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뒷북'에 '엉터리 정보'로 버무려진 정부의 종합 대책 발표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1] 정부, 병원 공개 '뒷북'... "왜 이제야, 속사정 있는 게 아닌가"

정부는 이날 확진 환자가 발생·경유한 병원 24곳을 공개했다. 최 총리대행은 "지금까지 대응해온 기조와 달리 보다 차원 높은 총력적인 대응 체제를 갖춤으로써 메르스 확대를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한 정부의 방향 선회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마저도 한참 뒤늦은 조치였다. 언론은 일주일 전부터 병원명을 공개했고, 지난 3일 정부의 비밀주의에 참다 못한 시민들이 직접 '메르스 확산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메르스 관련 정보를 직접 밝히며 사태를 진두지휘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일, 트위터)는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박원순인가요?"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의 비밀주의가 더 이상 통하지 않자 '울며 겨자먹기'로 병원 명단을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정부가 오늘에서야 병원의 실명을 공개하고 총력 대응 체제를 선언했다, 너무 늦은 게 아닌가 걱정이 든다"라며 "왜 이제서야 하는 아쉬움과 함께 무슨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라고 짚었다.

[#2] 병원 공개도 오류 투성이... "꼭 괴담 유포죄로 처벌 받으시길"

최 총리대행은 '대통령의 지시'로 병원 명단 공개를 결정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여론에 떠밀려 병원 공개를 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께서 지난 6월 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지시하셨다"라며 "이에 따라 2, 3일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신고폭증에 대비한 신고체계 구축 및 격리병상 추가 확보 등 사전준비를 마치고 공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3일을 준비한 것 치고는 너무나 허술했다. 가장 기초적인 정보인 병원명부터 틀렸다. 정부는 '평택푸른병원'을 경유병원이라 발표했지만 3시간 후 '평택푸른의원'으로 정정했다. 또 군포 성모가정의학과의원에 메르스 확진환자가 방문했다고 발표했지만 군포에는 해당 병원이 존재하지 않았다. 덕분에 군포시 보건소는 발칵 뒤집혔다. 해당 병원은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트위터 이용자 'sesang***'는 "사실관계 확인없이 허위 병원 정보 떠돌아다닌다고 강력히 처벌하신다 하셨는데, 지금 전혀 상관없는 군포의 병원을 사실관계 확인 없이 허위로 공개하셨으니 꼭 괴담 유포죄로 처벌 받으시길"이라고 비판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댓글을 남긴 'hevg****'는 "정부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있네요, 처벌가능한가요?"라고 꼬집었다.

[#3] 박 대통령, 3일 병원명단 공개 지시? 사실이어도 '문제'

'메르스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 전단 살포5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부근에 '메르스보다 대통령이 더 무섭다'는 전단 수천장이 뿌려졌다. ⓒ 황방열


정부가 '3일 대통령 지시'로 병원 명단을 공개를 준비했다고 밝히자, 당장 세종정부청사 출입 기자로부터 '의문'이 제기됐다. 그는 "(정부 관계자가) 어제는 삼성서울병원 정도만 공개할 거라고 하더니 하루 사이에 모든 병원을 공개했다, 국민여론 의식해서 갑자기 바꾼 거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대응 긴급점검회의'를 연 후에도 정부의 '병원 비공개' 방침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긴급점검회의'에 참석한 김우주 대한감염협회 이사장은 "병원 공개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현재 환자들을 격리수용한 병원들을 전부 공개하면 앞으로 치료를 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4일 "미국 등 선진국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병원 명단을) 밝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지역과 입원 병원을 즉시 공개했다. 해당 병원에서 추가 감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한병원협회가 지난 5일 메르스 병원을 공개하려고 하자 정부가 이를 막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병원 공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알려지자 복지부 등에서 여러차례 (자제 요청) 연락이 왔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는 3일 이후에도 꾸준히 '병원 비공개' 방침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왔다. 그랬던 정부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트위터 이용자 'zzirra***'는 "뒤늦은 정부 발표 그나마 병원 명단 오류? 그 와중에 박근혜 쉴드 치느라 3일날 명단공개 하려 했었다고? 뒷북도 꼴불견이네!"라고 쏘아붙였다. <네이버>에 댓글 단 'wneo****'는 "박원순이 나서기 전부터 공개 준비하고 있었다더니 그게 이거냐? 박원순이 나서니까 똥줄타서 제대로 파악도 못하던거 대충 긁어 모아서 발표하려니 이런 꼴 생기는 거"라고 일갈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3일 '병원 공개'를 지시했어도 문제는 존재한다. 새누리당에는 이 같은 방침이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대표는 3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김 대표는 4일 "모든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하게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5일 새누리당 원내대표단-정책위원회는 '병원 정보 공개'를 정부 측에 건의하기도 했다. 메르스 대응에 발맞춰야 할 정부-여당 간에도 핵심 방침이 공유 되지 않는다는 것은 또 다른 '불통'의 사례로 지적될 수 있는 지점이다.

정부가 병원 공개를 꺼리는 동안 삼성서울병원은 또 다른 메르스 진원지로 급부상했다. 보건복지부는 사실을 밝히는 대신 관련 사실을 폭로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저격하는데 몰두했다. 정부가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는 사이 메르스 확진 환자는 64명이 됐다. 사망자도 5명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흘려버린 18일의 결과물이다. 그런데도 최 총리대행은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라, 정부를 믿어달라"고 말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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