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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몇 볼테기 해부러요, 흙작업은 밥심 없인 안돼요"

전남 강진군 칠량 봉황마을의 '칠량봉황옹기'

등록|2015.06.08 14:49 수정|2015.06.08 14:49

▲ 고된 흙 작업이라 하루에 두 번 이렇게 새참을 먹고 다들 밥심으로 이겨냅니다. ⓒ 조찬현


우리 집 밥상에는 늘 옹기그릇이 놓여있습니다. 투박하고 수더분한데다 살아있는 느낌이 좋아 자주 애용합니다. 고향집의 장독대에는 항아리가 오순도순 모여 살지요. 그 항아리에는 삼시세끼 밥상을 차려내던 어머니의 삶과 애환이 질펀하게 녹아있습니다.

발효식품을 즐겨먹는 우리민족은 삼국시대부터 옹기를 음식 저장그릇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요즘이야 냉장고에 김치냉장고까지 보급되어 세상 참 편해졌지만 옛날에는 음식 보관과 저장에 옹기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옹기토 작업 시 하루에 두 번 새참... 다들 밥심으로 이겨내

▲ 강진 칠량 봉황마을의 ‘칠량봉황옹기’를 찾아갔습니다. ⓒ 조찬현


옹기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강진 칠량 봉황마을의 '칠량봉황옹기'를 찾아갔습니다. 지난달 24일 일요일입니다. 예로부터 이름난 옹기마을인 이곳에서 만든 옹기는 그 품질이 우수해 제주도는 물론 전국 각지로 판매되었습니다. 지금은 새롭고 편리한 그릇들이 많이 나와 옹기가 판로를 잃어 쇠락의 길을 걷고 있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옹기토 작업을 하다 때마침 새참을 먹고 있었습니다. 한술 뜨라며 다들 반갑게 대해줍니다. 이런 게 진정한 시골인심입니다. 자작일촌인 이곳 사람들은 외숙모, 삼촌,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 등 일가친척들이 모여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농사일이건 애경조사건 굳은 일 좋은 일 가리지 않고 늘 이렇게 함께 한답니다. 

▲ “상추 몇 볼테기 해부러요, 흙 작업은 수작업이라 밥심 없이는 안돼요.” ⓒ 조찬현


작업장에 신문지를 깔고 소박하게 차려낸 음식입니다. 돼지고기와 상추쌈이 푸짐합니다. 고된 흙 작업이라 하루에 두 번 이렇게 새참을 먹고 다들 밥심으로 이겨냅니다.

"상추 몇 볼테기 해부러요, 흙 작업은 수작업이라 밥심 없이는 안돼요."

그 정에 이끌려 상추 한 쌈을 해봅니다. 그 맛이 가히 꿀맛입니다. 남새밭에서 뜯어온 상추와 시골돼지고기랍니다. 진짜 별미 중에 별미지요.

황토빛깔 고운 붉은 토기, 이번에 처음 시도한 작품입니다

▲ 전시장에도 항아리와 생활옹기들이 널려있습니다. ⓒ 조찬현


집안은 온통 옹기로 가득합니다. 마당에도 전시장에도 항아리와 생활옹기들이 널려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품들도 눈에 띕니다. 눈길 닿은 곳마다 옹기작품들이 놓여있습니다.  그 소박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쉬 눈길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져 옵니다.

물레를 돌려 만든 옹기는 그늘에서 48시간 건조 후 표면에 유약을 골고루 2번 바릅니다. 이때 잿물과 약토의 비율은 4:3으로 희석해서 사용한답니다. 1천도 이상의 고온가마에서 5일간 구워내면 비로소 숨 쉬는 생명체인 옹기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 정상균(54)씨는 전통을 유지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말합니다. ⓒ 조찬현


▲ 황토를 옹기 표면에 막 문질러 초벌구이를 해 황토빛깔이 유난히 곱습니다. ⓒ 조찬현


▲ 1천도 이상의 고온가마에서 5일간 구워내면 비로소 숨 쉬는 생명체인 옹기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 조찬현


이 붉은 토기는 이번에 처음 시도한 작품이랍니다. 황토를 옹기 표면에 막 문질러 초벌구이를 해 황토빛깔이 유난히 곱습니다. 정상균(54)씨는 전통을 유지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말합니다. 경영학도로 한때 직장생활을 했던 그도 2년 전부터 이곳에서 옹기장인 아버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후 아들까지 함께 한다니 이제 3대를 잇는 거지요.

마당에서는 고단한 흙 작업이 계속됩니다. 포크레인으로 흙을 퍼 올려 롤러에 다져냅니다 롤러에서 쏟아져 내리는 흙을 아주머니가 바쁜 손놀림으로 뭉텅뭉텅 다집니다. 그 흙덩이는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실내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마당 가장자리에는 10년 분량의 옹기토가 쌓여있습니다.

▲ 흙덩이는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실내에 차곡차곡 쌓여집니다. ⓒ 조찬현


▲ 뭉텅뭉텅 다진 흙덩이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집니다. ⓒ 조찬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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