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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 마치 세뇌 받는 느낌이었어요"

[인터뷰] 만화가가 꿈인 최규진군

등록|2015.06.08 14:43 수정|2015.06.08 16:13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학교를 떠난 학생이 전국적으로 6만 명이 넘는다. 이중 고등학생만 절반인 3만 명이다. 질병이나 해외유학 등 출국으로 인한 학업중단을 제외하더라도 2만5천 명, 하루 평균 70여 명이 고등학교를 떠나는 셈이다. 이른바 탈학교의 행렬이라 부를 만하다.

대구 북구에 살고 있는 최규진군도 지난해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올해 18세인 규진군은 학교를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 2학년이 됐을 나이다. 작년 1학년으로 입학 후 2학기 중간에 떠났으니 반년가량을 다닌 셈이다.

학생들이 한창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을 지난 금요일(5일) 오후 3시경 한 카페에서 최군을 만났다. 

▲ 규진군과 대화하는 동안 여느 고등학생 같기도 하고 어른 같기도 한 느낌이었다. ⓒ 김지형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거부감 느껴, 고등학교 1학년 가을 자퇴

"중3 때부터 입시 중심의 교육에 대해 압박을 느꼈어요. 획일화 된 학교에서 부품처럼 취급 받는 것 같아서 학교 가기 싫어졌어요. 부모님들이나 주변에서 일단 고등학교에 진학은 하고 좀 더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입학은 했지만, 스스로 시간을 허비하는 느낌이 들고 내 길이 아니다 싶어서 작년에 그만 뒀습니다."

가장 먼저, 학교를 떠나던 당시의 생각을 물어보니 담담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학교가 싫다기보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 학교생활이 필요 없다는 것이 당시 생각이었다고 한다. 미리 밝혀두지만 규진군의 꿈은 만화가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마치 세뇌 받는 느낌이었어요. 30여 명이 한 교실에 모여서 단체로 공부만 해야 하는 분위기를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내가 원하는 삶이 있는데 그것이 부정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도 잘 대해 주셨고 친구들과도 별 문제 없었지만 역시 모두가 입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곳이 학교라 더 이상 다니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죠."

학교에 다니지 않는 규진군의 일상이 궁금했다. 일반적인 고등학생들이라면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밤이 돼서야 집에 돌아 올 요즘, 학교를 떠난 18세 청소년은 뭘 하며 지내고 있을까. 

규진군에 따르면 기상시간은 보통 8시. 일어나서 오전에 1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고 나머지는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공부를 한다고 한다. 규진군은 오는 8월에 검정고시를 치를 계획이다. 오후가 되면 4시간가량 웹툰을 그린다. 4시부터는 저녁까지 만화학원에 나가고 저녁에는 책을 읽는다. 들어보니 하루 일과가 꽤 빡빡하다.

"다음 주부터 웹툰 연재를 다시 시작하는 바람에 좀 바빠졌어요. 그 전에는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여유가 좀 있었는데 주말이 아니면 어려울 것 같아요."

▲ 규진 군이 그린 웹툰의 한 장면 ⓒ 김지형


웹툰 연재 준비 중

규진군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한 웹툰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들었다. 규진군은 현재 배틀코믹스라는 사이트에 웹툰 연재 계약을 한 상태다. 아마추어이긴 하지만 이미 어엿한 웹툰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연재를 시작할 예정이라 한창 준비 중이다.

"작년 초까지 연재를 하던 사이트에서 다시 제안이 와서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엔 원고료도 거의 없고 게재에 의의를 두는 수준이었는데 이번엔 정식 연재 계약도 하고 원고료도 받아요. 주로 게임 관련 웹툰을 전문으로 다루는 곳인데 작가는 대부분 지망생이나 아마추어가 많은 곳입니다. 앞으로 꿈인 만화가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규진군의 꿈은 어릴 때부터 만화가였다. 화가인 아버지 곁에서 늘 그림을 가까이 접하면서 자연스레 그림 그리는 일이 꿈이 됐고 좀 더 자라면서 만화가로 구체화 된 것이다. 웹툰도 그리고 있으니 이미 그 꿈을 향해 성큼 다가서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고민이 자라기까지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궁금했다.

"중3 시절 학교에 다니기 싫다고 이야기 했을 때 부모님 두 분 모두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어요. 원한다면 학교는 다니지 않아도 좋다고 하셨어요. 다만 일단은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고등학교는 입학을 하고 이후에 결정하면 좋겠다는 의견이셨죠. 또 주변에 조언을 많이 들어보라는 이야기도 하셨구요."

학교를 떠나겠다는 결정에 부모님도 의견 존중

그렇게 해서 규진군은 작년 3월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1학기가 지난 후 본인의 결정에 따라 가을 무렵 자퇴서를 냈다. 이때도 부모님들은 이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고 한다. 학교를 벗어난 지 8개월 정도 지난 지금 후회는 없는지,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솔직히 혼자 있을 때나 친구가 필요할 때 아쉽다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 후회해 본 적은 없어요. 대부분은 결정에 만족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스스로 조금만 나태해져도 힘들어진다는 걸 느꼈어요. 뭐든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 점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궁금했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여러 가지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도 블로그도 운영하고 여러 가지 생각을 키우기 위해 인문학 공부도 하고 있어요. 아직 고민 중이지만 검정고시를 치른 후에 필요하다면 대학진학도 생각 중입니다. 무엇보다 20살이 되면 부모님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할 생각이에요. 21살 정도에는 군대도 다녀와야 하구요."

▲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규진군은 줄곳 당당하고 자신감 있어 보였다. 자신의 꿈조차 무엇인지 대답하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은 현실에서 더욱 그의 꿈이 옹골차 보였다. ⓒ 김지형


다부지게 앞으로의 이야기를 전하는 규진군의 모습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만나기 전 학교를 다니지 않는 또래의 모습을 연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꿈이 있는 그의 모습에 응원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사실 요즘 고등학생들 중 상당수는 장래희망을 물으면 대답하지 못하거나 대답을 하더라도 연예인, 공무원 정도가 다수를 이루는 현실에서 제대로 꿈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규진군의 모습은 전혀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이어지는 탈학교 행렬은 그 자체로 공교육의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는 다양한 이유를 두고 그저 문제로 보기보다 우리 교육이 이미 정해진 틀 안에 아이들을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할 것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과 꿈을 담을 수 있는 학교 돼야

제대로 된 학교라면 규진군 같은 친구들의 꿈까지 담을 수 있는 곳이 돼야 하지 아닐까. 학교폭력, 왕따, 입시위주의 교육을 비롯해 학교에는 풀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우선 아이들은 무지개 빛깔인데 학교가 단색이지 않은지, 학교가 애써 아이들의 어느 일면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문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저 학교를 떠나는 게 대안은 아니다. 꿈이 있다고 해서 학교를 떠나는 선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진다면 공교육 정상화도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중요한 것은 학교를 떠나든 다니든 사회가 함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진군은 필명이 '고야(Goya)'라고 한다. 현재 운영 중인 블로그(blog.naver.com/cgoya123)도 웹툰연재 작가명도 모두 고야다. 사연을 들으니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지어진 태명을 아직도 쓰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웹툰 작가, 만화가 고야의 작품을 많은 이들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의 이야기처럼 학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꿈을 쫒아 성공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또하나의 꿈도 함께 이루어지길 더불어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작은 언론인 대구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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