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毛털 모(毛)는 원래 짐승의 긴 꼬리에 난 털의 상형자이다. ⓒ 漢典
옛날 닭장수와 마늘장수가 서로 이웃해 살고 있었다. 동쪽에서 사는 닭장수는 아침 일찍 닭을 잡아 털을 뽑느라 닭털이, 서쪽 마늘장수는 마늘을 까느라 마늘껍질이 집안에 가득했다. 별일 없이 잘 지내던 이웃에 싸움이 벌어진 건 바람이 불면서였다.
동풍이 불면 닭털이 마늘가게로 날아들었고, 서풍이 불면 마늘껍질이 닭가게를 뒤덮었다. 이 문제로 싸우던 두 가게 주인은 결국 이 일을 관아에 가 해결하기로 했다. 고을 원님은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는 겨우 '닭털과 마늘껍질(鷄毛蒜皮) 같은 일'로 바쁜 관아를 찾았다며 두 사람 모두에게 곤장 열 대씩을 판결했다. 이후 사람들은 '작고 하찮은 일'을 이를 때, '계모산피(鷄毛蒜皮)'란 표현을 쓰게 되었다.
닭털의 예에서 보듯, 털은 보통 작고 가벼운 일을 이를 때 주로 쓰인다. 사마천도 이릉을 변호하다 사형에 처해지자, 여기서 죽는다면 구우일모(九牛一毛)처럼 가벼운 죽음이 될 거라며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을 위해 궁형을 택하고 아버지의 유업인 역사 기술의 길에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털이 다 하찮은 것만은 아니다. 지금은 멸종 위기에 놓인 '모피 열풍의 선구자' 해달은 다른 해양 포유류와 달리 지방이 적어 두꺼운 모피로 체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 어떤 동물보다 조밀하게 털이 나 있다. 해달의 두툼한 털의 외곽은 완벽하게 방수가 되고, 안쪽의 잔털은 늘 마른상태로 탁월한 보온 기능을 할 수 있다. 진시황도 이 해달 모피를 입었다는데, 해달모피는 현재 시가로 수십 억에 달한다. 해달 이외에 수달, 낙타, 담비, 여우 등의 털은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는다.
털 모(毛, máo)는 원래 짐승의 긴 꼬리에 난 털의 상형자이다. 첫 획에서 세 번째 획까지가 털이고 마지막 획은 털이 나는 피부를 나타낸다. 털의 속성에서 작다, 거칠다 등의 의미가 유추된 걸로 보인다.
전국시대 양주(楊朱)는 일모불발(一毛不拔)의 극단적 이기주의로 불리는 위아론(爲我論)으로 당시 제후들의 많은 지지를 얻어낸 바 있다. 천하를 얻기 위해 무분별한 인간의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에 "한 가닥의 털로 천하를 구할 수 있다고 해도, 그 털을 뽑지 않겠다"는 논리가 먹힌 것이다. 온갖 명분을 내걸고 털을 요구하고, 팔을 요구하고, 결국엔 목숨까지도 요구하는 전국시대에 양주의 오직 자신을 먼저 생각하라는 '위아론'이야말로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상이지 않았을까.
말의 털에 생기는 작은 병인 '모병(毛病)'이 모든 결점을 의미하는 것처럼, 작고 하찮은 털일지라도 그것은 작음에 머물지 않고,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억울하게 곤장만 맞고 끝난 닭장수와 마늘장수의 싸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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