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쩍 않는 청와대... 여야, 김칫국부터?
[분석] 국회법 개정안 오리무중... 15일 새정치연합 의총 주목
▲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새정치민주연합이 15일 의원총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정 의장은 지난 10일 행정입법을 위배한 '하극상 시행령'의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게 한 국회법 개정안의 강제성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방향으로 법안 문구 일부를 수정했다.
청와대와 국회가 정면 충돌하는 파국을 피하고자 내놓은 중재안이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을 '위헌'으로 규정짓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까지 시사한 바 있다(관련 기사 : 박 대통령 "국회법 개정안 받아들일 수 없다").
정 의장의 중재 노력은 어느 정도 통했다. 당초 '정의화 중재안'에 부정적이었던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정 의장의 중재노력은 국회 기능을 살리는데 있어서도 귀중한 것이라 쉽사리 무시할 수 없다"며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의화 중재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자연히 정치권의 관심은 15일 의원총회에서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로 쏠렸다.
그러나 사실 청와대가 문제다. 앞서 청와대는 '정의화 중재안'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싸늘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정 의장도 지난 13일 한·일 국회의원 축구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전과 동일하다"라고 말했다.
즉, 새정치연합이 중재안을 수용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청와대의 태도 자체가 변하지 않은 셈이다.
"청와대는 생각도 않는데 우리가 먼저 중재안 수용할 필요 있나"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시한 국회법 개정안 중재안과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남소연
이 같은 청와대의 태도는 '정의화 중재안'에 대한 야당 내 반대 여론에 힘을 싣고 있다. 즉, 청와대는 떡 줄 생각도 없는데 국회가 김칫국부터 마시는 모양새란 지적이다. 실제로 정진후 정의당 새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는 생각도 없는데 국회가 먼저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는 모양새 아니냐"라고 '정의화 중재안'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도 14일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중재안을) 인정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먼저 나서서 중재안에 동의해주는 게 논리적으로 이상하지 않느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의견이 당초에 많았다"라며 "최고위원 상당수도 부정적이고 원내지도부만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우리가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후 국회에서 재의에 들어갈 때 (다시 원안을 통과시킬) 정치적 명분이 서지 않겠나'라는 게 이 원내대표의 논리"라며 "여당도 (야당의 중재안 수용 시)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에 쉽게 동조하지 못할 것이라고 당내 다른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청와대도 압박하고 나섰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의 '공'은 새정치연합이 아니라 청와대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국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중재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혀 기존의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라며 "메르스를 방치해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청와대가 이번에는 정치를 방치해 국정혼란을 자초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새정치연합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청와대의 성의 있고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에 대해 '침묵'을 계속 지킬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개정안이 이송되면 청와대 입장을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 "입장을 내겠다고 예고하진 않는다"라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특히 그는 하루 전인 10일 '정의화 중재안'에 대한 질문에는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말씀하신 바 있다, 그 이후 청와대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청와대에게 '정의화 중재안'은 중요한 변수가 아닌 셈이다. 또 앞서 예고했던 '거부권 행사'도 여전히 유효하다.
거부권 행사 시 국회 정상운영 불가능... 이르면 16일 결론날 듯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새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피곤한 듯 몸을 뒤로 젖히고 있다. ⓒ 남소연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될 수밖에 없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부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이번 국회가 끝나고 만다"라고 이를 예고한 바 있다.
특히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두고서도 여야 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황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단독 처리하면서 18일 이전 임명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황 후보자 임명을 위한 어떤 의사일정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행사되면 국회는 그야말로 '올 스톱' 될 게 뻔한 상황이다.
가까스로 봉합된 새누리당의 '내홍'도 다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은 국회법 개정안 사태와 관련,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무엇보다 거부권 행사로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에 부쳐지면 그 표결 결과로 친박과 비박 간의 권력구도가 결정될 공산이 크다. 차기 총선까지 1년도 채 안 남은 점을 감안하면 친박·비박 모두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인 셈이다(관련기사 : 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당 권력지도 바뀐다).
한편,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법 53조 2항에 따르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15일 내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정 의장이 오는 15일 어떤 형태로든 국회법 개정안을 이송한다면 박 대통령이 7월 전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통상 국무회의는 화요일에 열린다. 가장 빠른 국무회의는 오는 16일이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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