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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생태공원, 보리수 열매 도둑 올 때 됐네

고양생태공원, 1만8천 평 규모로 조성된 자연생태공원... 사전예약 필수

등록|2015.06.15 14:06 수정|2015.06.15 14:06

▲ 고양생태공원 부들연못에 연꽃이 피었다. ⓒ 유혜준


고양생태공원을 처음 찾은 건 2013년 5월 25일이었다. 이날 처음 문을 열었던 것이다. 고양시가 생태공원을 만든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고양시는 도심에 버려진 나대지를 생태체험과 교육이 가능한 공간으로 복원해 만든 것이 고양생태공원이다.

공원조성공사는 2012년에 끝났지만 고양시는 1년 여의 휴식 기간을 두고 생태복원을 한 뒤에야 문을 열었다. 전체 면적은 1만8천 평. 이곳에 나무와 풀과 꽃을 심고, 산책로를 조성하고, 연못을 만들었다. 그 공간에 벌레가 찾아오고, 새가 날아오고, 동물들이 어슬렁거리면서 나타나 둥지를 틀었고,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생태공원이 공원에서 자연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연생태교육장 역할도 톡톡히 한다. 공원 안에 있는 '고양생태교육센터'에서는 이곳을 찾는 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연생태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전국 도시생태공원의 허브 역할도 더불어 하고 있다.

고양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이제 만 2년이 지났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미래는 밝다. 5년 뒤, 10년 뒤, 고양생태공원은 고양시가 어디다 내놔도 손색이 없는 자연생태공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고양생태공원 ⓒ 유혜준


이곳에서는 벌레와 풀과 나무, 새들을 관찰하면서 자연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고양생태공원에 들어가면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자연 속으로 스며든 느낌을 받는 건 그 때문이다.

지난 5일, 봄부터 벼르다가 겨우 시간을 내 고양생태공원을 찾았다. 고양생태공원은 '공원'이지만 아무나 불쑥 들어갈 수 없다. 자연을 가장 심하게 망가뜨리는 건 사람이다. 사람의 발길이 잦아지면 자연은 사람의 발밑에서 신음하면서 죽어간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생태공원은 탐방객을 제한한다.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개인탐방은 아예 하지 못한다. 하루 탐방객도 150명으로 제한한다. 그 때문에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많단다. 하지만 출입을 제한하지 않고 누구나 드나들게 한다면 고양생태공원의 자연은 망가지고 죽어갈 게 분명하다.

누구나 찾아가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은 '고양생태공원' 말고도 많으니, 그런 곳을 찾아가면 된다. 고양시에는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즐길 수 있는 공원도 있으니 말이다.

▲ 올해도 고양생태공원에 보리수 열매가 탐스럽게 열렸다. ⓒ 유혜준


6월초, 고양생태공원에는 보리수가 익었다. 그리고 개개비가 신나게 울었다. 빨간색으로 탐스럽게 익은 보리수 열매는 저절로 손이 가게 한다. 아주 작은 열매를 따서 입안에 넣고 오물거렸더니 새콤한 첫맛이 느껴지고 이어 달콤한 맛이 퍼진다.

나뭇가지가 휘도록 잔뜩 달린 보리수 열매들은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인다. 고양생태공원 안내를 하던 이미숙 생태 코디네이터가 "보리수 열매를 털러 도둑이 올 때가 됐다"고 말한다. 작년 이맘때, 탐스러운 보리수 열매를 누가 죄다 털어갔다는 거다.

보리수가 참 잘 익었다는 생각하면서 퇴근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해 보니 보리수 열매가 한꺼번에 싹 사라졌다나. 어찌나 허탈하던지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단다. 그런데 올해도 보리수가 익어가고 있으니 도둑이 와서 털어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는 거다.

▲ 고양생태공원에서는 조류 51종이 관찰되었다. ⓒ 유혜준


잘 익은 보리수 열매를 먹고 남은 씨는 '씨 멀리 뱉기' 놀이를 했다. 어린아이들이 견학 오면 그 놀이를 시킨단다. 날마다 게임만 하던 아이들이 보리수 씨를 입안에 머금었다가 멀리 뱉기 놀이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어른도 즐거운데, 애들은 오죽하랴.

인공습지에는 연꽃들이 피어났다. 멧비둘기들은 떼 지어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한꺼번에 날아오르곤 했다. 민물가마우지도 두어 마리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이날, 뻐꾸기도 울었다.

이른 아침에는 새들이 연애비행을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게 이미숙 코디네이터의 설명이다. 그이의 설명을 들으면서 산책로를 걷는데 꿩 울음소리가 들린다. 나중에 생태교육센터 건물 2층에서 바깥을 내다보다가 사이좋게 산책로를 지나가는 꿩 2마리를 볼 수 있었다.

▲ 고양생태공원에서는 뱀을 조심하세요. ⓒ 유혜준


이곳에는 일가를 이룬 너구리들도 산단다. 새를 잡아먹고 남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것이다. 고라니의 흔적도 자주 보인다나.

"너구리가 사람을 보고 도망치지 않고 어슬렁거려요. 사람들이 해코지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그뿐이 아니다. 수풀이 잔뜩 우거진 곳은 뱀들의 놀이터란다. 뱀들이 우글거린단다. 그래서 여름에는 사람들이 아예 가지 못하게 막아 놨다. 독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장담할 수 없으니까. 가끔은 뱀들이 산책로를 스윽 지나가기도 한다.

그런 뱀을 새들이 노리기도 한다. 새들이 죽은 장지뱀을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적도 있다고 한다.

"어른들은 뱀을 보면 기겁을 하지만 아이들은 신이 나서 난리도 아니죠."

유치원 보육교사와 아이들이 견학을 와서 뱀을 보면 교사는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가고, 아이들은 "뱀이다" 소리를 지르면서 뱀에게 달려간단다.

▲ 고양생태공원 안에 있는 고양생태교육센터 ⓒ 유혜준


고양생태공원과 바로 맞닿아 있는 대화천은 생태교육현장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윤성선 일산서구청장은 '대화천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대화천에 맑은 물이 흐르면서 살아나면 고양생태공원은 더 많은 자연공간을 확보하는 셈이 될 테니까.

고양생태공원이 2014년 6월부터 12월까지 고양생태공원과 대화천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한 결과 식물은 369종, 육상곤충은 193종, 파충류 8종, 포유류 7종, 조류 51종 등이 관찰되었다. 앞으로 관찰되는 종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이미숙 코디네이터의 설명이다.

▲ 고양생태공원에서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을 수 있다. ⓒ 유혜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고양생태공원은 특히 가을에 아름답다고 이미숙 코디네이터가 귀띔한다. 거기에 "눈 내린 날은 환상"이라고 덧붙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오란다. 보고 또 봐도 새로운 고양생태공원은 고양시의 보물창고가 될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고양생태공원은 입장료와 주차비는 무료이나,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어 있다. 사전예약은 필수이다. 예약하지 않으면 고양생태공원 문은 절대로 열리지 않는다. 그 점 잊지 마시길.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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