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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대화> 주세요"... 미래 소설가가 찾아오다

[책수레 봄수레④] 경축, 첫 초딩 고객의 탄생

등록|2015.06.17 17:39 수정|2015.06.18 10:30
오후에는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책수레 출동을 잠시나마 망설였다. 그래도 머리와 가슴보다는 손발이 시키는 대로 책수레는 출동했다.

이번에는 새로운 코스를 개척하고 싶어서 동주민센터 방향으로 움직인다. 영등포공원 옆 진사장네에서 첫 고객을 만났다. 마침 가게에 있던 사장님 초딩 딸에게 <고래가 그랬어>를 강권하며 호객행위를 시작한다. 경축! 첫 초딩 고객의 탄생이다.

첫 초등학생 고객 영입 성공... 설마?

▲ 첫 초딩 대출 성공. 진사장네 ⓒ 김동규


책수레가 명당그늘자리 푸르지오 아파트 입구에 자리를 잡자마자 한 중학생으로 추정하는 여자아이가 두리번거리더니, 책수레 쪽으로 다가왔다. 책을 빌려주는 거냐고 물어본다. 얼마든지 빌려볼 수 있다고 대답했더니, <숲의 대화>을 선택한다. 뭔가 마니아의 냄새가 난다. 미래의 소설가가 책수레를 찾아온 느낌이다.

잠시 뒤에는 아저씨 한분이 책수레로 오시더니, 사진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신다. 재미나고 의미 있는 일 한다며 사진만 찍고 그냥 가신다. 아마 SNS용 사진만 찍어가신 듯. 다음주에는 꼭 빌려가세요.

▲ 미래의 소설가가 찾아오다 ⓒ 김동규


영등포역 구둣방 아저씨는 <조선왕족실록>을 첫주에는 1권 둘째주에는 2권 이번에는 3권을 빌려가신다. 처음에는 책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시더니, 점점 권수가 많아지고 있다. 기념으로 구둣방 앞에서 인증샷 한 장. 다음에는 좀 더 친하게 찍어야겠다.

고가밑 과일가게 아줌마는 <미생> 1, 2권을 다 봤다고 3~5권 빌려달라고 하신다. 알고 보니 그집 고딩 아들이 재미나게 보고 있단다. 다음에는 아들보고 직접 카페로 놀러와서 빌려가라고 전했다.

▲ 구두방 아저씨 인증샷 ⓒ 김동규


오늘은 처음으로 거리에서 법률상담 접수도 받고, 책수레 따라 카페로 처음 방문하신 분도 생겼다. 책수레는 새로운 걸 창조하기보다는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는 거 같다. 책수레 봄수레가 조금씩 재미가 난다. 욕심이 난다. 곧 동네상인들과 함께 마을상가지도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자꾸만. 오늘의 책수레 봄수레 일기 끝.
덧붙이는 글 카페봄봄 책수레 일기 네번째입니다. 매주 목요일 책수레 봄수레는 출동합니다.
카페봄봄은 노동과 마을의 합체를 꿈꾸는 영등포 노동자마을카페입니다.

이 기사는 <봄봄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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