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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통한 앵두가 주렁주렁... 이야기가 있는 농촌

행복한 시골집 이야기

등록|2015.06.17 18:07 수정|2015.06.18 11:10

▲ 시골집에서 앞다투어 피어나는 꽃들입니다 ⓒ 강미애


일년 중 6월은 가장 화려하고 매혹적인 계절인 것 같습니다. 지금 시골집 앞마당에는 여기저기 앞다투어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진분홍빛 야생화 옆 푸른 잎사귀 속에서 백합이 빨간 얼굴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6월의 강렬한 햇살 속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교향곡 소리와 제각기 다른 색깔의 빛을 발산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사람은 황홀하여 어찌할 줄 모릅니다. 자연의 향기와 고운 빛깔에 취하여 살아가는 행복한 시골살이 소식을 전합니다.

사람 손길 유혹하는 '오동통'한 앵두

▲ 시골집 앵두가 농익어갑니다 ⓒ 강미애


퇴비와 햇살과 빗물을 먹고 자란 오동통한 앵두가 해마다 사람의 손길을 유혹합니다. 앵두는 꽃도 화려하지만, 꽃들이 일제히 빨간 앵두로 자리 잡는 모습도 보기가 좋습니다. 앵두는 즉석에서 따먹어야 탄력 있는 식감과 새콤달콤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시골집 마당을 산책하며 예쁜 꽃들과 인사하고 약간의 운동으로 목이 마를 때 앵두를 따먹습니다.

작은 푸른 잎사귀 사이에 달린 빨간 앵두를 따서 먹고 씨는 후루루 뱉습니다. 이렇게 뱉은 씨들은 더러는 새들이 주워 먹고 더러는 흙에 묻혀 내년 봄에 작은 앵두나무로 자랍니다. 군것질거리가 귀하던 어린시절엔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대청마루에 가방을 던져놓고 집 뒤 텃밭으로 달려가서 앵두를 따 먹었습니다.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 잘익은 앵두를 수확했습니다 ⓒ 강미애


창문을 열면 아침마다 사람을 반겨주는 주황 나리꽃 사이에 방금 딴 앵두를 놓아보았습니다. 자연은 제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색깔마다 서로 어우러지고 받쳐 주어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내지만, 유독 인간 세상에서만 아웅다웅합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창밖에는 아름다운 새들이 노래를 불러주어 귀를 즐겁게 합니다. 7년 전 귀촌 후에 해마다 시골집 주위에 나무와 꽃을 심고 있습니다. 나무는 자라서 풍성한 과일을 맺고 꽃들이 활짝 피어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자연은 보살펴줄수록 사람에게 더 큰 은혜와 사랑을 줍니다. 세상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다가 보면 자연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에 심신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 앵두 서로 달라고 시샘하는 강아지와 고양이 ⓒ 강미애


앵두를 따다 보니 4개가 붙은 것을 따게 되었습니다. "미미야~~" 고양이 미미를 부르니까 마당에서 한가로이 놀던 미미가 달려와서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습니다. 강아지도 질세라 얼른 달려와서 고개를 밀어내고 대신 앵두를 차지하겠다고 합니다. 시골집 강아지와 고양이는 자연 속에서는 싸우지도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지만, 사람의 관심은 서로 차지하겠다고 합니다.

나무그늘 혹은 꽃그늘 아래서 평화로이 잠자는 동물을 보면 마음의 힐링되고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산업문명의 발달이 결코 인간의 행복지수를 더하지 않고 과도한 물질문명의 절제와 자연 사랑만이 행복한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앵두, 고양이, 딸기, 인동초

▲ 사람따라 산책하는 고양이 미미입니다 ⓒ 강미애


고양이 미미는 시골집 주인 인기척이 나면 얼른 달려와 야옹~ 하며 반기고 사람이 가는 곳마다 따라 다닙니다. 큰 보살핌 없이 이 집에서 맘껏 놀 수 있는 자리만 제공했을 뿐인데도 사람을 좋아합니다. 앵두나무 옆 울타리에 피어나는 인동초의 매혹적인 향기는 이 세상 어느 향기보다 기분을 좋게 합니다.

▲ 시골집 정원의 마지막 노지딸기입니다 ⓒ 강미애


시골집 앞마당에서 올봄에 달콤한 딸기를 제공하던 딸기들이 이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며 마지막 딸기를 사람에게 내줍니다. 올봄에 가물어서 사람이 물을 주었고 그 보답으로 맛있는 딸기를 주었죠. 올해 마지막 작별 인사를 고하며 내년 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합니다.

" 딸기야 고맙다. 너의 달콤한 향기를 꼭 기억할게~."

▲ 딸기향기가 진한 시골집 노지 딸기주스입니다 ⓒ 강미애


딸기밭에서 거둔 마지막 딸기를 믹서기에 달달 갈아서 주스로 마셨습니다. 자연은 이렇게 사람을 거두고 먹이고 보살폈으므로 사람 또한 이 세상에서 생명이 다할 때 기꺼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 그들의 먹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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