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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기를...

등록|2015.06.17 19:11 수정|2015.06.17 19:11
영국의 인구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인구 증가는 언제나 식량 공급을 앞지르는 경향이 잇으며, 엄격하게 산아 제한을 하지 않으면 인류의 운명은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주장대로라면 중국은 '런타이둬(人太多: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며 중국인들 스스로 탄식하는 말)'로 인해 발전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략) 이때 마오쩌둥이 내건 슬로건은 '런둬리량다(人多力量大: 사람이 많을수록 힘이 커진다는 의미)'였다. 그는 아이를 5명 이상 낳은 어머니는 '영광 엄마', '10명 이상 낳으면 '영웅'이라는 호칭까지 부여하며 출산장려 운동을 펼쳤다. 이때부터 중국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략) 이렇게 급증한 인구는 마오쩌둥이 바란 것처럼 '일하는 손'이 되어주었다. 경제 개방 초기에 '메이드 인 차이나' 물품이 전 지구촌을 휩쓸 수 있었던 것은 거대한 저임금의 산업 생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곧 고성장을 이끌어주는 견인차 역할을 하며 오늘날의 중국이 있게 했다. - KBS 슈퍼차이나 제작팀, '슈퍼차이나'

지금의 중국은 마오쩌둥과 달리 출산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그 어떤 나라든 시기나 상황에 따라 출산 억제 정책을 펼치기도 하고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기도 하는 셈이다. 말하자면 출산이라는 것은 단순히 가족 구조를 지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와 밀접하게 닿아 있는 요소 중 하나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인구 구조나 사회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경영의 초석을 다져야 할 것이다.

2012년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한국의 출산율이 1.19라며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2750년에 한국인이 멸종할 것이라 전했다. 멸종 이전에 치러야 할 기성세대의 죗값이 만만치 않으리라 보이는 가운데 특히 경제적인 차원에서는 일찌감치 취약한 구조를 드러내리라 본다. 로봇이 이미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사회가 도래했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기존 사회 시스템이 붕괴될 여지는 있지만 인구의 수와 인적 자원의 질이 자본주의 경제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낮은 출산율은 고령화와 인과 관계에 있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생산 가능 인구의 감축으로 연결될 것이다. 노동 공급의 감소와 노인 부양 자금의 증가는 내수 시장이 위축되기에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국가 경제의 총체적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저출산의 멍에를 벗어나는 여러 방법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육아 휴직 제도를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있다. 최근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이 통과돼 남자 공무원의 육아 휴직 기간이 3년으로 연장되는 등 정책적 차원에서 많은 변화를 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활용 폭이 좁은 경우도 많고 일반 기업에서는 좋은 제도를 그림의 떡으로만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과 관련하여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 신고하는 제도가 있어도 회사는 경영 악화를 핑계로 권고 사직을 하거나 기타 부당행위를 요구하며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계산기만을 가지고 표면적 실익을 따지는 기업의 논리로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정책적 변화가 무색해지기 마련이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거나 대의적 명분을 따르지 않는 경우 감수해야 할 사회적 비용에 대한 이해 없이는 좋은 제도도 그 빛이 퇴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육아휴직을 내는 직원들에게 1년 동안 월급 100%를 주는 유급 휴직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한 기저에는 늘 도전하고 모험하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향도 깔려 있겠으나 왜 직장에서 재밌으면 안 되는지 늘 반문하는 그의 가치관을 통해 알 수 있듯 기업주가 직원들을 돌보면 직원들도 사업을 돌볼 것이라는 신념이 녹아 있는 것이다.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내세운 정책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행태를 놓고 단순히 후자를 비교 열위에 놓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저출산을 바라보는 관점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 협업과 연대가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되는 시기에 편협한 사고에서 비롯되는 손익계산서를 만지작거릴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적게 들일 지점이 어디인가에 대한 모색을 하기 위해 사회적인 연대가 이뤄져야 하고 그것이 육아 휴직 제도의 개혁을 대하는 인식의 개혁이 되는 것이다.

사회구성원들이 육아휴직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추고 여러 기업이 적극적으로 이미지 쇄신을 꾀할 때 나비 효과로 인한 경제 구조의 재편도 노려볼 수 있다. 기성세대들이 시대적 흐름에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모습, 어떤 사안에 적절히 대처하는 세련된 모습을 보이면 자라나는 세대들이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자라나는 세대들이 취약한 경제구조에 노출되도록 방치하지 않았다는 기성세대들의 판단력과 책임감이 그들에게 학습되는 사회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육아휴직은 '교육'이고 '경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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