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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시 원을 크게 쳐야" 대통령의 뒤늦은 주문

고개 숙인 삼성서울병원장 "큰 심려 끼쳐 너무 죄송"

등록|2015.06.17 17:57 수정|2015.06.17 18:53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방문 도중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만나 메르스 퇴치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초기 부실 대응으로 전국적 확산의 빌미를 제공한 서울삼성병원 송재훈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은 17일 세종시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와 국민보건연구원을 잇달아 방문한 자리에서 송 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송 원장은 "메르스 사태 때문에 대통령님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렸다"라며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저희가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최대한 노력해서 하루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90도 허리 숙인 삼성병원장... 박 대통령 "확실히 차단돼야"

송 원장은 또 박 대통령을 향해 90도 가까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위험한 기간 동안 삼성병원에 잠시라도 드나들었던 환자나 방문객 명단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삼성병원에서 문제가 확실하게 차단되면 (메르스 확산) 종식으로 가는 데 큰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협조해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삼성병원은 메르스 확산 사태와 관련해 "국가가 뚫렸다"(정두련 감염내과 과장)라고 했다가 사과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메르스 대응 방안과 관련해 뒷북성 주문을 쏟아냈다. 박 대통령은 "역학조사를 할 때 원을 크게 쳐야되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국제적인 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한국적인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유입된 감염병인 경우에는 가능한 한 보수적으로 봉쇄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메르스 대응 관련 현장 행보를 벌이고 있는 박 대통령이 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삼성병원 외 또 확진 환자가 생기면 강한 행정력을 가진 공무원, 즉각 대응팀 전문가, 병원장 등 3자가 앉아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글로벌 시대에 해외 감염병이 언제라도 유입될 수 있다. 이번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즉각대응팀은 앞으로도 상설화하고 또 감염 대응하는 핵심기구로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메르스 무서워할 필요 없다더니... 박 대통령 방문 앞두고 '방역 의전'

한편 박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세종시 정부청사에서는 '방역 의전'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 청사에는 흰색 방호복을 입은 방역요원 7명이 청사 곳곳에 자몽추출물로 만든 천연 소독약을 뿌렸다.

오후 들어서도 대책본부가 있는 5층에서 방역요원 2명이 장관실과 회의실을 돌며 소독했고 청소노동자 3명도 40여 개 문손잡이·엘리베이터 버튼과 문을 일일이 소독약을 뿌리며 닦아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를 '중동식 독감'이라며 과도한 공포감 조성을 비판해 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업을 재개한 학교를 방문해 "메르스는 중동식 독감이라고 할 수 있다. 손 씻기 등을 잘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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