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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샘암 치료 복병이 먹는 것일 줄이야

[암~ 난 행복하지! 19] 저요오드식

등록|2015.06.18 21:19 수정|2015.06.18 21:43
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 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을지도 모른다. - 기자 말

저요오드식 재료저요오드식 기간동안 먹을 채소들을 준비했다 ⓒ 강상오


매일 아침 복용하던 갑상샘 호르몬제인 '신지로이드'를 중단한 지 2주가 다 되어 간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4주간 신지로이드 복용을 중단해야 하고 2주간은 '저요오드식'을 해야 한다.

신지로이드를 중단하고 처음 2주 동안은 '테트로닌'이라는 약을 복용 하는데, 테트로닌은 매일 아침 식전 공복에 한 번 복용하던 신지로이드와 달리 하루 2번 식후 30분에 복용한다. 테트로닌을 복용하는 2주간은 자유식을 하면 되고 테트로닌마저도 중단하는 2주간은 저요오드식을 해야 한다.

처음 신지로이드 복용을 중단하고 테트로닌을 복용하던 2주간은 평상시와 다를 것 없는 생활을 했다. 평소와 같이 매일 등산과 달리기 등 운동을 했고 고마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대구까지 다녀 오기도 했다. 문제는 테트로닌도 중단하고 식단도 저요오드식을 해야하는 마지막 2주다. 병원에서 설명을 듣긴 했지만 저요오드식은 처음 해보는 거라, 당황스러웠다.

한창 운동을 하면서 다이어트를 할 때 나트륨과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기 위해 식단을 조절해본 적은 있지만 저요오드식은 생각보다 먹을 수 있는 게 적었다. 일단 웬만한 채소들은 다 먹을 수 있기에 감자, 고구마, 호박을 샀다. 삶거나 쪄서 배고플 때 먹을 생각이었다. 병원에서 '무요오드 소금'을 사와 물리면 소금 찍어 먹으며 버틸 생각이었다.

저요오드식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배추전저요오드식 이전 마지막 만찬으로 배추전을 실컷 먹었다. ⓒ 강상오


나는 70대 노모와 둘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부터 6.25까지 직접 겪은 터라 '밥'에 대한 애착이 크신 분이다.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겠지만 자식의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볼 때가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다 다이어트라도 한답시고 밥을 먹지 않겠다고 하면 어쩔 줄 몰라 안절 부절 못하시는 분이 우리 어머니다. 자식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지낼 걸 생각하니 걱정이 많이 되셨나보다.

저요오드식에 들어가면 금지 식품 목록을 보면서 먹을거리를 준비해도 헷갈리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계란을 먹지 못하게 하는데, 단순히 계란만 먹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계란이 함유된 빵도 먹지 못하는 것이다. 천일염을 먹지 못하니까 천일염으로 담근 간장이나 고추장 등을 다 먹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공 식품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니, 어머니 생각에 먹지 못하는 재료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만들어 주는 음식에도 먹으면 안 되는 재료가 들어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 번은 당면과 국수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어머니는 국수는 '밀가루', 당면은 '전분가루'로 만든 면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 분명히 국수에는 밀가루 이외에도 소금도 들어가고 당면에도 전분가루 이외에 소금이나 다른 첨가제도 들어 간다. 그런 부분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그래서 어머니가 지금 만들어 주신 음식은 먹지 못한다고 말씀 드리면 당신이 기껏 생각해서 만들어준 음식을 못 먹는다고 투정부리는 것처럼 받아 들이시면서 서운해 하셨다.

이렇기에 저요오드식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한 저요오드식 기간에는 신지로이드를 비롯해 테트로닌조차도 복용을 하지 않고 완전히 끊는 기간이라 신지로이드 중단에 따른 부작용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몸이 힘들어지면 모든 것이 짜증나게 마련인데 '힘드니까 그냥 내버려 둬 달라'고 말씀 드려도 눈 앞에 있는 '자식이 굶고 있다'는 생각에 계속 안절부절 못하셨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에 나는 더 힘들고 짜증이 났다. 어머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차피 그런 환자에게 보호자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걱정한답시고 계속 보채고 확인하는 게 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 그럴 땐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다이어트 할 때도 먹고 싶은 거 못먹고 잘 참으면서 살아왔는데 뭐...'라고 쉽게 생각 했었는데 신지로이드 중단 부작용과 저요오드식이 합쳐지니 내 예상과 달리 너무 힘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속이 울렁거리고 미식거려 평소 먹던 저요오드식단의 음식을 먹으면 토할 것만 같았고 얼큰한 국이나 찌개라도 먹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오롯이 그냥 견디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저요오드식을 시작하기 하루 전날 저녁. 어머니와 함께 배추전을 구워서 실컷 먹었다. 달달한 겨울 배추에 부침가루를 묻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구워낸 배추전. 나는 배추전을 처음 먹어보는데 농담 삼아 어머니께 '배추전 장사하자'고 할만큼 맛이 좋았다. 저요오드식을 시작한 뒤 힘들 때 어머니의 배추전과 묵은지로 끓인 김치찌개가 너무 먹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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