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하루에 100엔, 뭐든지 보관해드립니다

[리뷰] 오야마 준코 <하루 100엔 보관가게>

등록|2015.06.19 17:30 수정|2015.06.19 17:30

<하루 100엔 보관가게>겉표지 ⓒ 예담

많은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특별한 물건들이 있다. 여행지에서 가져온 기념품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일 수도 있다. 아니면 학창시절에 받았던 상장이나 친구에게 받은 선물일 수도 있겠다. 예전 애인에게서 받은 편지일 수도 있고.

이런 물건들을 어디에 보관하면 좋을까. 집안 어딘가에, 자신의 방 한 구석에 보관하면 그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릴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 이런 물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상점이 있다면, 어느 정도의 돈을 주고 그곳을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물건을 맡기는 곳이라면 흔히 '전당포'를 생각하기 쉽지만, 그곳과는 개념이 다르다.

전당포는 물건을 맡기고 손님이 돈을 받는 곳이지만, 물건 보관소는 보관을 부탁하고 고객이 하루에 얼마씩 돈을 준다.

버릴지 간직할지 고민하는 물건들

지하철역에 있는 유료 물품보관함과 비슷하다. 대신에 보관소에서는 사람이 직접 손님의 물건을 받는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뭔가를 맡기려고 한다. 그럼 그 물건은 아주 소중하거나, 아니면 가지고 있기 부담스러운 것일 가능성이 많다.

두 가지 다 해당될 수 있겠다. 버리기는 아깝고, 갖고 있자니 그러기는 싫고 그러면 그냥 보관소에 맡겨 버리는 것이다. 관심없는 물건일 경우, 나중에 찾으러가지 않으면 보관소에서 알아서 처분해 줄 테니까.

오야마 준코의 2013년 작품 <하루 100엔 보관가게>는 바로 이런 가게를 무대로 한다. 하루에 100엔을 받고 손님이 가져오는 어떤 물건이든 보관해준다. 작품 속에서 손님들이 가져오는 물건은 다양하다. 고급 자전거, 유서, 이혼서류, 오르골, 오래된 냄비 등.

가게의 주인은 스물 일곱 살의 총각. 그는 어린 시절의 사고로 앞을 보지 못한다. 대신에 뛰어난 육감과 청력, 기억력에 의존해서 손님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상대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일종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보관물을 읽거나 볼 수 없고 손님의 얼굴도 볼 수 없으니까.

손님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생활이 보장되니까 안심하고 물건을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자신의 물건을 보관소로 가져왔을까? 손님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사연들이 작품 속에서 펼쳐진다.

각자의 물건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

이런 식의 보관가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작품을 읽다보면, 이런 보관소에 개인적으로 어떤 물건을 보관시킬지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여기에도 위험요소가 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와서 불법총기 또는 마약을 맡기게 될 가능성도 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이 보관해주길 바라는 그런 물건이 한두 가지씩 있을 것이다. 가족에게 보여주기 싫거나, 아니면 잠시라도 멀리 떨어지고 싶은 그런 것들.

어찌되었건 이런 물건들은 과거의 추억과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그 추억은 자신에게 어느 정도 불편한 추억일 수 있다. 정말 소중한 기억과 연관된 물건이라면 남에게 보관하게 하지 않을 테니까.

그것을 남에게 맡긴다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드러낸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자신만의 봉인된 과거가 풀리는 것. 물건을 맡긴다는 것은 사생활과 기억을 맡긴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하루 100엔 보관 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 이소담 옮김. 예담 펴냄.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