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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마을에 오케스트라가 두 개나?

신안군, 오케스트라 모집 논란... "신안군 전체 대상인지 몰랐다"

등록|2015.06.19 18:40 수정|2015.06.19 18:40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제3회 정기공연 모습5년 째 민간에서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섬 마을 오케스트라가 지자체의 또 다른 오케스트라 창단으로 좌초위기에 처해있다. ⓒ 이혁제


인천이 고향인 홍명진 지휘자는 전남 목포와 신안에선 홍마에로 통한다. 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한 만큼 실력 또한 만만치 않다. 전남 서남권의 여러 학교 지휘를 맡으면서 지역 오케스트라 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는 목포지역 청년 교육운동단체인 (사)미래를 여는 문화회 회원들이 엘 시스테마 운동의 기치아래 섬마을 아이들에게 단순한 악기 강습이 아닌 오케스트라를 통한 공동체 의식함양과 섬 이라는 배타적 환경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을 경험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2001년 창단하여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2012년엔 시민 재능기부운동의 표본으로 교육부로부터 방과후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각 종 신문과 방송에 자주 소개되기도 하였다.(관련기사 : 섬 주민, 군수 등 모두를 울려버린 감동의 오케스트라(2013.12.16), 섬마을 아이들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던 날 (2013.8.20))

그러나 이들의 노력이 신안군의 탁상행정으로 물거품 될 위기에 봉착했다. 신안군이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거주하는 섬에 100여명의 대형 청소년오케스트 창단을 목표로 단원모집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름도 유사한 '신안청소년오케스트라'이다.

신안군 주최로 새로운 오케스트라 창단과 단원 모집을 알리는 공문신안군의 신규 오케스트라창단으로 일선 학교에서 조차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 이혁제


신안군은 각 학교에 '신안청소년오케스트라창단 단원모집'이라는 공문을 보내 학교차원에서 단원모집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섬 마을 학교는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한 학교에 수십 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하나만으로도 원하는 아이들은 다 소화할 수 있다. 굳이 또 다른 오케스트라를 창단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5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단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휘자를 포함 최소 10명 이상의 파트별 강사가 필요하다. 악기 또한 고가이고 유지경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일 년에 수 천 만원에서 많게는 1억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는 3천 만 원의 예산으로 가까스로 일 년을 버티고 있다.

기자는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단장을 맡아 지난 5년 간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 신안군의 또 다른 오케스트라창단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신분을 정확히 밝히고 그 내막을 취재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내용은 굳이 같은 섬 지역에 예산을 들여가며 또 다른 오케스트라를 창단할 필요가 있는가였다. 이에 대해 신안군측은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가 그동안 신안군 전체 섬 아이들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는 줄 몰랐다"면서 "이번에 새로 창단할 오케스트라의 운영비는 군비가 아니라 농림축산부의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산 낭비는 아니"라고 밝혔다.

각종 언론보도와 그 동안의 세 차례 정기공연은 차치하고라도 전임 군수 시절 공연을 본 군수가 눈물까지 흘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오케스트라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는 신안군의 행태에 홍 지휘자, 강사 그리고 학부모들은 분노하였다. 또한 자지체 산하에서 운영되고 있는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서류만으로 일을 하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새롭게 창단 될 오케스트라는 공모사업에 이미 선정이 되었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케스트라에 참여하려는 학생 수는 한정되어 있다 보니 두 오케스트라 간에 경쟁 아닌 경쟁이 일어날 법 하다.

오케스트라는 개별 악기 강습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단원이 많을수록 그 화음이 좋아지고 효과도 커지게 된다. 하지만 신안군의 방침대로 새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진다면, 원활히 운영이 될지 모르겠다.

신안군은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고장이다. 그래서 천사의 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에서 아름다운 화음을 내고 있는 천사들과 새로운 오케스트라에서 악기를 불게 될 천사들이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신안1004청소년오케스트라 단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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