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공개형뉴스제휴평가위'가 못마땅한 이유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제안에 대한 논평

등록|2015.06.19 16:19 수정|2015.06.19 16:19

▲ 네이버-다음카카오,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설명회 ⓒ 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5월 28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이례적으로 공동 설명회를 개최하여 '공개형뉴스제휴평가위원회(아래 위원회)'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포털사 2곳이 뉴스서비스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어뷰징 기사(포털 사이트에서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검색을 통한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동일 제목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거나 인기검색어를 올리기 위해 클릭수를 조작하는 것)와 사이비 언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위원회를 설립하여 공동대응 하겠다는 발표였다.

현재 포털 뉴스서비스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뷰징 기사와 일부 사이비 언론이 포털사의 검색 힘을 빌려 광고비를 요구하는 문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위원회를 구성해 뉴스서비스와 정보검색 대상 언론사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선정하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된다.

위원회 구성은 일종의 시장주도의 자율규제 모델로서 인터넷 생태계의 건전한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포털이 가지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인터넷 생태계와 사회를 위한 책임이 요구되는데 시장논리나, 국가규제가 아닌 이해당사자 간의 협의와 토론의 자율규제 거버넌스를 제안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털사들의 이런 움직임을 수긍하면서도 몇 가지 의문점 또한 지울 수 없다. 먼저, 현재의 보수언론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서 과연 얼마나 객관적인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발표된 바와 같이 모든 언론관련 단체를 망라하겠다는 것은 모든 이해관계를 조정하겠다는 명분 아래 결국 포털사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단지 '현상유지' 하겠다는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어뷰징 기사와 사이버 언론사는 포털의 문제 이전에 언론 스스로가 정화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어뷰징 기사의 중심에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기득권을 가진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이 주축이 된 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오히려 중소 언론사나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는 건강한 인터넷 언론사들의 생존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고, 소외받는 지역 언론과 소수자를 대변하는 언론사들은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

둘째, 무엇보다 이번 위원회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포함된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사업목적은 언론진흥과 교육, 지원이지만 '중립적인 기관'이라 단정 짓기 어렵다. 언론재단 이사장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임명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총리후보로도 거론되곤 한다. 이처럼 준정부기관의 친청와대 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포털사들이 주도하는 자칭 중립적인 '공개형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동아일보 논설주간 칼럼을 통해 언급된 청와대 모 비서관이 이번 위원회를 주도했다는 설도 이와 같은 의구심을 더 짙게 한다.

셋째, 그렇다면 현재 어뷰징 기사와 사이비 언론사 문제에서 포털의 책임은 없는가? 포털사들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서 이미 어뷰징 언론사들을 조사했다. 그렇다면 포털사가 스스로 공정하고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 기준에 부합되는 언론사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 대형 위원회를 만들려고 하는지 의문이다.

사실 문제를 이렇게 꼬이게 만든 것은 포털의 책임도 크다. 포털사들은 그동안 뉴스편집, 편향성, 수익배분과 관련해 여론의 질타가 있을 때마다 땜질식 처방만을 했다. 근본적으로 그동안 포털은 한국 언론발전을 위한 고민 속에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뉴스서비스를 조금씩 변화시켜 왔다. 그러다 보니 어뷰징이나 사이비 언론사 문제가 외려 심화된 측면이 있다.

그리고 현재 위원회 설립 논쟁에 가려진 포털 뉴스 소비의 문제점들 역시 주목받고 해결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대변하는 목소리는 이미 포털사이트 메인 뉴스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오로지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클릭수를 올리고 자극적인 연예뉴스와 스포츠뉴스만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 현재의 포털 뉴스서비스 상황이다. 이에 대한 자기반성은 없고 뉴스제휴만 잘하면 다 해결된다는 처방은 한국 언론과 인터넷 발전을 위해서 의미가 없다.

이번 '공개형뉴스제휴평가위원회' 제언이 나름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진행방식과 참여단체 등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제언 또한 포털의 책임 회피를 위한 눈가림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만약 포털사들이 진정으로 한국 언론발전을 위해서 위원회를 준비하는 것이라면, 보다 많은 의견 수렴을 위해 언론노조, 기자협회, 언론 관련학계, 언론 시민단체, 전문가 단체 등을 포함하는 더 광범위한 주체들의 논의 자리를 가졌어야 했다.

위원회의 출범일을 8월말이나 연말 등으로 못 박으며 무리하게 시한을 두지 말고 보다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의 틀부터 제안했어야 했다. 그 속에서 포털의 문제점도 논의해서 개선하고, 언론사는 자율정화 방안을 제도화하고, 무엇보다 국민의 여론 특히 이용자들인 네티즌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이런 사전절차는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계획을 선포하고 '나를 따르라'는 투의 진행 방식은 인터넷 생태계의 또 다른 갑질 언론서비스사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한마디로 이번 위원회 추진은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좋게 평가하기 어려우며, 친 정부단체와 청와대 기획설까지 난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진정성 있는 포털 뉴스서비스 개선을 위한 제언을 한다면 관련 시민단체들은 언제든지 논의에 응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주변을 탓하기 전에 포털 자신의 허물도 스스럼없이 고칠 수 있는 전향적인 자세에서 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책임회피형, 권력기관의 비위 맞추기형, 소수자 및 네티즌 권익 무시형 절차를 진행한다면 이번 제언은 또 하나의 대국민 기만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민언련 정책위원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