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고색창연한 거리, 기온거리
[둘이 떠나는 일본 여행⑤] 교토 기온거리
▲ 교토의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기온 거리 ⓒ 김혜민
오사카만 구경하기 아쉬운 분들이 부수적으로 들리는 곳이 교토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심 오사카만 가길 바랐지만, 나래는 교토를 더 가보고 싶어 하는 듯했다. 오래된 지하철을 덜커덩덜커덩 타고 흘러가니 창밖에는 애니메이션에서나 존재하는 키 작은 목조 건물이 펼쳐진다. 어떤 이는 기차에서 바라보는 교토의 풍경이 너무 좋아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그 말이 와 닿았다. 창밖에 펼쳐지는 목조 건물은 내가 상상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오사카를 부산이라고 하면, 교토는 경주와 같다. 사람들로 북적북적하고 맛거리가 산재되어 있는 오사카도 좋지만, 나는 고색창연한 분위기에 내가 상상했던 "일본스러움"이 묻어 있는 교토가 좋다. 어쩌면 교토의 첫 여행지가 "기온거리"여서 였는지 모른다. 오래된 건물들이 강가 주변에 일렬로 서 있고 딱딱한 시멘트 길 위에도 일렬로 서 있다. 일본 전통 가옥의 멋을 한껏 만끽할 수 있는 거리이다.
▲ 낮과 밤이 다른 얼굴을 가진 거리. 허름해 보이는 주택 같지만, 밤이 되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먹거리 가게 ⓒ 김혜민
기온거리 가는 길에 만나 웃음이 예쁜 할아버지
전철을 타고 기온마치역에서 내렸다. 길은 오리무중이었다. 택시를 타기에는 짧고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기에는 다소 멀었다. 그래도 고집대로 걷기로 한다. 그때부터 우리 고생길은 펼쳐졌다. 지하 길을 요리조리 걷다 나오니 강이 보이고, 강 주변에는 오래된 보이는 건물이 놓여있다. 밤이 되면 가장 화려하게 옷을 바꿔 입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숙소를 찾는 것이 목표였다. 숙소를 찾으려면 기온거리를 가로질러야 한다. 우두커니 서 있으니 백발인 할아버지가 우리를 보며 배시시 웃음을 지었고, 나와 눈이 마주친다.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새어 나왔다. "여기 가야 하는데..." 그 순간 표정을 싹 바꾸고 내가 들고 있는 지도를 보더니 온몸을 활용해 길을 설명한다. 교토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은 모두 백발 할아버지처럼 우리에게 친절했다. 성급한 일반화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 항상 등장하는 곳 ⓒ 김혜민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는 곳은 결국 변질되기 마련이다. 좋게 든. 나쁘게 든. 그 예로 벽화 마을을 들 수 있다. 주민들을 위해 그려진 벽화는 결국 주민들을 쫓아내고 카페 사장님들로 채워진다. 그것에서 오는 단점도 있지만, 분명 장점도 있을 것이다. 교토 기온 거리도 마찬가지다. 고색창연한 분위기의 목조 건물들이 길을 따라 끝없이 놓여있다. 최근 들어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해지면서, 건물 안에는 카페와 디저트 집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 오래된 목조주택 ⓒ 김혜민
자연친화적인 목조건물이 기온거리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목조건물은 습도가 약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오래될수록 빛을 발한다. 곧 쓰러질 것처럼 보이는 집들도 자세히 보면 200년을 거뜬히 살아온 건물이다. 어쩌면 나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산 주택인지도 모른다. 건물 앞에는 목조주택과 잘 어울리는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딱딱한 시멘트 위에서 향긋한 나무와 풀 냄새가 난다. 거기다가 자전거까지 놓여 있으면, 내가 상상한 일본 모습 그대로이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안녕한 날들(blog.naver.com/springlll8) 블로그에 기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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