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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승만과 '메르스' 박근혜의 공통점

[주장] 메르스 전쟁은 65년 전 한국전쟁과 판박이다

등록|2015.06.22 11:52 수정|2015.06.22 11:52
25일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5주년 되는 날이다. 우리는 여전히 또 하나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메르스라는 감염병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감염병과의 전쟁은 진짜 전쟁과 같으며 때론 전쟁보다 더 공포를 주고 인명·경제 피해 등 모든 면에서 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전쟁은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어떤 때는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를 공격하기도 한다. 세계 2차 대전 때 일본이 미국을 공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무모한 짓은 결국 패배로 끝난다. 병원균이 인간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은 십중팔구 인간의 패배 또는 상처뿐인 영광으로 매듭지어 진다.

인간의 전쟁이나 병원균과 인간이 벌이는 전쟁은 같아

인간끼리의 전쟁이나 병원균과 인간이 벌이는 전쟁은 별로 다를 바 없다. 만약 국가나 공동체의 방역체계가 잘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균, 그것도 강력한 감염력과 무시무시한 독력(毒力, virulence)을 가진 놈이나 이 둘 중 하나라도 가진 놈이 쳐들어오면 낭패다. 마구 공격해 들어오는 병원균과 맞닥뜨리거나 곳곳에서 저지선이 뚫리면 구성원들은 패닉에 빠지게 된다.

65년 전 그날이 바로 그랬다. 북한 인민군이 다발총과 탱크 등 강력한 무기와 잘 훈련받은 군대, 그리고 전략, 전술로 거의 무방비 상태인 3.8선을 뚫고 쳐들어와 순식간에 서울을 점령했다. 이승만 대통령(아래 이승만)은 적의 공격에 놀라 혼비백산해 가장 먼저 서울을 빠져 달아나면서 국군이 용감하게 북한군을 물리치고 북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거짓 방송을 했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메르스도 대한민국을 기습공격 했다. 박근혜 정부는 바이러스 전파력이 별 것 아니며 2미터 이내에서 1시간 이상 밀접접촉 해야만 감염 위험성이 있다며 적을 얕잡아 보았다. 그리고 철저히 대처하고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방역 당국은 줄곧 내보냈다. 결과적으로 이는 거짓말이 됐다.

수도 서울이 뚫리자 이승만은 한강다리까지 폭파하는 강수를 두었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민군은 파죽지세로 남하했다. 낙동강까지 다다른 국군은 미군과 유엔군의 도움으로 버티며 피 튀기는 낙동강 사수작전을 벌였다. 학도의용대와 민간인이 차출돼 적과의 전투에 총알받이로 나섰다.

초기에 오판한 방역당국은 평택성모병원 폐쇄 등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다녀간 병의원 폐쇄라는 강수를 두며 버텼지만 바이러스 공격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국민이 불안해 할까봐'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쉬쉬하던 삼성서울병원도 메르스에 이미 초토화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 공포심은 더욱 커졌고 이를 숨겼던 박근혜 정부의 신뢰는 곤두박질 쳤다.

뒤늦게 민간 예방의학 전공의 등까지 동원해 역학조사를 벌이는 등 메르스와의 전투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을 벌였다. 세계보건기구 사무차장 등을 단장으로 한 조사단이 한국에 오는 등 외부의 도움을 받으며 국민 안심시키기 작전을 펼쳤다.

무방비 상태에서 북한군과 메르스군에 철저히 유린당해

북한군의 전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남한이 대비만 잘하고 있었더라면 국지전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조짐은 일찍부터 있었다. 하지만 설마 하며 대비는 사실상 하지 않았다. 결국 서울이 함락된 데 이어 사실상 전국이 전쟁의 포화 속에 잿더미로 변하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모든 사람들을 짓눌렀다.

메르스는 박근혜 정부 들어 중동 국가와 경제, 의료, 관광 교류를 본격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라도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방역 당국의 사전 준비 태세는 너무나 허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메르스가 유행하고 있는 중동 국가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메르스의 위험을 알리는 데 소홀했다.

미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 '초전박살'의 대응 전략으로 바이러스가 자기 나라에서 발을 못 붙이게 만들었다. 중동의 두서너 국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한두 차례 교전으로 한두 명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선에서 끝났지만 한국에서는 전국이 전쟁터로 변해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승만은 한국전쟁 와중인 1952년 영구집권을 위한 잔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5월 임시수도인 부산에서 자신의 재선과 독재정권 기반을 굳히기 위해 폭력을 동원해 국회의원을 연행, 구속하는 부산정치파동을 일으켰다. 이어 7월에는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정부안과 내각 책임제를 골자로 하는 국회안을 발췌하고 혼합한 이른바, 발췌개헌안을 군경들이 국회의사당을 포위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전쟁 중 이승만은 발췌개헌, 박근혜는 국회법 개정 거부 기 싸움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전쟁 와중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놓고 국회, 특히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느라 메르스 저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어떻게 해서라도 대통령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가 내용을 애초보다 다소 완화한 수정안을 합의해 보냈으나, 박 대통령은 고집을 꺾으려 하지 않음에 따라 또 다른 정치권 전쟁이 벌어질,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전쟁은 발발 3개월 뒤에 서울을 수복함으로써 북한군에 빼앗긴 국토를 겨우 되찾게 된다. 이후 다시 중국군의 개입으로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또 한 차례의 대규모 전투를 치른 뒤 공동체는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모습을 한 채 1953년 완전종식이 아닌 휴전으로 임시매듭을 짓게 된다.

메르스 전쟁은 지역사회 대규모 유행 일보 직전에 겨우 완전종식이 아닌 휴전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 언론, 보건의료인, 관료 등이 뒤늦게나마 힘을 보태 사력을 다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메르스 바이러스 자체가 감염력과 독력 등에서 아주 뛰어난 무기를 지니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처음에는 메르스에 놀랐지만 지금은 메르스라서 다행이라고 안도하고 있다.

한국전쟁은 과거의 전쟁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영원히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 되는 전쟁이다. 이승만이 전쟁 중 벌인 발췌개헌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역사의 오점이다. 메르스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곳곳에 지뢰가 남아 있어 행보에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국민은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정치권 전쟁도 조심스레 추이를 지켜보아야 한다.

조만간 메르스 전쟁은 끝날 것이다. 끝나더라도 결코 메르스 전쟁에서 저질렀던 과오를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에서 전쟁을 잊으면 안 되는 이유는 전쟁을 막기 위해서다. 감염병과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감염병 유행과의 싸움에 이기기 위해, 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메르스와 벌였던 전쟁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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