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부터 서울을 비롯하여 수도권 전역의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된다. 적게는 150원에서 많게는 450원까지 인상되는데 이렇게 수도권 전역이 일제히 요금이 인상되는 것은 서울, 인천, 경기가 수도권 통합 요금제로 묶여 있는 영향이 크다.

대중교통 요금인상을 비롯하여 공공요금 인상은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에 요금인상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줄곧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곤 했다. 하지만 이번 인상의 경우 인상과정에서 대중교통 요금이 2년마다 인상되는 '교통요금 물가연동제'가 함께 추진된 점, 요금인상 과정에서 공청회, 토론회 등의 미실시로 시민과의 협의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대중교통 원가계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논란이 있었다는 점 등으로 예년보다 큰 이슈가 되었다

이런 대중교통 요금인상에 대한 논란과 불만 속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제도가 있다. 우리가 흔히 영화예매 할 때 들었던 '조조할인제'가 27일부터 수도권 대중교통에서도 새롭게 적용되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첫차부터 오전 6시 30분 사이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요금의 20%가 할인 된다. 대중교통 조조할인제도에 대해 이용객들은 '앞으로 출근도 일찍 해야 되나'라면서 푸념을 들어놓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조조할인을 받으면 요금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요금인상에 대한 회유책이 어느 정도 먹힌 것이다.

그런데 이 조조할인제에 대해 자세한 내막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까지 나온 보도에도 단순히 '오전 6시 30분 이전에 승차하면 요금의 20%가 할인된다'라는 말만 되풀이 될 뿐이다. 대중교통 운영사에서 붙여놓은 공고문에도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모르는 조조할인제의 이면과 문제점이 몇 가지 있다. 조조할인제의 혜택을 사실상 누릴 수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전철역에 붙은 요금인상 관련 공고문을 잘 살펴보면 '타 교통수단을 먼저 이용하고 환승 승차하는 경우에는 할인이 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나온다. 마치 전철을 이용하기 전에 버스를 타고 와서 전철로 환승할 때 조조할인을 안 해준다는 것처럼 들린다.

실제로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우선 서울버스와 전철간 환승에서는 저 문구가 틀린 말이 된다. 서울시 소속 대중교통은 심야버스를 제외하고 모든 버스노선과 전철이 조조할인제를 시행한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관계자와 서울메트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서울버스와 전철은 둘 다 조조할인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처음에 조조할인 시간대 이전에만 승차만 한다면 이후 환승 및 도착시간이 조조할인 시간대를 넘더라도 환승이 최종적으로 끝날 때까지는(환승 가능 횟수는 최대 4회, 총 5번의 교통수단 이용가능) 조조할인이 유지된다고 한다.

단 조조할인은 기본요금에 대한 할인이기 때문에 거리비례로 발생하는 추가 요금은 할인되지 않는다. 또한 기본요금의 차이로 발생하는 추가 차액부과는 할인요금이 아닌 기본요금을 기준으로 한다.


서울만 조조할인제 100% 시행... 경기, 인천은 찬밥

그러나 이는 서울시 소속 대중교통만 이용했을 때 적용되는 말이다. 경기도와 인천시에서는 약간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시에서만 조조할인제가 완전히 시행되기 때문이다. 심야버스를 제외하면 모든 노선에서 조조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서울과 달리 경기도에서는 전철을 제외하면 직행좌석버스(광역버스)만 조조할인제가 시행된다. 인천시에서는 전철을 제외하면 이 마저도 없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만약 경기도나 인천의 일반시내버스를 첫 번째로 타고 전철과 같은 타 교통수단으로 환승할 경우 서울과 달리 조조할인 적용이 되지 않는다. 먼저 승차했던 버스가 조조할인제를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승차할 때부터 할인요금이 아닌 기본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즉 만약 경기도 및 인천에서 살고 있는 이용자가 역세권이 아니라서 경기, 인천버스를 먼저타고 전철로 환승해야 되는 지역에서 살고 있다면 조조할인제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할인제도가 절실한 경기도, 인천 내 저소득층, 일용직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평소에도 생계를 위해 새벽에 첫차를 타고 일터에 나가도 경기도, 인천 버스를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들이 땅 값 비싼 역세권이나 교통이 좋은 입지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철역을 갈 때 대부분 버스를 이용하고 전철로 환승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경기, 인천버스의 조조할인 미시행을 이유로 이들에게 할인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것은 100원도 절실한 이들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조조할인 받으려면 첫 승차에 경기, 인천 버스 이용 안 해야 되나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조조할인제가 적용되는 교통수단. 가령 전철이나 서울버스를 첫 번째로 이용하여 조조할인을 받았다면 이후 조조할인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기, 인천버스로 환승을 하더라도 조조할인제가 유지된다.

또한 파주운정에서 서울역을 잇는 서울버스 706번과 같은 소수의 경기, 인천 유출입 서울버스는 경기, 인천버스가 아닌 서울버스로 취급되어 조조할인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노선이 경기, 인천 버스라는 이유로 조조할인을 하지 않는 것은 노선을 둘러싼 지역 간 차별이 될 수 있으며 서울버스 노선이 집 앞에 없는 이용객들이 서울버스 노선을 신설/연장하라고 주장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이 기존에 운행하던 경기, 인천버스 때문에 실현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경기, 인천 버스만 다니던 지역에서 서울버스가 다니게 되면 서울버스로부터 경쟁력을 잃고 경기, 인천버스의 수요가 급감하여 이에 대해 지자체가 경기, 인천버스의 손실에 대해 보전을 해야 되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노선을 둘러싼 지자체, 운수업체간 갈등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조조할인제가 적용되는 전철노선을 지금 바로 신설, 연장하여 철도교통망을 확충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까지 경기, 인천에서 철도교통이 소외된 지역이 많고 이런 지역에서는 경기, 인천 버스의 이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조조할인제와 관련한 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 인천에서 조조할인제가 완전히 시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직행좌석버스 첫 승차만 조조할인... '버세권'만 혜택?

한편 그나마 경기도에서 조조할인제가 시행되는 경기도 직행좌석버스(광역버스)에서도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다. 조조할인제 계획에 따르면 경기도 직행좌석버스는 해당 버스를 처음 승차했을 때만 조조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즉 직행좌석버스 정류소가 앞에 있는 일명 '버세권'이 아닌 이상 조조할인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것이다. 버세권이 아니면 일반버스에서 직행좌석버스로의 환승이 불가피한데 경기 일반버스를 먼저 탔다면 경기도 일반버스가 조조할인을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 조조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용객은 직행좌석버스를 우리 집 앞에도 정차하게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 직행좌석버스를 정차시키면 노선선형이 불량해지고 뱅뱅 돌아가게 되어 소요시간도 증가하기 때문에 노선 변경을 하기엔 다소 문제가 있다. 또한 비정차 지역이 수요가 그리 높지 않은 경우에는 노선 변경은 물론이고 노선 신설이 수요가 많은 지역에 비해 상당히 어렵다.

또한 최근에는 직행좌석버스의 서울시내 과포화 현상과 교통정체 등으로 차량 회전율이 낮아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직행좌석버스의 노선길이를 줄이고 환승거점을 만들어 환승을 유도하는 일명 '굿모닝버스' 사업이 한창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직행좌석버스의 조조할인 환승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용객들은 환승을 기피하게 될 것이고 불량한 선형과 긴 소요시간을 감안해서라도 환승 없는 직행노선만을 더욱 더 고집하게 되어 노선의 과포화를 줄일 환승유도 정책이 이용객들에게 외면당해 실패할 것이다.


차별없는 '제대로 된' 제도 필요

지금까지 새롭게 도입되는 수도권 대중교통 조조할인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짚어보았다. 단순히 6시 30분 이전에 승차하면 요금이 20% 할인된다는 말만 들었다가 이런 문제점들을 알게 되면 특히 경기도와 인천시 이용객들에겐 조조할인제의 '차별성'에 대한 상당한 불만사항이 생길 것이다.

대중교통 요금을 두고 지역차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보다 경기도, 인천시의 대중교통 요금이 더 비쌌던 것과 서울시만 청소년, 어린이 요금을 이전 요금대로 동결하는 것이 지역차별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이런 논란으로 지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치솟는 상황에서 조조할인제의 지역차별 논란이 불거져 지역 간 갈등이 우려되는 실정이었다.

사실상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이 제도를 좀 더 '제대로 된' 제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기도와 인천 버스에도 전면적으로 조조할인제가 완전 적용되어야 한다. 경기, 인천 버스에서도 전면적으로 조조할인제가 시행되게 하여 조조할인의 혜택을 수도권 전역의 이용객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며, 현재 시행중인 경기도 직행좌석버스의 조조할인제도 첫 승차 시에만 조조할인이 적용되게 하는 것에서 전철처럼 이전에 타 교통수단에서 조조할인을 먼저 받고 환승 승차하는 경우에도 조조할인이 유지되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조조할인제에 대한 홍보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현재 붙여진 공고문에 나와 있는 조조할인제 내용은 그 내용이 광범위하고 애매하며 내용이 짧아 이용객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따라서 조조할인제에 대한 공고문을 따로 만들어서라도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미지 등을 통해 이용객들이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대중교통 조조할인제는 요금부담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수요분산 효과도 가져오는 효과적인 제도이다. 조조할인제라는 유인이 작용하여 사람들이 더 일찍 통근하게 만들고 이는 수요가 집중된 출근피크시간대의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할인혜택의 유인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면 조조할인제의 이점을 가져오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지자체는 대중교통 조조할인제를 도입하기 전에 제도를 긴급 점검하여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고 제도의 이점을 극대화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전시행정'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