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저자들 "책 안 팔렸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민변 <쫄지마 형사절차> 개정판 만든 송상교·황희석 변호사
▲ <쫄지마 형사절차> 개정판 집필에 참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황희석(오른쪽)·송상교(가운데) 변호사와 인터뷰에 함께 한 송아람 변호사(왼쪽). ⓒ 박소희
- 목표 판매치는 얼마 정도인가요?
"사실 이 책이 안 팔리는 게 좋죠."
23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 사무실에서 만난 황희석 변호사가 말했다. 민변 회원들과 함께 <쫄지마 형사절차 - 수사편>를 쓴 그는 '대박'을 원하지 않는다. 책이 잘 안 팔리길 바랄 뿐 아니라 "박물관에 들어가는 게 소망"이기까지 하다.
황 변호사의 이상한 바람은, <쫄지마 형사절차>의 인기는 한국의 인권상황과 반비례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책은 수사를 받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상세히 다룬 일종의 지침서로 2009년 12월 처음 세상에 나왔다. 1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 많은 시민들이 끌려가 재판받는 광경을 목격하며 시민들이 형사절차를 제대로 알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도울 책이 필요하다고 느낀 민변 변호사들의 공동작업 결과였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 민변 변호사들은 걱정이 늘었다. 황 변호사는 "국민들이 무참히 탄압당하고, 갈수록 대립과 갈등이 심해졌고, 결국 국민들이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하는 상황이 됐다"며 "지난해 2월 개정판을 기획했다, 이 책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또 그만큼 형사절차 전반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보고 초판에서 수사와 재판을 분리, '수사편'부터 출간하기로 했다.
시절이 하수상하지만... '쫄지마! 형사절차!'
2009년 이후 달라진 상황을 반영할 필요도 있었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모바일 메신저 등 디지털 증거 관련 수사도 활발해졌다. 또 다른 저자 송상교 변호사는 "디지털 정보 등을 이용한 새로운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많이 포함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막상 책을 낸 후에도 많은 분들이 '여전히 어렵다'고 해서 더욱 쉽게 써보려고 고민했고, 몇 년이 지나는 동안 판례가 바뀐 것들도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이 변화들을 반영해 개정판을 집필하는 동안 저자들은 형사절차에 여전히 인권침해적 요소가 많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송상교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여전히 묵비권 행사를 '진실은폐'로 본다"며 "피의자가 '저는 묵비하겠다'고 하면 조사할 필요가 없는데도 2~3시간씩 계속 질문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진실을 은폐하는 것 아니냐'고 몰아간다"고 말했다. 또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단계부터 국선변호인이 입회하는 것처럼 체포당할 때에도 변호인의 조력권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고 했다.
당장은 책 제목처럼 '쫄지마'가 우선이다. 황희석 변호사는 "수사 시작하면서 소환통보를 받으면 사람들이 제일 많이 겁을 낸다"며 "이때 초기대응을 잘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했다. "변호사 등의 조력을 받아 차분하게 대응을 시작하라"는 말이었다. 그는 또 송 변호사가 언급한 묵비권 얘기를 다시 꺼내며 "흔히 '변명해야 풀어주지 않을까'란 생각에 입을 열었다가 덜미를 잡히는데, 묵비권 행사로 무사했던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변은 후속으로 '재판편'을 준비할 뿐 아니라 시민들이 형사절차에서 적절하게 방어할 수 있도록 교육·홍보하는 데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송 변호사는 "형사절차는 그 나라의 인권수준을 가장 기초적으로 보여주는데, (한국은) 현실과 이상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책 내용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10명만 모여서 민변에 '알아듣기 쉽게 강의해달라'고 요청하면 달려가겠다"는 약속도 남겼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
덧붙이는 글
<쫄지마 형사절차 - 수사편>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생각의 길 / 2015년 6월 29일 / 값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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