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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바이러스' 박근혜정부, 어쩌나

[주장] 가속화되는 메르스 주변부 피해... 공공의료가 위험하다

등록|2015.06.29 21:02 수정|2015.06.29 21:02
이번 한국 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확산(아래 메르스 사태)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와 공공방역의 허점에 대해 '공공병원'의 부족을 주된 원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크다.

사실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나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 때도 공공병원의 부족과 관련된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한때뿐이고, 공공의료기관은 정부예산을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대표적으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다음 날 경남도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 폐원을 강행했고, 박근혜 정부는 작년에 이를 최종 승인했다.

공공병원의 열악한 상황은 전체 병원 중 공공의료기관이 5%에 지나지 않는 데서 쉽게 드러난다. OECD 평균은 70% 이상 수준이고, 의료민영화의 표본인 미국조차 27% 선인 것을 볼 때,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낮은 공공의료기관 중 국립대병원들은 사실상 공공의료기관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서울대병원의 경우 빅5의 일환으로 의사 성과급이나, 의료수출에 첨병이 되어 있다. 또 독립법인이어서 일부 공공의료 사업을 제외하면 공공의료기관에 걸맞은 의료행태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메르스 사태와 함께 병원서 쫓겨난 의료 빈곤층

▲ 지난 16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음압격리병실에서 한 메르스 치료 의료진이 통제구역 밖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공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진은 나름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당장 지원이 없다. 그러나 의료진의 부족, 장비와 시설의 부족 외에 공공의료기관을 주로 이용하는 환자들이 받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이번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자, 메르스 확진자를 치료할 병원이 부족했다. 그래서 먼저 병상을 비운 곳이 공공의료기관이다. 그런데 이런 공공의료기관은 평상시에는 비어있던 것일까? 국립중앙의료원 같은 경우 주로 저소득층 환자들이 입원치료 중이었다. 그 중에서도 에이즈 감염자나 결핵 감염자는 일반 민간 병원의 기피대상이어서,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시립 서북병원 등에서 주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결핵은 공기감염이라서 초기 활성기에는 음압 시설 등 격리시설이 요구된다. 이번 사태에서 보았듯이 한국은 민간대형병원들(대표적으로 삼성서울병원)조차 음압병상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공기감염인 결핵환자 입원치료는 다른 환자들까지 감염시킬 위험 때문에 기피대상이다.

물론 이런 환자의 대부분이 가난해서 제대로 된 영양섭취를 못 하거나, 위생 상태가 극히 나빠 결핵에 걸린 경우다. 즉 가난한 환자들이기 때문에 민간병원에서는 입원치료를 꺼리고, 비보험치료가 당연한 옵션인 민간병원에 갈 수조차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에이즈환자와 결핵환자들은 병원을 전전하다가 공공병원을 방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이들을 쫓아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에이즈인권단체들은 이런 상황을 호소했지만, 메르스 전염의 중대성에 비추어 제대로 부각되지도 못했다.

대규모 군사공격에 따르는 민간인 피해를 뜻하는 미국 군사용어인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아래 부수적피해)가 이번 '메르스 확산'에서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엉망이 된 대한민국 의료체계, 정부 책임

가난한 환자들이 주로 입원했던 이들 공공병원들에서는 다른 일도 벌어졌다. 이들 공공병원이 확진자나 격리자 치료를 하는 병원이 되면서, 기존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 중 타 질환 치료를 위해 타원으로 이송돼야 하는 이들도 제때 병원에 가지 못했다.

공공의료기관이 대형병원처럼 모든 질환의 치료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립서북병원만 해도 수술치료가 불가능했고, 중환자실이 없어 중증질환은 치료할 수 없었다. 공공병원에서는 암수술 같은 중증수술이나, 중환자치료가 대부분 쉽지 않다. 이는 공공병원을 극빈자들의 만성치료에 적합하게 축소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대형병원에 입원했다가도 메르스에 의한 부수적 피해를 입은 경우도 수없이 많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메르스 치료 및 격리 때문에 의료진이 부족해서 강북서울병원의 의료인력 지원을 받았다. 즉 메르스와 관련 없는 중환자들이 격리로 인한 의료진 부족사태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을 수 있다.

또한 병원들의 부분 및 전면폐원으로 수많은 외래환자들이 외래처방을 자제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았다. 제때 복용해야 하는 항혈전제를 처방받지 않고 며칠 버텼다가 뇌졸중이 온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수술 예약이 연기 되서 증상이 악화되고, 예후가 나빠진 경우도 많았다.

물론 이런 경우들은 앞서 본 공공의료기관에 입원했다 날벼락을 맞은 경우와 달리, 대부분 삼성서울병원으로 대표되는 대형 기업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로 인해 받은 피해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제대로 된 의료체계가 없고, 공공의료기관이 많지 않다 보니 부수적 피해가 크게 발생한 점은 동일하다. 그리고 이런 피해는 점점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범위와 책임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이다. 결론이 민간병원 중심의 의료체계이건, 공공병원의 부족이건 정부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차상위 약값 부담 가중시키겠다는 정부, 대체 뭔가

▲ 지난 15일 오후 메르스 국민안심병원인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앞 선별진료실에서 방역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발열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전 점검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그런데 아직도 정부는 여타 경제적 손실과 민간 병의원의 어려움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환자들이고, 국민들인데 말이다. 여기에 최근 한 술 더 떠 저소득층의 의료 피해를 나 몰라라 하는 수준이 아니라 가중시키려 하는 경향이 엿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건강보험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를 차상위 및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확대 적용하여 이들의 약값 부담을 가중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 3월과 4월에 발표된 의료급여 환자 '알림서비스', '본인부담금' 상향에 이은 연이은 조치로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복지정책이 맞춤형 복지축소 정책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료급여 환자는 대형병원 이용이 쉽지 않도록 1, 2차 의료기관의 소견이 필요하다. 때문에 2011년에 '건강보험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를 시행할 때도 의료급여 환자는 제외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는 대체 뭔가. 빈곤층 '낙인찍기'를 통해 복지재정 쥐어짜기를 계속하기 위해서인가?

사회적 약자이고 발언권이 적은 저소득층을 주된 복지축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피해자  책임전가'의 방편이다. 지금 이들 사회적 약자들은 메르스 사태의 피해를 온전히 받으면서도 피해 실상을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방역과 메르스 감염자 치료 때문에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부수적 피해는 계속 늘어날 듯하다. 그런데 이런 부수적 피해가 직접 피해(메르스 감염)보다 커질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메르스'보다 한국의 엉망인 의료체계와 박근혜 정부가 진정 '고위험성 바이러스'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 편집ㅣ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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