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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외박은 안돼? 그럼 이런 여행도

[서평] 박준규·임병국 <대한민국 버스여행>

등록|2015.07.09 20:47 수정|2015.07.10 14:04

▲ <대한민국 버스여행> 책표지. ⓒ 휴(休)

2012년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해오고 있다. 여행 중 고향 친구들이 주로 모여 있는 SNS 한 공간에 사진과 함께 가는 방법 등과 같은 여행 정보를 틈날 때마다 올리곤 했다.

이후 누군가와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에 대해 이야기 할 일이 많아졌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에 푹 빠져들기 시작한 때라 누구에게든 대중교통의 장점을 있는 대로 늘어놓곤 했다.

반응은 다양했다. 대부분 혼자만의 여행이나 대중교통, 특히 기차를 이용한 여행을 부러워하거나 동경했다. 예전의 추억들까지 들먹이면서.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권하면 대부분 (내 차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불편하다거나, 많은 곳을 가지 못해서 좀 그렇다거나, 몸이 피곤해서 싫다고 대답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떠나보지도 않고 이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일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시작한 2012년 여름 그 직전까지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솔직히 안타깝다. 어느날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맛보게 된 후 가장 이상적인 여행이라고 누구에게든 권할 정도로 그 매력을 톡톡히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컨설턴트이자 여행 작가로서 EBL패스를 끊고 전국을 다녀보니 정말 매력적인 상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괜찮은 패스를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마음에 이 책을 구상하게 되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EBL패스에 관한 모든 정보를 넣기 위해 전국 버스터미널부터 알고 있던 여행지까지 직접 고속버스를 타고 다시 찾아다녔다. 원고를 쓰는 동안에도 EBL패스는 이용 대상, 기간, 참여 회사가 수시로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시간이 흐르면 비슷한 책들이 출간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EBL패스 및 전국 터미널 정보를 정리한 것은 이 책이 최초이고, 이 정보를 그대로 따라할 수는 있어도 더 많은 정보 제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 <대한민국 버스여행> '저자(박준규, 임병국)의 말'에서

▲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1808~1893)이 말년에 기거하면서 창작 활동을 했던 진도 운림산방의 6월(2014.6.5) 모습이다. 소치 허련은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에게 서화를 배워 남종화의 대가가 되었으며, 조선 말기 우리의 화단에 남종화풍을 토착시킨 인물이다. ⓒ 김현자


부여 부소산성을 시작으로 2012년 여름부터 기차나 고속버스, 시외버스, 군립버스 등을 타고 참 많은 곳들을 갔다 왔다. 버스로 갔다 온 곳 중 내가 사는 곳에서 까마득한 거리로만 느껴지던 진도 운림산방을 비롯하여 강진 다산초당, 담양 명옥헌 원림, 보성 대원사 등이 특히 인상 깊다. 이제는 돈과 시간만 있으면 우리나라 어디든 대중교통을 타고 여행할 자신이 있다.

이 책 <대한민국 버스여행>(휴 펴냄)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의 참맛을 모르거나, 몇 년 전의 나처럼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두 권의 책 중 한권이다(한 권은 앞서 소개한 <대한민국 기차여행의 모든 것>).

하루 교통비 1만 원대로 무제한 여행을?

EBL패스를 정의하자면, 일정 기간 내 전국의 모든 고속버스를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는 패스다. 고속버스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의 구석구석까지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EBL패스 하나만 있으면 3박 4일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전국일주 여행을 떠날 수 있다. EBL패스를 이용하여 미리 좌석만 확보해두면 우등고속버스 1인석도 이용 가능하니 이보다 더 편안하고 매력적인 여행패스는 없을 것이다.

EBL패스의 특성을 잘 살리면 숙박비를 아끼고 안전하게 잠은 집에서 자고 여행을 떠나는 일정을 짤 수도 있다. 서울이나 부산, 광주, 대구와 같은 대도시가 집이라면 꽤 자연스럽게 집에서 숙박하는 일정을 만들 수도 있다. 죽어도 외박은 안 된다는 부모님이 계시거나 혼자서 숙박하기 불안하다면 EBL패스를 끊고 집을 기지 삼아 전국일주를 다녀보는 계획도 추천할 만하다. - <대한민국 버스여행>에서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EBL패스'를 몰랐다. 책을 통해 'EBL패스'를 알아갈 수록 '아깝다!'와 아쉬움. 지난해 6월, 애초 1박 2일 정도로 떠났다가 여행 재미에 홀딱 빠져 4박 5일간으로 일정이 늘어지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것이 교통비와 숙박비였기 때문이다. 그때 EBL패스를 알았다면 여행, 그 동선은 훨씬 넓어졌으리라.

EBL패스 1매 가격은 2015년 7월 1일 현재 7만 5천 원이다. '서울↔부산' 우등고속버스 요금(3만 4200원)보다 몇 천 원 많다. 이러니 당일치기로 한 지역을 여행할 경우엔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서울↔부산'처럼 먼 거리를 포함한 1박 이상의 여행이나, 위 저자들이 제시하는 여행 방법처럼 매일 여행을 할 경우엔 꼭 이용해 볼 필요가 있는 꽤 매력적인 패스다.

7만 5천 원에 구입한 패스 한 장으로 4일 동안, 전국의 버스터미널에서 버스표 끊는 것처럼 원하는 버스의 좌석표를 발급 받아, 전국 어디로든 가는 고속버스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등고속버스까지 제한없이 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야간을 이용해 잠을 자면서 먼 거리로 이동할 수도 있으니 얼마나 매력이 있는가. 

책은 EBL패스 이용에 꼭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을 시작으로 피해야 할 자리,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들을 충전할 수 있는 버스, 야간에 숙면하기 좋은 자리 등처럼 고속버스를 어지간히 이용해본 사람들이나 알 수 있는 이른바 꿀팁 정보들과, 미리 알고 있어야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정보들을 조목조목 들려준다.

무엇보다 솔깃하게 와 닿는 것은 'EBL패스를 이용한 여행코스'.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여타의 여행 길잡이들이 반드시 제시하는 꼭 가야만 할 곳들이나 맛 집 등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필요한 경비와 소요시간, 관련 여행지의 터미널 정보까지 제시하고 있다.

기차에 비해 정보가 그리 많지 않은 버스와 버스터미널에 대한 것들을 알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지난해 6월, 1박 2일 예정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4박 5일로 연장할 정도로 꽤 괜찮은 여행을 즐겼는데, 그 여행이 가능했던 것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뚫린 버스길 덕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면 훨씬 폭넓은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기에.

이 책이 담고 있는 버스나 버스터미널 관련 정보의 양에 놀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인용한 저자의 말, 그 마지막 구절인 '전국 터미널 정보를 정리한 것은 이 책이 최초이고, 이 정보를 그대로 따라할 수는 있어도 더 많은 정보 제공은 쉽지 않을 것이다'란 표현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 지난해의 부단한 수고로움과 한겨울을 이겨낸 강인함으로 더욱 튼실해진... 그만큼 깊어졌으리라. 버스를 보내고 한참을 걸었던 담양 명옥헌 원림이 있는 마을 앞 큰 길 메타세퀘이어 길이다.(2014.6.4) 내 아이들도 이런 길을 가급적 적은 나이에 느꼈으면 좋겠다. ⓒ 김현자


며칠 전 책을 훑노라니 지난해 8월 남편과 떠난 2박 3일간의 강원도 여행 중 만난 젊은이들이 떠오른다. 강릉 초당마을에서 남자 셋 일행과, 여자 셋 일행을 각각 만났고, 영월 한반도 마을에서 나오는 버스에선 남자 둘 일행을 만났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한다는 그들이, 지도를 들고 각자의 의견을 조율해가며 다음 갈 곳을 정하곤 하던 그들이 매우 특별하게 와 닿았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부족한 대중교통 정보'를 호소했다. 아마도 올 여름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계획하며 수많은 정보들을 찾고 있을 그들에게 이 책이 눈에 꼭 띄었으면 좋겠다. 지난여름 그 젊은이들을 만난 이후 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 지난날 친구들과의 여행을 말할 때마다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만 같아 눌러 앉히곤 했기 때문이다. 지난날의 나와 같은 부모들에게도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 편집ㅣ박헤경 기자

덧붙이는 글 <대한민국 버스여행>(박준규. 임병국 공저)| 휴(休) | 2014-07-20 | 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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