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새들목섬에서 아물쇠딱다구리를 발견하다

새들목섬 조류조사기

등록|2015.07.02 14:31 수정|2015.07.02 14:31
새들이 나드는 섬이라는 새들목섬은 공주에 있다. 공주의 금강에 위치한 새들목섬은 한강의 밤섬 같은 곳이다. 공주대교 상류에 형성된 하중도(하천중간에 위치한 섬)에 공주시가 이름을 지어준 곳이 새들목 섬이다. 새들목섬은 현재 일반관리지역이다. 공주시는 새들목섬을 친수거점지역으로 변경하여 개발을 하려고 시도 했었다.

개발을 통해 사람들이 드나드는 섬으로 만들려던 공주시의 계획은 현재 지역주민의 반발로 중단된 상태이다(참고 : 공주시의회 새들목섬 개발 중단해야 ). 많은 새들이 월동하는 것이 알려지고 개발의 당위성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주시는 시민들의 공분을 샀던 곳이다.

새들목섬의 모습외쪽에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이 새들목 섬이다. ⓒ 이경호


평소 탐조를 하면서 18종 이상의 보호종을 확인했던 섬이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새들목섬을 다시 찾았다. 여름철 처음 찾은 새들목섬이 었다. 매년 겨울철새만 탐조했던 곳이라 낯설었다. 찾아간 김에 조류 서식현황에 대한 조사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새들목섬을 돌아다니다 큰빗이끼벌레를 확인하기도 했다. 많은 양은 아니었고 1개의 군 체가 서식하고 있었다.

새들목섬에 서식하는 법적보호종필자가 탐조하면서 관찰한 새들목섬의 법적보호종들.. ⓒ 이경호


새들목섬에서 약 3시간 동안 조류조사를 진행했다. 짧은 시간동안의 탐조였지만 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규모가 큰 섬이라서 한 바퀴 돌아보는 데만도 3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새들목섬에는 생각했던 만큼 다양한 새들이 서식했다. 섬에는 버드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었다. 이런 버드나무 숲에는 다양한 산새들이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새들에게 좋은 숲은 안락한 휴식처 같은 곳이다. 새들목섬의 버드나무 숲은 새들에게 이런 안락함을 제공하고 있었다.

물 한 가운데 위치한 섬에 산새들이 사는 모습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숲을 대표하는 새인 딱따구리를 5종이나 확인했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파서 둥지로 한 번 사용하고 버린다. 이렇게 버려진 둥지는 다른 새들에게는 새로운 집이 된다. 딱따구리는 숲의 건축가 역할을 담당한다. 숲에서 둥지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딱따구리가 많은 것만으로도 좋은 숲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새들목섬의 큰오색딱다구리큰오색딱다구리가 나무를 쪼고 있다. ⓒ 이경호


이렇게 숲의 중심이 되는 딱따구리 중 더욱 특별한 딱따구리도 만날 수 있었다. 아물쇠딱따구리가 그 주인공이다. 흑룡강(아무르강)의 이름을 사용한 아물쇠딱따구리는 우리나라에 희귀한 겨울철새로 알려져 있다. 번식기간인 6월에 관찰됐다는 건, 번식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아물쇠딱따구리가 새들목섬에 번식했다면, 아주 귀한 번식기록 이라고 할 수 있다.(참고 : 희귀조 '아물쇠딱따구리' 대전 번식 최초 확인)

버드나무를 쪼고 있는 아물쇠딱다구리아물쇠딱다구리가 버드나무를 쪼고 있다. ⓒ 이경호


이렇게 귀한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곳이 새들목섬 이다. 이밖에도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황조롱이와 원앙도 확인했다. 이날 22종 89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밀하게 조사한다면 좀 더 많은 조류가 서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짧은 시간 이렇게 다양한 조류의 서식을 확인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다양한 조류의 서식한다는 것은 이곳이 독립적으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새들목섬이 지금처럼 만이라도 유지된다면 조류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태계가 서식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새들목섬은 4대강 정비사업을 하면서 많은 부분이 준설되어 규모가 작아졌지만, 나름의 생태계를 잘 유지해가고 있었다. 공주시는 새들목섬을 개발하겠다는 개발패러다임을 벗어나 새들목섬을 생태계의 랜드 마크로 자리 잡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다양한 새들을 매년 볼 수 있는 새들목섬이 되기를 바란다.

관찰조류목록
참새(20), 직박구리(8), 후투티(2), 꾀꼬리(6), 황조롱이(2), 파랑새(4), 물총새(1), 멧비둘기(23), 큰부리까마귀(2), 까치(2), 꿩(2), 원앙(3), 물까치(2), 오색딱다구리(3), 큰오색딱다구리(1), 청딱다구리(1), 아물쇠딱다구리(2), 박새(4), 어치(1), 동고비(1), 때까치(1), 뻐꾸기(1)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