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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정하는 목소리, 왜 감추기 급급할까

[주장]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공개 방식부터 바꾸자

등록|2015.07.10 10:39 수정|2015.07.10 10:39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여느 해보다 시민의 관심을 많이 끌고 있다. 많은 시민이 최저임금의 중요성에 대해 주목했고, 시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문제임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최저임금위원회는 파행을 겪었고, 최저임금의 대폭 상향 조정을 바라는 노동자들의 바람은 꺾였다.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파행을 겪다 실망스러운 수준에서 결정되고 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는 않을까?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그리고 공익위원으로 3자 협의체로 구성되는 방식이 문제일 수도 있고, 공익위원이 진짜 '공익'위원으로 구성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도 가능하다. 또 최저임금위원회가 투명하지 않아서는 아닐까? '밀실합의'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저임금위원회 활동의 하나하나가 공개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물론 올해는 근로자측 9명의 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김민수 위원(청년유니온 위원장)과 근로자 측 배석자로 참석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최혜인 정책 부장 등이 회의 내용을 인터넷 매체나 개인SNS로 많이 알렸다. 하지만 그런 개인 위원들이나 배석자들의 '전언'이 있다고 해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국민에게 열린 회의가 되는 게 아니다. 시민은 최저임금위원들이 회의에서 한 말을 누군가로부터 대신 전해듣는 게 아니라 직접 듣고 확인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어딘가 미심쩍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록

▲ 최저임금위 2015년 제7차 전원회의(6.25) ‘회의결과’(회의록) 부분(최저임금위 홈페이지에서 2015.7.6. 최종검색 http://bit.ly/1JTpGET) ⓒ 참여연대


참여연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저임금위는 회의록만 작성하면 된다. 속기록까지 작성해야 한다고 정해둔 '원자력안전위원회'와는 다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발전에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 사이에 타협할 수 없는 공방이 벌어지는 곳이다. 최저임금위원회 못지않게 관계자 사이의 의견 대립과 충돌이 심한 곳이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있는 그대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참여연대 이슈리포트 <문 닫고 회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얼마 전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이나 <무한도전>에서 나온 개그에 대해 징계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다. 이곳도 회의록만 작성하는 규정이 있고 속기록 작성 규정은 없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의 회의록에는 '회의 발언 내용'이라는 게 붙어 있다. 이 부분을 보면, 토씨하나 빠뜨리지 않고, 회의의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회의 참석자들이 말한 게 속기록과 동일하게 적혀있다. 그리고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보여주는 게 아니라, 홈페이지에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의 회의록은, 회의 안건 제목 다음에는 '근로자 측'의 발언 요지, '사용자 측'의 발언 요지, '공익 측'의 발언 요지, '위원장'의 발언 요지 이런 식으로 적고 있다. 그것도 각각 발언 요지는 서너 줄에 불과하다. 회의를 두 시간 동안 했는데, 말한 게 겨우 그뿐일까? 아래에 있는 최저임금위의 회의록 사례를 보면 어떤 위원이 어떤 논리를 폈는지, 다른 위원은 어떻게 반론을 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자신들의 토론 내용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이 없다는 말인가?

우리는 알고 싶다. 내가, 내 친구가, 내 가족이, 내 이웃이 적용받는 최저임금을 정하는 자리에서 누가 어떤 논리로 말하고, 서로 토론했는지 알고 싶다.

최저임금위 회의, 일반 시민 방청제도 없어

▲ 최저임금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 11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는 그나마 배석자로 참석한 사람들이 최저임금위 참관기라도 인터넷 매체에 쓰고 SNS로 알려줘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왜 '배석'자만 회의장에 들어가 방청할 수 있나. 근로자위원과 연고 관계가 없으면 배석할 수도 없다.

다른 위원회는 어떤가? 앞에서 말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모두 방청 신청을 하면 허가를 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허가 절차를 두는 것도 문제 될 수 있지만, 그래도 시민의 방청이 가능하다.

특정 단체에 속해있지 않아도 관심이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 시민에게 중요한 곳이라면 시민에게 당연히 열려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최저임금위원회는 일반 시민이 방청하면 안 되는 국가 기밀이라도 다루는 곳이라도 되나?

이번 기회에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라는 곳에서 심의 의결한 뒤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방법이 최선인지, 위원을 구성하는 방식은 합리적이고 공정한지도 다시 살펴볼 만하다. 그리고 최저임금위원회를 유지한다면 그 회의록 작성과 공개 수준은 적절한지, 시민 방청 기회는 아예 제공도 하지 않는 것은 문제없는지 따져보고 고쳐나가야 한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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