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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낳을 때 엄마가 힘들었거든" 손녀에게 하는 말

[하부지의 육아일기 52]콩이의 여섯 번째 생일 이야기

등록|2015.07.16 10:45 수정|2015.07.16 10:45

콩이 여섯번째 생일두 자매가 케익에 촛불을 켜고 있다. ⓒ 문운주



"할아버지 금요일이 무슨 날이게요?"

손녀 콩이가 생일 홍보(?) 하느라 신이 났다. 지난 10일이 며칠째 잠 못 이루고 기다린 여섯 번째 생일이다. 작년 생일 때 친구들이 준 선물을 기억하며 들떠 있다. 제 엄마는 이번이 유치원에서의 마지막 생일이라는 생각에 나름의 이벤트를 계획하느라 기대에 부풀어 있고…….

엄마가 과자, 과일 등 간식거리를 하나하나 봉지에 넣는다. 콩이는 이름을 쓰고 간단히 쪽지 편지를 쓴다. 거실에 선물 봉지를 늘어놓고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큰 잔칫집 같다. 동생 콩콩이도 분주하게 봉지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콩콩이언니의 생일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문운주


명절은 음식 등을 장만하는 그 전날이 더 즐겁다. 생일잔치도 준비하는 기간이 더 흥분된다. 딸은 휴가를 냈다. 요즈음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쏟는 정성을 보면 우리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먹고사는 것만이 우선인 세대와 삶의 질을 생각하는 지금의 세대의 차이다.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하려 한다.

"할아버지, 오늘 너무 긴장했어요."

콩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하는 첫마디다. 그리고 유치원에서의 잔치 이야기를 들려준다. 친구들이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선물도 주었다. 백설공주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은 콩이, 좋아하는 남자 친구와 깜짝 뽀뽀도 했다고…….

아침에는 할머니가 끓여준 미역국을 맛있게 먹었다. 유치원 버스 과장(기사)님에게도 차에 오르자마자 "오늘 저 생일이에요"라고 자랑했다. 저녁에는 가족 외식이다. 콧노래를 부르고 친구가 준 선물도 동생에게 나누어준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회사에서 아빠를 긴급히 호출했다. 내일로 연기하자고 달래보지만 서러움에 눈물만 주룩주룩 흘린다. 한순간에 콩이의 감정이 뒤바뀌어 버렸다. 언니가 우니 동생도 따라서 운다. 언니와 동생이 함께 우는 모습도 처음이다.

"외식은 내일 하면 안 될까?"
"……."

나무라고 싶어도 오늘이 콩이의 생일이다. 얼래고 달래도 막무가내다. 울고불고 뒹굴고, 너무 시끄럽다. 창문을 열어 놓은 터라 이웃에게 미안하다. 못 말리는 모녀. 휴가까지 내고 딸내미 기분을 살려 주려 했는데…….

훌쩍 커버린 콩콩이신장 120cm, 체중 20kg / 이갈이, 윗니 2개 ⓒ 문운주


"사실은 콩이가 엄마에게 축하해줘야 하는 거야."
"……."

"너 낳을 때 엄마가 무척 힘들었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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