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인간의 조건'

[서평]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고 행복의 조건을 생각하다

등록|2015.07.21 12:01 수정|2015.07.21 16:49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독후감 대회에서 청소년 부문 [꿈틀상(가작)]을 받은 글입니다. [편집자말]

▲ 아리스토텔레스 ⓒ Google Image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 실감날 만큼, 고3인 우리들의 교실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얼마 전 기운을 북돋아주시겠다는 아버지의 응원으로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하면서 '일'과 '여가'란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내가 진심으로 공부하고 싶은 이유를 물으셨고,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꿈을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물으셨다. 나는 그때 얼른 대답을 못했다. 막연하게 그냥 꿈을 이루고 싶어 공부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꿈을 왜 이루고 싶어하는지 가슴에 들어오는 말들이 분명하게 잡히지 않았다. 계속 대답을 하지 못하고 음식만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고 있는 내게 아버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일과 여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여가를 위해 일을 하고, 여가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이 필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결국 인간이 일을 하는 것은 여가를 위한 수단이지 일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본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 나오는 '덴마크'란 나라가 떠올랐다. 성적에도 일에도 매몰되지 않고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해나가는 덴마크 사람들이야말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자신들의 여가를 제대로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 나는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근원적 이유가 바로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사회 환경이라는 것을 지금의 우리나라 사회 환경과 비교해보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개인에게 공동체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선량한 시민이 되라기보다는, 남보다 좋은 학벌과 남보다 더 우월한 경제적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개별적 존재로서의 가치를 지니라고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우리 사회에는 타인과 행복을 함께 나누는 '꿈틀리 주민들'보다 자신만의 행복에 취해버린 '곤드레 주민들'이 더 많이 길러지는 것 같다.

작가 오연호님이 언급하신 덴마크의 사회 제도는 그 제도를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게 해주는 국가 재정과 성숙한 시민 의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경쟁적 우월의식을 버리고, 타인과 내가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시민의식은 높은 세금에 대한 거부감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타인을 나와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오심즉여심'이라는 동학사상을 지니고 있다. 오랜 세월 귀족과 왕실 그리고 백성들 사이에서 믿어왔던 불교 또한 '자타불이'라 하여 타인을 나와 차별하지 않는다. 어디 이뿐인가. 근대에 들어온 크리스트교에서도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의 동등한 자식들이라고 한다. 우리가 믿어왔던 어떤 종교나 가치관도 우리들에게 타인을 차별하라고 가르친 적이 없다. 결국 지금의 우리 사회가 차별성과 배타성을 극대화하여 사회에 수많은 금들을 그어 놓은 것은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덴마크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가치와 이웃사랑이라는 자기애를 넘어서 더욱 큰 사랑을 실천해나가는 자본주의 국가다. 덴마크 사회는 타인을 차별하지 않고, 또 타인을 적대시할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신의 진정한 행복에 마음을 쏟을 수 있게 한다. 이것은 지나친 경쟁이 가져다주는 인간의 고독과 인간 정서의 황폐함을 다른 국가들에게서 이미 배웠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여름의 기세가 등등한 무더위가 지나가고 바람에서 한껏 청량감이 느껴지면 우리들은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등급이 차례로 매겨지는 수능시험을 보러 갈 것이다. 나는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시험에서 받은 등급이 나의 가치를 대변한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은 마블링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소고기와 다르게 그 어떤 것으로도 측정이 불가능한 영혼이라는 정신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 사회에게 지금 당장 우리들을 우리가 받은 등급으로 평가하지 말라고 부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금까지 사용하면서 익숙해지고, 더러는 길들여진 사회 시스템이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결심 하나를 세웠다. 수능장에 가서 어떤 등급을 받아온다 해도 훗날 나의 역량을 모두가 다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에 쓰겠다는 다짐을. 우선 당장은 어머니와 함께 나도 ' 꿈틀리 주민'이 되어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와 청소를 도와주시는 아주머니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면서, 지금은 비록 OECD 가입국들 중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이 사회에 살고 있지만, 훗날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