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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홍콩 유니클로 앞에서 피켓 든 이유는?

유니클로 공급망에서의 인권존중 촉구하는 국제공동행동의 날 개최

등록|2015.07.15 21:23 수정|2015.07.15 21:23
일본의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이 운영하는 유니클로(Uniqlo)는 지난 1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패션 브랜드이자 아시아 최대의 의류브랜드이다. 전 세계에 1621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 트렌디한 룩, 그리고 높은 기능성으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유니클로 상품의 70%가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장시간 근무해야만 하는 중국 봉제공장 노동자들에 의해 생산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홍콩에 본사를 둔 레버 스타일(Lever Style)사는 중국 선전(Shenzhen)에 의류 및 가죽제품을 생산하는  아르티가스(Artigas) 공장을 운영하면서 생산된 제품들을 유니클로에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아르티가스 공장은 노동자들에게 퇴직금과 사회보험료,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노동자들은 2014년 12월부터 파업을 벌여왔다. 공권력과 용역이 투입되었음에도,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파업과 항의를 이어갔다.

결국, 회사는 올해 6월초 비밀리에 공장의 설비 및 기계 철거를 시도하게 되었다. 그러자 6월 9일부터 900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하였고 이들은 회사가 몰래 설비와 기계들을 빼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장에 상주하면서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하청업체도 정부도 모두 노동자들 청원에 '묵묵부답'

▲ (위) 아르티가스 공장안에서 시위하고 있는 노동자들. (아래 왼쪽) 공장에 배치된 중국 진압 경찰들. (아래 오른쪽) 공장을 지키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 ⓒ 아르티가스 노동자 지원 국제 연대 행동


많은 노동자들이 이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을 해왔지만 공장은 지급할 법적의무가 있는 기여형 퇴직연금을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노동자들은 단식투쟁에 돌입하였으며, 공장 경영진과의 협상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아르티가스사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하였고, 결국 6월 29일에는 108명의 노동자들이 중국 당국에 청원서를 내기 위해 광저우로 갔다.

그러나 중국당국은 노동자들의 청원에 답을 주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무더위 속에서 당국의 답을 듣기 위해 1주일동안 거리에서 노숙을 해야만 했고, 1주일이 지나자 경찰은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거리에서 쫒아내었다. 그뿐만 아니라, 파업 노동자 중 한 명인 Wu Weihua씨는 6월 초부터 경찰에 의해 구금되어 있으며, 구금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니클로의 제품을 만드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유니클로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은 지난 6월 17일, 다음과 같이 성명을 발표하였다.

유니클로의 공급처 중 하나이자, 레버 스타일 리미티드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봉제 공장인 선전 아르티가스 의류 및 피혁제품 공장에서 현재 파업이 진행 중이다. 패스트 리테일링에게 있어, 인권 및 적절한 근무 조건을 확보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보고된 파업에 대해 걱정하고 있으며, 해당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해당 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인 레버 스타일의 경영진에게 평화적 해결책 마련을 위해 노동자들과의 철저한 협의에 착수할 것을 요구하였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상황이 빨리 해결되지 않을 시에, 자사가 공급처와의 관계를 재평가하는 것을 포함해서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것을 경영진에게 알렸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자사의 모든 제조 협력업체들에서 인권 및 적절한 근무 조건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패스트 리테일링이 성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전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르티가스 공장을 소유한 레버 스타일사는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7월 8일에 모든 상수도 및 전력 공급을 끊고 공장 문을 닫겠다는 협박을 하면서 모든 아르티가스 노동자들에게 공장을 떠날 것을 요구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노동자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홍콩에 있는 인권단체들인 '기업 부정행위에 반대하는 학생과 학자들(SACOM)'과 '중국 노동행동(Labour Action China)', 도쿄 소재의 'Human Rights Now(HRN)'의 합동 보고서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저렴하고 트렌디한 상품들을 공급하는 중국 업체들에서 노동권 침해는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결국, 유니클로가 나서서 Wu Weihua씨의 석방을 포함하여 지급 의무가 남아 있는 급여들을 지급함으로써 책임을 져야만 사태가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아시아 지역의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들은 7월 15일을 '유니클로 공급망에서의 인권존중을 촉구하는 국제공동행동의 날'로 정하고 각국의 유니클로 매장에서 피켓팅을 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7월 15일 유니클로 매장에서 피켓 든 사람들

▲ 일본 활동가들이 일본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벌인 캠페인 사진. ⓒ 아르티가스 노동자 지원 국제 연대 행동


아르티가스 노동자 지원 국제 연대 행동 페이지를 통해서, 일본은 물론 미국, 대만, 홍콩 등 각지에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니클로 매장 앞 1인시위가 전개되었다.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으로 있는 필자와 박수연 활동가는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 명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였고,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종로 3가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전개하였다. 무더운 날씨였음에도 많은 시민들이 유니클로에 책임을 요구하는 1인 시위 내용에 관심을 가져주셨고, 한 시민은 고생한다며 시위자에게 생수1통을 사주기도 하셨다.

▲ 명동 유니클로 매장 앞 1인시위 중인 국제민주연대 박수연활동가(좌)와 본인(우) ⓒ 아르티가스 노동자 지원 국제 연대 행동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하여 인건비가 저렴하고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나라들에서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한다. 노동자들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하청업체들이 책임을 지지 않게 되면 그 피해를 온전히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기업의 공급망(Supply Chain)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기업들이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유니클로가 밝혔듯이, 유니클로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과연 한국의 기업들은 해외 공급망은 물론이고 국내 하청 업체들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일까? 기업들은 더이상 하청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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