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학부모들, "홍준표 지사야말로 어이없다" 반응

홍준표, 화합주-노래방 보도에 "어이없다"... 학부모 "도민 생각하는 건지"

등록|2015.07.16 17:19 수정|2015.07.16 18:26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경남도의원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화합주'(폭탄주)를 마시고 노래방에 간 것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어이없다"라고 하자, 경남 지역 학부모들은 '홍 지사야말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통을 명분으로 경남도의회 의장단에 이어 상임위원회 별 저녁식사를 한 홍 지사는 지난 15일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 의원들과 함께했다. 정장수 비서실장은 홍 지사가 '화합주'를 마시는 장면과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두 컷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 비서실장은 다음 날인 16일 아침 페이스북의 글과 사진을 삭제하면서 사과하기도 했다. 홍 지사의 '화합주'와 노래방 소식은 언론에 보도됐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홍 지사를 비판했다.

▲ 홍준표 경남지사가 15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 홍준표 페이스북


지난 15일 저녁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홍 지사는 "폭탄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술 마시고 실수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나는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부득이 할 때만 마신다, 술을 마시더라도 실수하지 않는다, 실언 하지도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도의원들과 삼겹살 만찬을 하면서 야당 의원들과도 소통했다, 여섯 차례에 걸친 삼겹살 만찬을 해도 아무런 사고 없이 흉금을 털어놓고 도정을 의논했다"라면서 "흠집내기 위한 억지 기사를 써서 흠을 잡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기사 쓰는 그들은 회식을 하지 않나, 참 어이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홍 지사는 "도의원님들과 소통 차원에서 위원회별로 돌아가며 만찬 자리를 가지면서 마지막으로 삼겹살집에서 농해수위원님들과 위원회 전통에 따라 사발 폭탄주를 돌려가며 마시고 6년 만에 처음으로 노래방에서 노래도 불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을 비서실장이 카톡(페이스북이 맞음)에 올렸는데 그걸 보고 일부 언론에서 태풍 간접 피해 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을 보고 참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지사는 "이번 태풍은 중부지방 가뭄 피해를 해소시켜준 고마운 태풍이 아니었던가, 경남에는 태풍 간접 피해도 없다, 삼겹살집에서 소주 한 잔한 것도 흠인가, 메르스 피해를 당해 손님 한 사람 없는 노래방에 가서 6년 만에 30분 정도 같이 노래한 것도 흠인가, 참 어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우리야 말로 어이없다... 도민 생각한다면"

학부모들은 홍준표 지사를 보고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위한 거제시민본부 장윤영 상임대표는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야 말로 어이가 없다"라면서 "경남도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도민을 생각하는 입장에서 말을 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무상급식 중단으로 학부모들은 몇 달 동안 춥거나 덥거나 거리에서 원상회복을 외치고 있다"라면서 "아이들한테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이고 싶다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무상급식 사천학부모 900인 밴드' 박남희 리더는 "처음에 폭탄주와 노래방 소식을 듣고, 도지사도 술을 먹을 수 있고 노래방에도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라면서도 "하지만 도민들이 홍 지사에 대해 불신이 쌓여있다 보니 처신이 좋게 보이지 않는 면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지사는 성완종 게이트로 기소돼 재판(23일)을 앞두고 있고, 주민소환 추진도 되고 있는 상황이다"라면서 "그런 상황인데 폭탄주를 마시고 노래방에 갔다는 게 도민들한테는 좋게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지사가 '어이없다'고 한 것에 대해, 박 리더는 "단어 선택을 그것밖에 하지 못하는지 의문이 든다"라면서 "어이없다는 말은 공직자가 그런 상황에서 쓸 단어가 아니라고 본다, 얼마든지 다른 표현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허문화('무상급식지키기 집중행동' 양산시 학부모 밴드모임)씨는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은 굶기고 홍 지사와 도의원들은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느냐고 하더라"면서 "아이들이 그 기사를 볼까봐 부끄러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을 위해 화합하자는 것인지, 도민들은 힘겨운데 자기들끼리만 화합하면 되는 건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허씨는 "홍 지사는 미국 출장 중 평일에 골프를 치고, 의회에서 영화를 봤다, 공직자라면 다른 직종보다 더 안정적인 자리다, 공인으로서 행동과 말은 조심해야 한다"라며 "반대로 박종훈 교육감이나 홍 지사와 반대 측에 있는 공직자들이 폭탄주를 마시고 노래방에 간 것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한다면, 그들은 무엇이라 할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